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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지식재산 분쟁, 손자병법 지혜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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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인실 특허청장
[기고] 지식재산 분쟁, 손자병법 지혜 필요하다
얼마 전 기업인들과의 간담회에서 지식재산 분쟁을 겪고 있는 한 스타트업 대표가 고충을 토로했다. 소송 비용도 비용이지만 소송 기간이 길어지다 보니 투자 유치가 어려워지고, 계획했던 사업 아이템의 출시도 차일피일 미뤄지고 있다는 이야기였다.

지난 30여 년간 지식재산 분야에 종사하며 빠르게 발전하고 성장하던 기업들이 특허나 상표를 둘러싼 지식재산 분쟁에 휘말려 사업 자체가 휘청거리는 모습을 자주 보곤 하였다. 더욱 안타까운 점은 소송에서 늦게나마 어렵게 이기더라도 손해를 온전히 회복하지 못한 경우도 많았다는 것이다.

이런 상황이 왜 생기는 것일까. 여러 이유가 있겠으나 지식재산 분쟁의 특성에서 기인하는 측면도 있다고 본다. 지식재산 분쟁은 눈에 보이지 않는 '무형자산'을 둘러싼 다툼이다 보니 칼로 무 자르듯이 일방이 맞다 틀리다 판단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그러니 누가 이길지 한눈에 파악하기 어렵고 다툼은 길어질 수밖에 없어 결국 기업의 피해는 눈덩이처럼 불어난다. 게다가 빠르게 발전하고 변화하는 기술의 속성상 시간이 지날수록 지식재산권의 경제적 가치는 갈수록 하락하니, 언제 끝날지 모를 분쟁에 휩싸이는 것은 상대적으로 자본력이 약한 스타트업 입장에선 참으로 난감한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렇다면 현명하게 대처하는 방법은 무엇일까. '총성 없는 지식재산 전쟁' 속에서 대표 병법서인 손자병법의 지혜를 떠올려 본다. 손자병법에서 '지피지기면 백전불태', 적을 알고 나를 알면 백 번 싸워도 위태롭지 않다고 하였으니 상대 기업과 우리 기업을 낱낱이 분석하여 승리를 쟁취하는 것이 제일일까. 물론 피할 수 없는 싸움에는 이러한 전략도 필요할 것이다.

하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차선의 전략이다. 사실 손자병법에서 가장 우선시하는 것은 '전쟁에서 이기는 법'이 아니라 '전쟁을 피하는 법'이다. "적과 백 번 싸워 백 번 이기는 것이 최선이 아니며, 싸우지 않고 이기는 것이 최선"이라고 강조한다. 우리가 눈앞의 승리에 골몰해 최선의 전략을 놓치고 있진 않은지 살펴보아야 한다. 특히 지식재산 분쟁에 취약한 스타트업에겐 더욱 그렇다.

지식재산 분쟁에서도 싸우지 않고 이길 수 있는 효과적인 방법이 있다. 바로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 소송 대신 당사자 간 대화와 합의를 통해 해결하는 '분쟁 조정제도'이다. 특허청은 시간과 비용이 부족한 기업들이 신속하고 원만하게 분쟁을 해결토록, 1995년부터 '산업재산권 분쟁 조정제도'를 운영해오고 있다. 별도 비용 없이 평균 2개월 이내에 사건이 마무리되고 평균 조정 성립률도 65%에 이른다. 분쟁 조정에 응한 세 개 기업 중 두 개는 싸우지 않고 이기는 방법을 찾은 셈이다. 특히 개인·중소기업의 신청이 95%에 달해, 자본력이 부족한 개인·중소기업에게 큰 도움이 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특허청에서도 분쟁 조정제도 활성화에 더욱 힘을 쏟고 있다. 작년에는 검찰-조정제도에 이어 법원-조정제도를 도입하여 지식재산에 관한 민·형사 소송 대신 조정을 통해 합의점을 찾을 수 있도록 하고, 올해에는 분쟁 조정과 특허청의 기술·상표 경찰 및 행정조사를 한 데 묶는 '원스톱 분쟁 해결 체계' 구축, 성립률 제고를 위한 분쟁 조정위원의 인력 확대 및 사실조사 기능 도입 등의 종합적인 개선방안도 발표한 바 있다.

이런 노력의 일환으로 지식재산 분쟁 조정제도의 활용은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다. 2019년 45건의 신청 건수는 지난해 76건으로 4년간 연평균 19% 증가했다. 가파른 성장 추세에 올해는 이미 100건을 달성하였고, 연말에는 150건을 넘어설 것으로 전망된다. 앞으로도 특허청은 분쟁 조정제도가 손자병법의 지혜처럼 지식재산 분쟁에서 가장 먼저 고려되고 활용되는, 우리 기업에 최선의 분쟁 해결 전략이 되도록 정책적·제도적 지원을 더욱 강화해 나가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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