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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종훈의 근대뉴스 오디세이] 100년 전 우리 민족에게 희망 준 진짜 영웅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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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종훈 19세기발전소 대표·아키비스트
[송종훈의 근대뉴스 오디세이] 100년 전 우리 민족에게 희망 준 진짜 영웅들
이기연, 일본 비행술 우수한 성적 거둬

美 순회공연하며 조선음악 알린 박춘재

이재택 '조선인 위액' 의학적 차이 발견

강택진, 토지 1만9000평 소작인에 기부

사전적으로 '영웅'은 지혜와 용기가 뛰어나 대중을 이끌고 세상을 경륜할 만한 인물을 이른다. 세상에는 진짜 영웅도 있지만 가짜 영웅도 수두룩하다. 각자 맡은 바 위치에서 최선을 다하는 사람이 진짜 영웅일 것이다. 100년 전 암울했던 일제 치하 속에서 최선을 다해 민족에게 희망을 주었던 분들의 이야기를 찾아보도록 하자.

1923년 6월 17일자 조선일보에 '우등 성적으로 비행 졸업한 이기연(李基演)군'이란 제목의 기사가 눈에 띈다. "조선의 새 비행가 이기면 군은 비행기 공부를 하려고 굳은 마음을 가지고 지난 봄 2월에 멀리 현해탄을 건너가서 일본 치바(千葉)현 진전소정 이등(伊藤) 비행장에서 비행술 연구를 하더니, 그는 비행기 조종에 대한 천재(天才)가 있어 그의 기능이 날로 늘어가다가 4달째 되는 6월 11일 시험에 우등 성적으로 졸업을 하였으며 이달 안으로 항공국의 시험을 보리라는데, 그의 기묘한 기능은 비행사에 입격(入格)됨이 의심 없으리라고 한다 하며, 그 비행장 교사 이등(伊藤)씨는 그와 같이 속히 진보한 사람은 처음 보는 일이라고 칭찬하기를 말지 아니한다더라."

1922년 4월 12일자 매일신보는 '무쇠 다리' 현재요(玄才堯)를 소개한다. "경부(京釜)간 284마이루(mile)나 되는 가장 긴 거리를 줄달음쳐서 가는 장거(長擧)는 경성-부산 1천 리(里)를 엿새 동안을 두고 어떤 선수든지 선착(先着)하는 것인데 (중략) 어제 5일 아침 8시에 기약하여 용맹하게 출발했다. 경부 간을 5일 5시간 20분 만에 도착한 현재요 선수는 각 사회단체, 학교에서는 대대적으로 환영한다 하며, 특히 시내에 있는 4개 권번(券番)에서 기생들이 총출동해 남대문역 앞에는 때아닌 사람의 조수(潮水)가 밀려 들어온 듯하였는데…"

지금이야 전 세계 사람들이 K-POP에 열광하지만 100년 전에도 2년 동안 미국과 유럽으로 순회 공연을 떠난 놀라운 분들도 있다. "잡가(雜歌)로 유명한 시내 인의동에 사는 박춘재(朴春載)와 노래 잘하고 춤 잘 추는 기생 2명과 그 외 광대 5명의 일단(一團)은 요사이 미국에 있는 모 활동사진 회사와 2년 동안 계약하고, 미국 각 도시를 위시하여 영국 론돈 등 구주(歐洲) 각 도회(都會)로 돌아다니며 조선의 고유한 음악, 무도(舞蹈)를 널리 서양 각국에 선전할 터이라더라."(1922년 10월 5일자 동아일보).

그런가 하면 과자 하나로 세상을 놀라게 한 분도 있다. 1923년 5월 17일자 동아일보에 실린 '배화옥(裴和玉)군, 과자(菓子)로 금패(金牌) 수령'이란 기사다. "목포부 무안통 과자상 배화옥 군은 그곳에서 10여 년간 과자 제조에 정미(精美)한 연구를 해오던 바, 지난 4월 9일 일본 후쿠오카(福岡)현 과자조합 주최 제5회 전국 과자 이대(飴大) 품평회에서 배군이 출품한 평화양갱(平和羊羹)이 1등에 당선되어 금패를 수령하였더라."

조선의 신발을 최초로 해외 수출한 분의 기사도 있다. "시내 공평동 65번지 김영근(金永根)씨 혜점(鞋店, 신발가게)에서는 개업 이후로 품질 개선을 전심 연구하므로 신발업계의 평판이 자자한 것은 경향(京鄕)간에 누구나 다 승인하는바, 이번 공진회에도 수십 족의 남녀 혜(鞋)를 출품하였는데 역시 미려(美麗) 견고함이 출품 중 제일이라고 하여도 과언이 아닐지며, 그뿐만 아니라 수년 이래로 해외에서도 주문이 빈번하여 매년 수출액이 점점 팽창해 간다는데, 어쨌튼 우리 조선 신이 해외까지 수출됨은 김씨 상점이 처음이라고 하겠더라."(1923년 10월 17일자 조선일보)

[송종훈의 근대뉴스 오디세이] 100년 전 우리 민족에게 희망 준 진짜 영웅들


당시로는 놀라운 의학적 발견을 한 조선인 의사도 눈길을 끈다. '조선인 위액(胃液)의 5대 차이와 4대 새 것 발견한 경성의학전문 학사 이재택(李載澤) 군의 성공'이란 제목의 1923년 10월 1일자 동아일보 기사다. "원래 사람의 체질에 대하여는 그 지방의 풍토와 기후를 따라 다소간 차이가 있음은 여러 말을 할 필요가 없는 사실이라. 그러나 조선에는 서양 의학이 들어온 지 거의 30년이라는 세월이 지나가도록 서양 사람이나 일본 사람에게 적용하는 치료 방법을 그대로 실시하는 때문에, 그 치료가 효력이 적을 뿐 아니라 어떠한 경우에는 환자에게 위험을 주는 일도 없지 아니한 바 (중략) 총독부 의원 제1내과의 의사로 있는 경성의학전문 의학사 이재택(李載澤)씨는 조선 사람에게 적당한 치료 방법을 연구함이 매우 필요함을 절실히 느끼고 먼저 조선 사람의 영양(營養)을 연구할 목적으로 위액(胃液)을 검사하기 위하여 건강한 조선 사람 남녀 140명의 위액을 검사하고 위액을 종합하여 위액에 대한 성분과 일본 사람에 대한 것을 비교 연구한 결과, 과연 5가지의 차이와 4가지의 새 것을 발견하여 지난 23일 오전 8시부터 총독부 의원에서 열린 조선의학회에 보고하여 여러 의학 대가(大家)의 이목을 경동(驚動)케 하였다더라."

가지고 있던 토지를 모두 소작인에게 무상으로 내준 지주 강택진(姜宅鎭)도 영웅일 것이다. "경상북도 영주군 풍기면 금계동에서 30여년 동안 지주의 호사로운 살림을 하던 강택진 씨는 자기가 가지고 있던 재산 전부(토지 1만9000여 평)를 조합에 내어주는 동시에 (생략) 제 등골에 땀 흘리지 않고 남의 힘으로 만든 것만 빨아먹는 생활이 양심에 부끄럽다 하여 자기 소유의 전답을 소작인에게 기부하고 맨손으로 나선 강택진 씨는 땀을 흘리는 첫 생애로 아이스크림 장사를 시작하였다." (1923년 6월 26일자 동아일보)

당(唐)나라 조송(曹松)이란 시인의 시에 '일장공성만골고'(一將功成萬骨枯)라는 구절이 있다. 한 장군의 공적에는 만백성의 뼈가 묻혀 있다라는 뜻이다. 한 사람의 전쟁 영웅을 위해 얼마나 많은 사람의 목숨이 쓰러져 갔는데, 그 사람 하나만을 영웅이라고 할 수 있겠는가. 자기 자리에서 묵묵히 최선을 다하는 것이 바로 진정한 영웅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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