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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칼럼] 9월은 왜 잔인한 달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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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윤희 금융부동산부 증권팀장
[현장칼럼] 9월은 왜 잔인한 달일까
9월은 아름다운 달이다. 온습한 찜통 속에서 걷는 것 같기도 하고 에어컨 실외기 내부를 헤메는 것 같기도 하던 그 무시무시한 여름이 달력의 '9자'를 보자 맥아리 없이 물러났다. 산천의 초목들이 벌써 노르스름 아름다운 색을 입기 시작하고 선선하게 부는 바람이 더는 끈적하지 않은 머릿결을 부드럽게 어루만진다. 여의도 강변에선 연인들이 어깨를 붙이고 앉아 무명 가수의 노래를 듣고 있다. 참 아름다운 계절이다.

그런데 증시에서만큼 9월은 반가운 계절이 아니다. 9월은 역사적으로 증시 성적이 가장 부진한 달로 꼽힌다. 투자 전문지 배런스에 따르면 다우존스 산업평균지수는 1975년부터 9월 기준으로 평균 1.0% 하락했다. 나머지 모든 달의 평균 상승률은 1.0%에 달했는데 말이다.

시계를 넓혀 다른 지수를 보아도 마찬가지였다. 리서치업체 CFRA는 1945년 이후 S&P500 지수는 9월에 평균 -0.73%의 수익률을 기록했다고 전했다. 이는 12개월 중 가장 부진한 성적이다. 9월은 하락장이 더 자주 나타났던 유일한 달이기도 했다. 나스닥이 연중 유일하게 마이너스(-) 수익률을 낸 달이기도 했다. 1971년 이후 나스닥지수는 9월에 평균 0.86% 하락했다. 투자 전문매체 배런스는 "9월 주식의 상대적으로 저조한 성과는 놀라울 정도로 일관적이었다. (9월 외) 11개월 대비 수익률 순위를 보면 1990년 이후 단 한 번을 제외하면 모두 평균보다 낮아 신뢰도 면에서 유의미하다"고 설명했다.

국내 증시는 어땠을까. 지난 2000년 이후 코스피 지수가 가장 부진했던 달 또한 9월이었다. NH투자증권 집계로 보면 1997년부터 2021년 8월 말까지 24년 8개월(296개월)간 평균 수익률이 코스피의 경우 -1%, 코스닥은 -2% 아래로 떨어진 달은 9월뿐이다.

9월은 왜 이렇게 잔인한 달이 됐을까. 먼저 기업 실적 발표와 같은 주가 상승 이벤트가 거의 없다는 점, 이 시기에 기업 실적 전망치를 연초 대비 하향 조정하는 경우가 많다는 점, 계절적 우울증의 발병이 가장 빠르게 늘어나는 달이라는 점, 그리고 여름 휴가를 마치고 복귀한 주식 트레이더들이 대거 주식 매도에 나서기 때문이라는 설까지 다양한 이유들이 제시되지만 아직 명확히 밝혀진 것은 없다.


그렇다면 9월에 고정적으로 일어나면서 부정적인 역할을 할 만한 상수가 있을까. 맞다. 미국의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가 있다. 실제로 9월 FOMC 이후 주가가 부진했던 패턴이 나타났다. 연준은 지난해 9월 세번째로 75bp 금리 인상을 단행했다. 그 달 국내 코스피 지수는 전월보다 12.81% 하락했다. 다만 연준이 금리 인하를 결정했던 2019년 9월의 경우 코스피 지수가 4%가량 올랐기 때문에 금리 결정 자체를 부정적인 요인으로 볼 수는 없을 것이다.
이달 국내 증권가의 코스피 예상 범위는 2350~2750선이다. 예상 저점은 2300선까지 내려간다. 지난 1일 종가(2563.71)를 기준으로 최대 8% 이상 하락할 수도 있다는 말이다. 역사상 유례를 찾기 힘든 강력한 금리 인상 기조 속에 높은 인플레이션과 미국 지역은행 위기, 정부의 채무불이행 리스크를 겪으면서도 올해 두 자릿 수의 상승률을 기록한 미국 증시도 최근 후퇴하고 있다. 중국의 경제 성장세 둔화가 가시화하고 미국의 국채 수익률이 급등하면서 증시는 본격적으로 흔들리기 시작했다.

국내 증시도 마찬가지다. 여전히 큰 금리 부담은 국내 기업의 이익 성장을 꺾었다. 지난 2분기 상장사들의 영업이익은 지난해의 절반 수준으로 떨어졌다. 상반기 증시를 달궜던 이차전지와 반도체 업종도 힘을 잃으면서 증시 주도주의 '왕좌' 역시 비어 있다. 9월이 돌아왔다.

이윤희기자 stels@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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