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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칼럼] 기대 못 미쳐 아쉬운 클라우드 예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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팽동현 ICT과학부 기자
[현장칼럼] 기대 못 미쳐 아쉬운 클라우드 예산
현대 자본주의 사회를 살아가는 우리들은 항상 시간과 돈이 부족하다고 느낀다. 어떤 일이든 주로 이 두 가지에서 문제가 비롯되기 일쑤다. 마찬가지로 공공 SW(소프트웨어) 사업도 여러 부처·기관의 정보화사업부터 윤석열 정부의 국정과제인 디지털플랫폼정부(디플정)에 이르기까지 대부분 시간과 돈이 고민거리다.

대통령 직속 디지털플랫폼정부위원회가 최근 출범 1주년을 맞았다. 출범 전부터 예산이 책정돼 운신의 폭이 적었던 올해(4192억원)보다 내년도 디플정 예산이 121% 증가한 9262억원으로 편성되면서 기대감을 갖게 한다. 각 부처·기관에 분산돼있는 디지털정부 관련 예산이 합산된 액수다.

과학기술 연구개발(R&D) 투자가 크게 줄어드는 등 전반적으로 찬바람이 부는 상황에서 디플정 예산을 늘리는 것은 그만큼 정부 의지가 강력한 것으로 여겨진다. 고진 디지털플랫폼위원장도 출범 1주년 기념 기자간담회에서 "막중한 책임감을 느낀다"고 했다.

지난 1년간 디플정 위원회는 답보상태였던 실손보험 간편청구 제도 개선 물꼬를 텄고, 민간 앱·웹을 통해서도 정부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개방했다. 흩어져있던 주택청약 정보를 한 곳에 모아 민간 앱을 통해 서비스를 제공하기 시작했다. 행정부와 사법부 간 데이터 공유를 위한 시스템 연계·적용도 연내 완료 예정이다. 이어 인감증명 요구 사무의 대대적 감축을 추진, 2025년엔 인감증명서 없이도 부동산 전자등기를 신청할 수 있게 할 계획이다.

이를 포함해 정부 초거대 인공지능(AI) 도입 등까지 앞으로도 할 일이 많다. 특히 이들 대부분이 클라우드를 기반으로 삼는다는 것에 초점을 맞출 필요가 있다. 행정안전부는 내년도 예산안에서 클라우드 네이티브 전환에 758억원을 편성했다. 기존 클라우드 전환이 아니라 '클라우드 네이티브 전환' 예산이란 점에서 PaaS(서비스형 플랫폼)를 비롯한 클라우드업계에 반가운 소식이지만, 문제는 액수다.

클라우드 네이티브는 클라우드 환경에 맞춰 시스템과 애플리케이션을 설계·운용하는 접근방식을 일컫는다. 기존 모놀리식(단일) 아키텍처의 시스템 그대로 클라우드상에 올리는 리프트&시프트 방식과 달리, 가상화를 바탕으로 서비스 기능별로 묶인 MSA(마이크로서비스 아키텍처)를 적용한다.

이로써 클라우드 이점을 살려 서비스를 민첩하게 개발·배포할 수 있고, 이용량에 따라 유연하게 시스템을 확장할 수 있으며, 장애 발생 시 피해 확산도 최소화할 수 있다. 이 때문에 디플정 위원회는 지난 4월 '디지털플랫폼정부 실현계획'을 발표하면서 위원회가 선정한 시스템 중 70%를 클라우드 네이티브로 전환하겠다는 목표를 내건 바 있다.


하지만 통상적으로 클라우드 네이티브 전환에는 단순 클라우드 전환보다 3배 이상의 비용이 필요한 것으로 평가된다. 더욱이 758억원이라는 예산은 대폭 삭감됐던 올해(342억원)보다는 배 이상 늘어났지만 여전히 지난해(1786억원)에는 크게 못 미친다.
당초 행안부가 신청했던 액수는 1200억원 이상이었다. 현장에서도 이 정도는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이어진다. 고 위원장이 기자간담회에서 "국회 심의 과정에서 증액될 것으로 기대한다"면서도 그게 어떤 예산인지 구체적으로 밝히진 않았지만, 그 중에는 클라우드 네이티브 전환 관련 예산도 포함된 것으로 보인다. 현재로선 디플정 근간을 구축하기 위해 묘수를 짜내야할 상황이다.

시간도 넉넉하다고 할 수 없다. 디플정 위원회는 출범 1주년을 맞아 공공SW사업 개선방안을 연내 내놓는 것을 목표에 추가했고, 이에 따른 정보화사업 혁신은 디플정의 궁극적 목표로도 풀이된다.

그러나 공공 발주처 역량뿐 아니라 고무줄 과업범위 문제나 사업대가 현실화 과제 등은 그동안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노력에도 이어져온 고질병들이기에, 디플정 위원회의 참여도 물론 도움이 되겠지만 일거에 해결을 기대하긴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위원회 위원들의 임기는 내년 9월, 위원장의 임기는 내년 7월에 종료되는 점을 고려하면 더욱 그렇다.

시간과 돈이 부족한 상황에서 모든 것을 이룰 수는 없다. 다만 그들이 추구하는 가치와 추진하는 정책이 우리 IT환경에 적합하고 필요한 것이라면, 멀리 내다보고서 기반을 잘 닦아놓을 수 있도록 최대한 지원하는 게 지금 해야 할 일이 아닐까. 정치적 입장이나 이해득실을 떠나서 말이다.

팽동현기자 dhp@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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