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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문지문 읽는 변기·시체 코털 세기…기발한 `2023 이그노벨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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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문지문 읽는 변기·시체 코털 세기…기발한 `2023 이그노벨상`
스마트 변기를 개발해 올해 이그노벨상 공공보건 분야 수상자가 된 미 스탠퍼드대 비뇨기의학과 박승민 연구원. 스탠퍼드대 제공

"가장 사적인 공간으로 여겨지는 화장실은 우리 건강의 조용한 수호자가 될 잠재력이 있습니다."

미 스탠퍼드대 비뇨기의학과 박승민 연구원은 화장실 변기에 꽂힌 이유를 설명하면서 이같이 말했다. 박 연구원은 '항문 지문'으로 사람을 구별하고 배설물의 상태를 실시간으로 분석해 질병을 진단하는 스마트 변기를 개발해 올해 이그노벨상 공공보건 분야 수상자가 됐다.

이그노벨상은 미국 하버드대가 발행하는 과학 유머잡지 AIR(있을 것 같지 않은 연구 회보·Annals of Improbable Research)가 매년 주는 상이다. 이그 노벨상은 괴짜들의 노벨상으로 불리는 상으로, 진지하고 엄숙한 노벨상과 달리 기발하고 웃기지만 학술적인 의미를 담고 있는 연구들에 수여된다. 한국인이 수상한 것은 이번이 다섯 번째다. AIR은 14일(현지시간) 하버드대에서 시상식을 열고 화학·지질학, 문학, 기계공학, 공공보건 등 10개 분야 수상자를 발표했다.

박 연구원은 개발한 일명 '스탠포드 변기'는 소변과 대변을 분석해 개인의 건강을 모니터링하는 스마트 변기다. 변기 안쪽을 향하는 카메라가 설치돼, 사람이 대변을 보고 일어설 때까지 0.5초 단위로 사진을 찍는다. 대변의 색과 모양을 시각적으로 분석함으로써 암이나 과민성 대장증후군 같은 질병 징후를 찾을 수 있다.

소변 분석용 담금봉 검사는 소변에서 감염, 당뇨병, 기타 질병 징후를 확인한다. 카메라는 배출되는 소변의 속도와 양도 계산한다. 소변에 포도당이나 적혈구 등이 포함돼 있는지도 확인 가능하다. '항문 지문'을 읽어내는 센서는 항문의 고유한 모양을 이용해 각 사용자를 식별한다.

박 연구원은 서울대 물리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코넬대에서 응용물리학 박사를 받았다. 스마트 변기 연구에 꽂힌 그는 2020년 국제학술지 '네이처 바이오메디컬 엔지니어링'에 스마트 변기를 발표했다. 이를 상용화하기 위해 지난해 5월에는 스타트업 카나리아도 창업했다.

박 연구원은 이그노벨상 수상에 대해 "스마트 헬스케어 변기란 생각을 비웃을지 몰라도 이번 (이그노벨상) 수상은 가장 개인적인 순간조차 건강에 긍정적 영향을 미칠 잠재력이 크다는 점을 분명히 한 것"이라며 "감염병 발생을 모니터링하는데 활용해 공중 보건 문제를 해결하는데도 쓸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그노벨상 수상 분야는 화학·지질학, 문학, 기계공학, 공공보건 등 10개 분야다. 레스터대학의 지질학자인 얀 잘라시에비츠(Jan Zalasiewicz)는 과학자들이 암석을 핥는 이유를 설명한 연구로 화학 및 지질학 부문에서 올해의 상을 수상했다.
그는 2017년 고생물학협회 뉴스레터에 쓴 에세이에서 암석 내의 광물은 건조한 표면보다 젖은 표면에서 더 쉽게 식별할 수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과학자들이 암석을 식별하기 위해 암석을 핥았을 뿐만 아니라 때로는 요리하고 먹기도 했다고 했다.

영양 부문 상은 음식의 맛을 변화시킬 가능성이 있는 전기화된 젓가락과 빨대의 발명을 제안한 연구자에게 돌아갔다. 의학상은 시체를 사용해 사람의 두 콧구멍 각각에 같은 수의 털이 있는지 조사한 과학자들에게 주어졌다. 교육 부문에서는 교사와 학생의 지루함을 연구한 팀이 상을 받았다. 연구자들은 "수업이 지루할 것이라는 단순한 기대가 학생들을 지루하게 만드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말했다.

거꾸로 말하는 데 능숙한 사람들의 두뇌를 연구한 연구팀은 커뮤니케이션 상을 수상했다. 연구에 참여한 이들 중 일부는 최대 12단어의 문장을 빠르게 뒤집어 말했다.

죽은 거미의 몸을 사용해 만든 로봇이 거미류의 무게보다 큰 물체를 잡는 데 잠재적으로 도움이 될 수 있음을 보여준 연구팀은 기계공학상을 수상했다.

한편 이그노벨상 수상자에게는 트로피와 함께 2000년대 초인플레이션을 겪을 당시 짐바브웨가 발행한 10조 짐바브웨 달러 지폐 1장이 상금으로 제공됐다. 이 지폐는 지금은 통용되지 않으며, 수집 용도로 1만~2만원 수준에 거래된다. 안경애기자 naturean@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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