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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가의 아시아통`이 말하는 미국과 중국이 갈등하는 진짜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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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과 중국은 싸우지 않아도 될 싸움을 하고 있다?
전 모건 스탠리 수석 이코노미스트 스티븐 로치의 미중 관계 분석
`월가의 아시아통`이 말하는 미국과 중국이 갈등하는 진짜 이유
미국과 중국은 왜 서로 갈등할까. 물길을 틀어 양국을 협력 관계로 나아가게 하는 방법은 무엇일까. 전 세계가 알고 싶어 하는 답이다. 가장 강력한 두 나라 사이에서의 외교가 중요한 한국 입장에서는 더욱 그렇다.

미중 관계는 지난 6월 토니 링컨 미 국무장관이 중국을 방문하며 회복되는 듯 보이다가 이후 다시 지지부진해지면서 우려 섞인 전망이 나오고 있다. 전 모건 스탠리 수석 이코노미스로 '월스트리트의 아시아통'이라 불리던 스티븐 로치는 CNBC와 진행한 인터뷰에서, 지난 8월 지나 러몬도 미 상무장관이 중국을 방문한 일이 양국 간 사이를 좁히는 데 큰 영향을 미치지 못할 것이라는 평을 내놓았다. 그는 이전에 있었던 재닛 옐런 미 재무장관의 방중과 존 케리 백악관 기후특사의 방중에 대해서도 미중 갈등 해결에 의미 있는 결과는 없었다고 분석한 바 있다(파이낸셜 타임스).

현재 예일대학교 교수로 재직 중인 그는 세계 경제와 국제 질서에 대한 깊이 있는 분석과 전망으로 국내에도 잘 알려져 있는데, 최근 출간된 미중 관계 분석서 '우발적 충돌'(한경BP)로 다시금 주목을 받고 있다.

이 책의 논지는 간명하면서도 매우 새롭다. 오늘날 심화된 미국과 중국 사이의 갈등은 애초에 일어나지 않았을 수 있었다는 것이다. 최근의 양국 관계는 무역 전쟁, 기술 전쟁 그리고 신냉전 위기라는 격랑이 연속적으로 휘몰아쳤지만 실제로 시간을 조금만 뒤로 돌려보면 둘은 협력 관계에 가까웠다. 하지만 수년간 서로의 주장을 왜곡·비난하면서 부딪히게 되었다. 즉, '거짓 서사'가 충돌하지 않았더라면 생기지 않았을 일이라는 것이 저자의 주장이다. 책의 제목이 '우발적 충돌(Accidental Conflict)'인 것도 이 때문이다.

여기서 거짓 서사는 서사를 설정하는 주체가 그것이 거짓임을 애초부터 잘 알면서도, 특정한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 대중의 인식을 특정한 방향으로 유도하려고 설정하는 서사를 뜻한다. '가짜 뉴스'와 비교했을 때 생산자의 의도가 보다 강하게 개입된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대표적으로 미국의 경우에는 중국 때문에 무역 적자가 증가했고 자국민의 일자리를 뺏겼다는 주장이다. 반대로 중국의 경우에는 자국의 성장을 미국이 방해하고 있다는 주장이다. 사실 원인은 따로 있음에도 두 나라의 정치인들은 자국의 문제로부터 시선을 돌리기 위해 이와 같은 서사를 의도적으로 확대 재생산하고 있다고 저자는 말한다. 간단히 말하면, 서로 자신의 문제를 남의 탓으로 돌리고 있는 셈이다.


'중국에 대한 미국의 거짓 서사'를 만들어내는 데 가장 앞장섰던 인물은 모두 예상하듯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다. 그는 미국이 다시 위대한 나라로 서는 데 가장 큰 장애물이 중국의 위협이라고 했다. 이런 결론이 관세 전쟁으로 이어진 것은 어쩌면 필연이었다. 그런데 문제는 그 다음이다. 저자는 조 바이든 현 미국 대통령 역시 중국에 대한 시각에서는 트럼프와 크게 다르지 않다고 말한다. "트럼프와 바이든은 공통점이 거의 없긴 하지만 확실한 공통점 하나는 있다. 두 사람 모두 중국에 대한 거짓 서사에 사로잡혀 있으며 정치적인 목적을 위해 이 서사를 적극적으로 활용해서 여론을 뜨겁게 부추긴다는 점이다."
'미국에 대한 중국의 거짓 서사'에서 우려되는 부분은 중국이 점점 더 당을 중심으로 이념화되어 가고 있다는 점이다. 2013년에 시진핑은 중화인민공화국의 이념적 뿌리와 이를 강화하는 당의 역할에 초점을 두는 과거의 정책 기조로 돌아갔다. 검열 역시 강화되었다. 뉴욕 타임스, 월스트리트 저널 등 미국의 주요 매체들은 중국 대중들로부터 완전히 차단되어 있다.

책은 총 4개의 부로 구성돼 있다. 앞 3개의 부에서는 미중 관계의 역사를 시작으로 갈등의 구체적인 양상과 원인을 다룬다. 그리고 마지막 4부에서는 둘 사이의 갈등이 고조될 때 어떤 피해가 나타날 수 있을지 설명하는 동시에 서로에게 이익이 되는 관계를 구축하기 위한 새로운 로드맵을 제시한다.

배석현기자 qotjrgussla@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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