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타임스

 


[석병훈 칼럼] `속 빈 강정` 정부의 가계부채 관리방안

프린트 페이스북 트위터 카카오스토리
석병훈 이화여대 경제학과 교수
[석병훈 칼럼] `속 빈 강정` 정부의 가계부채 관리방안
8월에도 가계대출이 전월 대비 6.2조 원 증가했다. 고금리가 유지되고 있지만, 가계대출 증가세가 좀처럼 꺾이지 않고 있다. 가계대출은 올해 4월부터 5개월 연속 전월 대비 늘어났을 뿐만 아니라 전월 대비 증가액도 점점 더 커지고 있다.

이에 정부는 13일 금융위원회 주재로 기획재정부, 주택금융공사 등 관련 기관들과 함께 가계부채 현황점검 회의를 하고 여러 가지 대책들을 발표했다. 하지만 정부가 발표한 대책들은 가계부채 증가 속도만 늦출 뿐 가계부채를 감소시킬 수 없는 미봉책에 불과하다.

정부는 최근 가계대출을 빠르게 늘린 주범으로 50년 만기 주택담보대출을 지목했다. 50년 만기 주택담보대출은 올해 총 8.3조 원 공급됐는데 7~8월에만 공급액의 81.6%인 6.7조 원이 증가했기 때문이다.

현재 은행권 대출은 총부채 1억 원 이상인 경우, 모든 대출의 연간 원금과 이자 상환액이 차주의 연간소득에서 차지하는 비율인 총부채 원리금 상환 비율(DSR)을 최대 40%로 규제하고 있다. 50년 만기 주택담보대출은 그간 최대 만기가 40년이었던 주택담보대출과 달리 원금과 이자를 50년 동안 나눠서 상환하기 때문에 연간 원리금 상환액이 줄어들어 DSR 규제 하에서 더 많은 금액의 대출을 받을 수 있다.

이에 정부는 50년 만기 주택담보대출에 더 엄격한 DSR 기준을 적용하기로 했다. 50년 만기 주택담보대출 실행 시 대출 전 기간에 걸친 상환능력을 확인하기 어려우면 DSR 산정 만기를 최대 40년으로 제한해 대출 한도를 줄이도록 한 것이다. 또한, 정부는 은행이 차주의 채무상환능력을 평가할 때 대출 실행 시점의 소득뿐 아니라 차주의 기대 여명과 은퇴 시점 등도 고려하도록 권고했다.

이는 40대 이상의 금융소비자들에 대한 차별 논란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 그리고 차주들의 원리금 상환 부담을 낮출 수 있는 주택담보대출 만기 선택지를 줄여 50년 만기 주택담보대출을 포함한 자금조달 계획에 따라 주택 등을 구매하고자 했던 금융소비자들에게 혼란을 야기할 것이다.

이번 가계대출 관리방안은 특례보금자리론 개편도 포함한다. 정부는 가계대출 증가의 주요인으로 꼽힌 특례보금자리론을 부부합산 소득 1억 원 초과 또는 주택가격 6억 원 초과하는 금융소비자들과 일시적 2주택자들에게 공급하지 않기로 했다.

하지만 이는 가계부채 증가를 억제하는 효과가 미미한 사후약방문에 불과하다. 특례보금자리론은 9월 8일 기준 이미 목표 한도의 95.1%인 37.6조 원이 공급되었다. 올해 특례보금자리론의 공급액은 50년 만기 주택담보대출 공급액의 4.5배 이상이므로 특례보금자리론 공급을 줄이는 정책은 더 일찍 추진됐어야 했다.

정부가 가계부채의 양적·질적 관리 강화를 위해 도입할 것이라고 발표한 변동금리 Stress DSR 제도는 도입 시점이 적절하지 않아 채무자들에게 불편을 초래할 가능성이 크다. 이 제도의 핵심은 향후 금리가 올라갈 가능성에 대비해 변동금리 대출의 DSR 산정 시 가산금리를 더해 대출 한도를 낮추겠다는 것이다. 이는 변동금리 대신 고정금리 대출 공급을 늘리겠다는 의도이다.

하지만 현재 한국은행의 기준금리는 연 3.5%로 최종금리 수준에 근접한 상황임을 고려할 때 앞으로 물가가 안정되면서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낮춤에 따라 대출 금리 역시 내려갈 가능성이 크다. 이 상황에서 변동금리 Stress DSR 제도를 도입하면 금융소비자들에게 대출 금리 고점에서 고정금리 대출을 받도록 정부가 유도하는 것이 된다. 향후 대출 금리가 하락하면 채무자들은 울며 겨자 먹기로 더 높은 고정금리를 계속 부담하거나, 중도상환수수료를 지불하고 낮은 금리의 대출로 갈아타야 한다.

고금리하에서 가계부채가 큰 폭으로 증가하고 있는 것은 부동산 가격이 빠르게 상승할 것이라는 기대가 확산되기 때문이다. 부동산 가격이 가파르게 상승하면 현재 높은 이자 비용을 지불해도 향후 주택을 매도해서 더 큰 이득을 볼 수 있다.

그러므로 결국 가계부채 증가세를 꺾기 위해서는 신규 주택공급이 조기에 늘어날 것이라는 신호를 줘야 한다. 정부가 추석 전 발표할 주택공급 대책에 수요가 높은 수도권의 신규 주택공급 확대방안을 포함시키는 것이 가계부채 증가세를 꺾을 근본적인 해결책이다.




[ 저작권자 ⓒ디지털타임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