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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어도 아파요"…`실험실 문어선생님` 보호기준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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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어도 통증 느끼고 마취에 반응…미국서 실험실 문어 보호기준 마련 나서
영국, 스위스, 노르웨이 등은 이미 기준 운영…문어 안락사 권고안도 나와
"문어도 아파요"…`실험실 문어선생님` 보호기준 만든다
넷플릭스 다큐 '나의 문어 선생님'의 한 장면. 원숭이나 쥐 등에 적용되는 실험동물 보호규정을 문어에도 적용하는 방안이 추진된다. 넷플릭스 캡처

문어는 무척추동물계의 천재로 불린다. 미로를 통과하거나 병을 열 수 있고 심지어 장난을 칠 정도로 영리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문어의 아이큐는 평균 40~50으로, 사람으로 치면 3~4살 아이 수준이다. 강아지나 고양이와 비슷한 정도다. 문어가 고통과 기쁨을 느낄 수 있다는 보고만 300편이 넘게 나온 가운데 실험실에서 문어도 원숭이 급으로 보호를 받을 수 있는 장치가 마련될 것으로 보인다.

국제학술지 네이처에 따르면 이달 7일(현지시간) 미 NIH(국립보건원)는 실험동물을 이용해서 연구를 하는 과학자들에게 문어와 오징어 같은 두족류가 연구에 사용될 때 생쥐나 원숭이와 동일한 수준의 법적 보호를 받도록 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안내했다. NIH는 두족류와 관련된 연구 프로젝트가 연방정부의 연구비 지원을 받기 전에 윤리위원회의 승인을 받도록 하는 가이드라인 안을 내놓고 연구자들이 이에 대해 피드백을 줄 것을 요청했다.



문어도 통증 느끼고 마취에 반응

문어에 대한 윤리적인 연구방법 연구해야


이와 관련해 NIH는 웹사이트를 통해 "두족류가 통증을 인식하는 데 필요한 많은 생물학적 메커니즘을 가지고 있다는 증거가 점점 더 많이 나오고 있다"면서 배경을 설명했다. 또한 두족류는 고도의 학습 및 인지 능력을 가지고 있으며 포유류와 유사한 방식으로 마취에 반응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다만 두족류의 뇌는 포유류의 뇌와 전혀 다르기 때문에 윤리적 연구가 어떤 방식이어야 하는지를 정의하려면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고 짚었다.

미국 PHS(공중보건국)는 NIH와 NSF(국립과학재단)가 실험동물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지키도록 규정하고 있는데 여기서 동물은 모든 척추동물이다. 과학자들은 연구과제에 대해 연방 정부의 자금 지원을 받기 전에 PHS 기준 준수 여부를 평가하는 기관 윤리위원회로부터 승인을 받아야 한다.



미 의회 의원들 "문어도 실험동물 가이드라인에 넣어라"

동물권 단체 "궁극적으론 문어를 연구에 쓰지 말아야"


그러나 지금까지 곤충, 벌레, 두족류 등 무척추 동물을 인도적으로 다루도록 하는 기준은 없었다. 그런 가운데 작년 말, 미국 하원과 상원의원들은 NIH와 PHS에 서한을 보내 연구 관련 정책에 두족류를 포함시킬 수 있도록 '동물'을 재정의할 것을 요구했다. 현재 NIH가 제안한 개정안은 기관의 윤리위원회가 두족류 대상 연구에 대해 평가하도록 의무화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워싱턴DC에 본부를 둔 동물권(animal-rights) 비영리 단체인 '책임 있는 의학을 위한 의사 위원회'의 의학연구 전문가인 캐서린 크렙스는 "NIH가 이 지침을 제안한 것을 정말 기쁘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다만 개별 기관의 윤리위원회가 일관성 없이 규칙을 적용하는 경우가 많고, 궁극적으로는 두족류가 연구에서 완전히 제외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점에서 NIH의 제안에 대해 아쉬움이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하지만 우리는 이것을 승리로 간주하고 있다"고 말했다. .



연구자들도 "동물 복지에 좋으면 연구품질도 좋아"

문어가 통증 느끼는 메커니즘부터 더 잘 알아야


두족류 연구자들도 이번 조치를 환영하고 있다. 실험실에서 두족류를 연구하는 정부 지원 과학자의 수는 적지만, 이전에 생쥐 같은 다른 모델 동물을 사용하던 연구자들이 두족류 신경계의 기초생물학 연구에 관심을 갖게 되면서 수가 늘어나고 있다. 일리노이주 시카고대학의 문어 생물학자 클리프턴 래그데일은 "이번 가이드라인이 연구에 지장을 준다고 보기 힘들다"면서 "동물 복지에 좋은 것은 연구 품질에도 좋다"고 말했다.

다만 두족류에 대해 잘 알지 못하다 보니 과학자들이 동물 복지를 보장하는 방법을 모르기 때문에 문제가 복잡하다는 지적이 있다. 예를 들어, 연구자들은 마약성 진통제 '오피오이드'가 쥐의 통증을 억제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지만, 두족류에서도 통증 수용체가 같은 방식으로 반응하는지 여부를 모른다. 이를 이해하지 못하면 마취제가 동물의 통증을 둔화시켰는지 아니면 단순히 동물의 근육을 이완시켰는지 알기 어렵다는 게 캘리포니아 샌프란시스코 주립대학교의 해양 생물학자 로빈 크룩의 얘기다.

크룩의 연구팀은 특정 종류의 오징어에 사용되는 여러 진통제를 비교하고 있지만, 수백 마리의 동물을 실험했음에도 불구하고 어떤 약물이 가장 효과적인지 알아내는 데 큰 어려움을 겪었다고 크룩은 밝혔다. 두족류의 복지를 개선하려면 이 같은 문제를 연구할 수 있도록 NIH가 자금을 지원을 하는 게 필요하다는 게 크룩의 의견이다.

"문어도 아파요"…`실험실 문어선생님` 보호기준 만든다
넷플릭스 다큐 '나의 문어 선생님'의 한 장면. 원숭이나 쥐 등에 적용되는 실험동물 보호규정을 문어에도 적용하는 방안이 추진된다. 넷플릭스 캡처

인간을 위한 동물 실험 최소화하고 그들의 불편 최소화해야

과학자들, 문어에 대한 인도적 안락사 권고안도 내놔


NIH도 두족류에 대한 이해의 한계를 인정한다. NIH는 다만 두족류에 PHS 정책을 적용하는 것이 현재로서는 어려운 일이지만 연구에 동물을 사용하는 데 관한 몇 가지 PHS 지침은 이미 적용될 수 있다고 밝혔다. 여기에는 과학 지식을 발전시키고 사회에 도움이 되는 경우에만 연구를 하고, 가능한 한 적은 수의 동물을 사용하며, 불편함을 최소화해야 한다는 내용이 포함된다.

영국, 스위스, 노르웨이, 캐나다, 호주, 뉴질랜드 등에서는 이미 특정 유형의 두족류 연구에 대해 윤리적 승인을 요구하고 있다. 이탈리아 나폴리에 있는 안톤 도른 동물원의 해양 생물학자 그라치아노 피오리토는 올해 초 국제 과학자 팀을 이끌고 연구용 두족류의 사육, 관리에 대한 권고안을 만들었다. 이 권고안에는 수질, 동물 밀도, 마취, 인도적 안락사에 대한 내용이 포함됐다. EC(유럽위원회)는 올해 말께 최소 요건 목록을 법으로 채택하고 EU(유럽연합) 전체에 교육 인증 제도를 도입할 전망이다. 유럽 각국은 두족류 연구에 대한 자체 법률을 두고 있다. 피오리토는 "PHS가 유사한 가이드라인을 채택해 전 세계 두족류 관리를 표준화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한편 NIH는 12월 22일까지 관련 가이드라인에 대해 피드백을 받을 예정으로, 가이드라인을 언제까지 확정할 지는 아직 정하지 않았다. 안경애기자 naturean@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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