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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기의 D사이언스] "국내과학계 `LK-99` 폄하 아쉬워… 초전도체 주도 기회 삼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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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K-99 논문 공개후 해외서 더 관심
국내선 뒤늦게 학회 차원 검증 나서
상온 초전도체 여부 떠나 의미 상당
전기 저항 제로 되면 신물질 가능성
초전도체 연구, 40여년 만에 호황기
국가 차원 투자 늘려야 주도권 잡아
[이준기의 D사이언스] "국내과학계 `LK-99` 폄하 아쉬워… 초전도체 주도 기회 삼아야"
원자력연 제공



이준기의 D사이언스

김찬중 한국원자력연구원 책임연구원


"작년 이맘때쯤일 거에요. 퀀텀에너지연구소에서 저를 찾아와 LK-99 논문에 실린 측정 데이터를 보여주면서 시료 한쪽이 잘 안 뜨는 이유를 묻더라구요. 그때 보니 그 회사에 초전도 분야 전문가가 없어 저항 측정 데이터에 다소 문제가 있었던 걸로 기억이 나요. 그래서 저항 측정방법과 측정센서 등에 대해 조언을 해줬지요."

김찬중 한국원자력연구원 영년직 책임연구원은 상온 초전도체 'LK-99'를 개발했다는 소식을 알려 전세계를 떠들썩하게 한 퀀텀에너지연구소와의 인연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당시 퀀텀 측은 초전도 물질합성 분야 전문가인 김 박사의 실험실을 찾아와 초전도체임을 입증할 수 있는 소위 '공중부양(완전반자성·마이스너 효과)' 실험 데이터에 대해 자문을 구했다.

김 박사는 "실험실에 온 연구자들을 보니 상온 초전도체 구현을 위해 치열하게 실험하고 고민한 흔적이 많아 보였다. 당시 상온 초전도체가 아니어도 전기저항이 제로가 된다면 뭔가 새로운 물질일 수 있다는 인상을 받아 그들이 가져온 실험 데이터에 대해 상세하게 리뷰를 해 줬다"고 기억을 떠올렸다.

LK-99는 논문 공개 이후 상온 초전도체 가능성이 있다는 의견이 나와 기대감을 높였다. 하지만 최근에는 국내외 주요 연구그룹에서 상온 초전도체가 아니라는 재현실험 결과가 잇따르고 있다.

[이준기의 D사이언스] "국내과학계 `LK-99` 폄하 아쉬워… 초전도체 주도 기회 삼아야"
김찬중 박사가 고온 초전도체 물질을 이용해 공중 부양(마이스너 효과) 실험을 하고 있다. 원자력연 제공

대담=이준기 ICT과학부 차장

김 박사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LK-99의 진위 여부와 상관없이 이를 재현하기 위한 실험은 계속 이어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상온 초전도체가 아니라고 해도 저항이 제로가 되는 새로운 물질일 가능성이 있다면 그 자체만으로 의미가 상당하다. 우리나라가 상온 초전도체 연구를 선도하는 기회로 적극 삼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LK-99가 촉발한 상온 초전도체에 대한 높은 관심을 계기로 우리나라가 세계 10위 경제대국의 국격에 걸맞게 혁신적·선도적 연구 패러다임으로 생태계를 전환할 시점"이라며 "미래 세상의 판도를 완전히 바꿔놓을 정도로 임팩트가 크고 파괴적인 혁신기술을 내놓기 위한 국가 차원의 투자를 늘려야 한다"고 지적했다.

◇금속의 반짝임에 끌려 재료과학자 '입문'

어릴 적 수학을 남달리 좋아하고 잘 했던 김 박사는 장래 희망으로 수학 선생님을 꿈꿨다. 초·중·고교를 졸업하고 대학 진학 무렵, 수학 관련 학과 대신 금속공학과를 선택했다.

그는 "반짝반짝 빛나는 금속을 보면 왠지 끌렸다. 그 좋은 느낌 때문에 결국 금속공학과를 지원했다"고 설명했다. 이후 대학원에서 우라늄 금속 전공으로 석사학위를 받았다. 초전도와의 인연은 석사 졸업 무렵이었다. 당시 고온 초전도체 발견으로 전 세계적으로 초전도에 대한 관심이 폭발적으로 커졌고 관련 연구도 활발했다. 이런 영향으로 박사 과정에 진학해 초전도 물질 합성 연구를 하면서 자연스럽게 초전도 분야 연구자로 발을 내디뎠고, 지금까지 35년 동안 한 우물을 파고 있다.

김 박사는 "1986년 초전도의 임계온도 한계였던 절대온도 30K를 넘는 35K에서 산화물 고온 초전도체가 발견되면서 연구에 붐이 일었다. 당시 나도 초전도 연구를 해 보자는 생각에 전공을 바꿨다"고 말했다.

◇"초전도 현상, 볼 때마다 새롭고 신기해"

김 박사는 초전도 현상을 볼 때마다 새롭고 신기하다면서 환하게 웃었다. 특히 초전도체의 공중 부양은 볼 때마다 재미있다고 했다.

그는 "초전도는 물질 조성과 구조를 어떤 식으로 변화를 주고 온도를 높이고 낮추느냐에 따라 그 모습이 다 달라진다"며 "다양하고 변화무쌍한 초전도 현상의 양상 덕분에 지금까지 한 우물만 팔 수 있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초전도는 임계온도 이하의 초저온에서 전기저항이 '0'이 되는 물질로, 갑자기 저항이 사라져 전류가 계속 흐른다. 이런 특성 덕분에 저항제로 전기송전, 무공해 발전, 고효율 에너지 저장, 자기부상열차, 핵융합 발전 등 다양한 분야에서 인류 문명의 미래를 바꿔 놓을 혁명적인 기술로 기대된다.

김 박사는 "100년 전에 발견된 초전도 현상의 실체에 대해 아직도 인류는 완전히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 상온에서 초전도체를 구현할 수 있다면 지금의 세상을 한순간에 바꿔 놓을 일대 혁신이 이뤄질 것이고, 그 기술을 확보한 나라가 글로벌 기술패권 국가가 될 것"이라고 했다.


가령, 발전소에서 만들어지는 전기의 4%가 저항 때문에 중간에서 사라진다. 이렇게 사라지는 전기량을 경제적 가치로 환산하면 미국에서만 1년에 22조원에 달한다.
우리나라도 1조4000억원 정도 된다. 상온 초전도체를 구현하면 세계적으로 수백 조원 가치의 전기를 회수할 수 있다.

◇초전도 연구, 30년 주기 '호황·침체 반복'… "K-초전도 연구로로 호황기 접어들 것"

초전도 현상은 1911년 네덜란드 물리학자인 오네스가 극저온에서 수은 저항을 측정하던 중 절대온도 4.2K에서 저항이 사라지는 현상을 처음 발견해 세상에 알려졌다. 오네스는 1913년 이 공적으로 노벨물리학상을 수상했다. 이후 1957년 바딘, 쿠퍼, 슈리퍼 등 3명의 과학자가 초전도 현상을 설명하는 BCS 이론을 완성해 1972년 노벨물리학상을 받았다.

이어 1962년 영국 케임브리지대 대학원생이던 조셉슨은 두 초전도체가 얇은 절연체 막을 사이에 두고 결합됐을 때 초전도체만이 갖는 조셉슨 효과를 예측했고, 1963년 기에브는 초전도 접합의 터널 현상을 발견해 두 사람은 각각 1974년 노벨물리학상을 받았다. 1986년 스위스 IBM 연구소의 베드노르츠, 뮐러는 35K에서 고온 초전도체를 발견해 1987년 노벨물리학상을 수상했다. 초전도체 연구로 노벨상 수상자가 5번 탄생한 것이다.

김 박사는 "초전도 현상 발견 이후 30∼40년을 주기로 연구가 호황기와 침체기를 겪으면서 지금까지 이어왔다"면서 "1980년대 후반 고온 초전도체 발견 후 40년 가까이 침체기였던 초전도체 연구가 'LK-99'로 인해 다시금 호황기에 접어들 것으로 기대된다"고 했다. LK-99 발표를 계기로 많은 과학자들이 상온 초전도체 연구에 경쟁적으로 뛰어들고, 어마어마한 파괴력을 확인한 글로벌 기업의 투자도 늘어날 것이라는 게 김 박사의 전망이다.

그는 "전 세계 과학계가 우리나라를 이만큼 주목했던 적이 없었던 만큼 이번 기회에 우리가 상온 초전도체 연구를 주도할 수 있게 역량과 자원을 집중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우리나라는 고온 초전도체 발견 후 정부 차원의 투자가 이뤄졌지만 지금은 사실상 정부 주도의 연구비 투자가 전무한 상황이다.

[이준기의 D사이언스] "국내과학계 `LK-99` 폄하 아쉬워… 초전도체 주도 기회 삼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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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온 초전도체 같은 도전적 연구 나서야"

김 박사는 상온 초전도체를 계기로 우리나라 연구 패러다임을 추격형에서 선도형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혁신적·도전적 연구를 수행하는 생태계로 바뀌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그는 "국가 R&D 예산이 매년 가파르게 늘었지만 과학계가 국가와 국민이 체감하는 혁신적 연구성과를 못 내놓고 있다는 지적이 있다"며 "이를 불식시키기 위해서라도 좀더 모험적·도전적 연구를 하는 체제로 과학계 스스로가 혁신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정부가 내년 R&D 예산을 삭감한 상황이지만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고 지금껏 누구도 하지 않은 선도적 연구를 통해 과학계가 국가와 국민에게 보답해야 한다"고 말했다.

◇"LK-99, 우리 스스로 부정적 인식…초전도 전도사로 뛰겠다"

김 박사는 LK-99에 대한 부정적인 재현 결과 발표에도 불구하고 약간의 기대감을 내비쳤다. 특정 조건에 전기저항이 사라지는 완벽한 상온 초전도체가 아닐지라도 전기저항이 제로가 되기만 하면 '완전도체' 특성을 지니는 새로운 물질일 가능성이 있다고 조심스럽게 예측했다. 그는 "저항이 제로가 되는 물질을 개발했다는 것만으로 대단한 발견이고 산업적 가치가 크다고 할 수 있다"며 "상온 초전도체 여부와 상관없이 더 많은 연구가 이어져야 하는 이유"라고 했다.

김 박사는 LK-99를 대하는 우리 과학계에 쓴 소리를 했다. LK-99 논문 공개 후 국내보다 해외에서 더 많은 관심을 갖고 재현 실험에 뛰어들었다. 반면 국내 과학계는 뒤늦게 학회 차원에서 검증위원회를 꾸려 검증에 나섰다.

그는 "우리 과학계는 LK-99에 대해 처음부터 상온 초전도체가 아닐 것이라고 판단했던 것 같다. '검증', '논란' 등의 단어를 써 가며 다소 폄하한 것도 사실이다"면서 "새로운 과학적 발견을 겸허하게 대하고, 이를 더 나은 발견으로 발전시킬 수 있도록 보다 성숙한 자세와 문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 박사는 과학자의 사회적 책임과 역할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바쁜 일과 속에서 소외계층을 위한 과학강연과 개도국을 위한 적정기술 보급, 과학대중서 발간 등에 힘쓰는 이유다.

그는 "과학기술을 통해 세상을 따뜻하게 만들어 가는 것이 과학자의 진정한 역할이라는 생각에 과학문화 확산과 과학기술 대중화 운동에 앞장서고 있다"면서 "LK-99 이후 초전도 분야에 대한 국민적 지식과 이해가 높아진 만큼 소통을 한층 강화해 '초전도 전도사'이자 '과학기술 앰베서더' 역할을 해 나가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이준기기자 bongchu@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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