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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칼럼] 외치 성공 못 따라가는 내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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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미경 정치정책부 차장
[현장칼럼] 외치 성공 못 따라가는 내치
제78차 유엔 총회 고위급 회기가 열리는 미국 뉴욕을 방문 중인 윤석열 대통령이 '2030 세계박람회(엑스포)' 부산 유치를 위해 최전선에서 강행군을 하고 있다. '엑스포 총력전'이라는 각오로 순방길에 나선 윤 대통령은 4박 6일이라는 짧은 시간 동안 40여개국 정상들과 만나 직접 2030 부산엑스포의 비전과 한국 정부의 개최 의지를 표명하면서 지지를 당부하고 있다.

순방 첫날인 지난 18일(현지시간)에는 스리랑카, 산마리노 등 9개국 정상들을 만났고, 순방 이튿날인 19일에도 콜롬비아 모나코 등과 줄줄이 양자회담을, 유엔 총회 기조연설을 한 20일에도 중앙아프리카공화국 등과 양자회담을 멈추지 않았다. 21일에도 각국 정상급과 회담을 이어갈 예정이다. 대통령실은 현재까지 확정된 양자회담만 38개 국가라고 밝혔다. 순방 마지막 순간까지도 일정을 조율해 최대한 많은 정상들과 만나겠다는 윤 대통령의 의지에 따라 양자회담은 40개를 훌쩍 넘길 것으로 예상된다.

윤 대통령은 지난 5~11일 인도네시아에서 열린 아세안(ASEAN·동남아국가연합) 관련 정상회의와 인도에서 열린 G20(주요 20개국) 정상회의에서도 20여개 국가와 양자·다자회담을 했다. 9월 한 달 동안 60개국 이상의 정상들과 만나는 셈이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가 "순방을 마치고 돌아온 뒤 우리 스스로도 그 숫자에 놀라게 되면 한달 동안 가장 많은 양자회담을 한 대통령으로 기네스북에 신청을 해볼 생각"이라고 한 것을 단순히 우스갯소리로 넘길 일이 아니다.

윤 대통령의 '정상외교'가 부산엑스포 유치의 '필승전략'으로 통할지 세계적으로도 관심이 많다. 현재 2030 엑스포 유치전에는 우리나라 부산을 비롯해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 이탈리아 로마 등이 겨루고 있다. 개최지 선정 투표까지는 2개월여 남았지만, 현 시점에서는 리야드가 가장 유력한 개최지로 꼽힌다.

정부는 리야드와 부산의 격차가 20표 가량 되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제로베이스'에서 엑스포 유치전에 뛰어들었던 상황을 떠올리면 놀라운 선전이 아닐 수 없다. 당시 대통령실 핵심 관계자는 "국제박람회기구(BIE) 179개 회원국 가운데 우리나라를 제외한 어느 나라도 부산을 지지하지 않는다"고 할 정도였다. 우리는 이제 리야드를 긴장시키는 경쟁 후보국으로 올라섰다.

엑스포 유치에 성공할지는 알 수 없지만, 엑스포 유치전 과정의 면면은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평가할 만하다. 엑스포 개최지 투표는 단순히 엑스포의 최적지를 고르는 게 아니다. 대규모의 경제적·문화적 이익을 창출해낼 수 있는 세계적 행사이다보니 개최 후보국들은 사력을 다할 수밖에 없고, 투표권을 가진 회원국은 개최 후보국들이 약속한 기여·공여 방안을 꼼꼼히 따져 자국에 최대 이익을 줄 수 있는 곳을 선택하는 복잡다단한 외교전쟁터다.

윤 대통령은 '엑스포 영업사원 1호'를 자처하며 각국 정상들을 만나 엑스포 유치에 앞장섰다. 사우디아라비아의 '오일머니' 파워에 거의 넘어갔던 회원국들의 마음을 상당수 돌리기나 흔들고 있다는 평가다. 윤 대통령의 정상외교로 부산엑스포 유치 성공에 대한 기대감은 커졌다. 외치는 누가봐도 성공적이다. 한미일 공조를 완성했고 미래 먹거리를 위한 경제협력도 탄력을 받고 있다.

이 대목에서 아쉬운 점도 있다. 바로 내치다. 윤 대통령이 엑스포 유치를 목표로 외치에 힘을 쏟는 것과 달리 내치는 앞으로 나가지 못하고 있다. 여소야대 국회는 윤석열 정부의 가장 큰 한계다. 원내 과반 의석을 가진 더불어민주당이 몽니를 부리는 상황에선 협치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당장 윤 대통령의 주요 공약인 재정준칙 제정이나 우주항공청 설립, 여성가족부 폐지를 비롯해 내년도 예산안 심사까지도 전부 야당이 동의해야 가능하다. 그럼에도 윤석열 정부와 민주당의 협치는 1년 5개월이 되도록 원점을 겉돌고 있다.

'방탄 단식'이라는 비판을 받지만,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단식에 대통령실과 국민의힘이 보여준 태도는 아쉽다. 단식의 명분이 없다고 하더라도 어찌됐건 건강을 해치는 단식을 하는 상황에서 정부·여당이 손을 내밀었으면 하는 생각이 든다. '비대면'으로 단식 중단을 요청했을 뿐인 여당 대표의 태도가 이를 방증한다. 이 난국을 풀려면 국정을 주도하는 여권이 손을 내밀 필요가 있다. 손을 내밀 명분도 있다.

협치는 단순히 여당과 야당의 문제로 끝나는 게 아니다. 대화 상대가 마음이 들지 않더라도 국민을 존중해 감정을 누그러뜨리는 자세가 필요하다. 그래서 아쉬움이 더 크다.the13oo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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