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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황 "이주민 무관심" 비판에...마크롱 "우린 부끄러울 것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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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마르세유 찾은 교황, 연이틀 유럽에 ‘이주민 환영·통합’ 호소
교황 “이주 현상, 일시적 사태 아닌 시대의 현실”…책임있는 대응 주문
교황 "이주민 무관심" 비판에...마크롱 "우린 부끄러울 것 없어"
프란치스코 교황과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23일(현지시간) 마르세유에서 만나 대화하고 있다. [르세유 EPA=연합뉴스]

프랑스의 지중해 도시 마르세유를 방문 중인 프란치스코 교황이 전날에 이어 23일(현지시간)에도 이주민 문제에 대한 유럽 국가들의 책임 있는 대응을 호소하고 나섰다.

교황은 이날 마르세유 '팔레 뒤 파로'에서 열린 지중해 주교회의 폐막식에서 "바다에서 목숨 거는 사람들은 (유럽에) 난입하는 게 아니며, 환영받기를 원한다"면서 "고난과 빈곤을 피해 탈출하는 사람들에게 문을 개방하라"고 촉구했다.

그러면서 "이주할 권리와 이주하지 않을 권리를 모두 가진 수많은 불행한 형제자매들의 이야기에 흔들리고, 무관심 속에 닫혀있지 않기를 바란다"며 "인간 착취라는 끔찍한 재앙에 대한 해결책은 거부가 아니라 각자 능력에 따라 합법적이고 정규적인 기회를 충분히 보장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교황은 "통합이 쉽지 않은 것은 사실이지만 우리의 분명한 목표"라며 "우리에게 피난 온 사람들을 짊어져야 할 짐으로 여겨선 안 된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이주 현상은 경고성 선전을 하기 좋은 일시적 비상사태가 아니며 지중해 주변 3개 대륙이 연관된 우리 시대의 현실"이라면서 "유럽의 책임 있는 대응을 포함해 현명한 선견지명으로 관리돼야 한다"고 호소했다.

이날 폐막식엔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도 참석했다.

교황은 프랑스 정부가 존엄사 허용 법안을 추진하는 것과 관련해선 "인정받기는커녕, 오히려 바닷물보다 더 짠 '달콤한 죽음'이라는 거짓 존엄의 관점에 갇힌 고립된 노인들의 신음에 누가 귀를 기울이겠는가"라며 우회적으로 비판했다.

주교 회의 폐막식 후 교황과 마크롱 대통령은 별도 회담에서 이민 문제를 다시 대화 주제에 올린 것으로 알려졌다.

마크롱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교황에게 "프랑스는 부끄러울 것이 없다. 프랑스는 환영과 통합의 나라"라고 말했다고 대통령실인 엘리제궁이 성명에서 밝혔다.

최근 제랄드 다르마냉 내무부 장관이 "이탈리아 람페두사섬에 몰려온 이주민을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라고 공개적으로 언급한 것과는 대조되는 발언이다.

마크롱 대통령은 교황에게 존엄사 법안 처리 일정이나 대략적인 방법론도 설명했으나 세부 내용은 언급하지 않았다고 엘리제궁은 덧붙였다.

교황은 마지막 메시지로 "냉소주의와 환멸, 체념"이 유럽 사회를 병들게 할 수 있다며 "열정과 열의, 형제애, 약자에 대한 사랑"을 되찾아야 한다고 촉구했다.

마크롱 대통령은 '정교분리 원칙에 위배된다'는 좌파 진영의 비판에도 불구하고 국가 원수 자격으로 이날 미사에 참석했다. 크리스틴 라가르드 유럽중앙은행(ECB) 총재도 교황의 설교를 직접 들었다.

프랑스 남부에서 교황이 인류애와 형제애를 호소하는 동안 수도 파리 등지에선 경찰의 인종 차별과 폭력적 공권력 행사에 항의는 시민단체, 노조 등의 행진·시위가 잇따랐다. 이 과정에서 파리의 한 은행 사무실이 과격 시위대의 공격에 파손됐다. 또 경찰들과 시위대 간에 유혈 충돌이 벌어지기도 했다.

소셜미디어에는 경찰차 한 대가 시위대의 집중 공격을 받는 모습, 경찰관 한 명이 차에서 내려 총을 겨누며 시위대를 해산시키는 모습의 영상도 올라왔다.

프랑스에선 지난 6월 말 알제리계 10대 소년이 경찰의 총에 맞아 사망하면서 전국에서 경찰에 항의하는 시위가 한동안 이어졌다. 박양수기자 yspark@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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