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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칼럼] 극단의 시대, 종북과 친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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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세희 정치정책부 기자
[현장칼럼] 극단의 시대, 종북과 친일
"어느 편이냐, 누구 편이냐"

이청준의 소설 '소문의 벽'에 나온 한 질문이다. 한국전쟁이 터진 가을밤 국군인지 인민군인지 알 수 없는 자들은 주인공 가족이 자고 있는 집에 들이닥쳐 전짓불을 얼굴에 비추며 이렇게 물었다. 대답 한 마디에 생사가 갈리는 순간이었다.

오늘날의 정치·사회적 분위기와 많이 닮았다. 진보 혹은 보수라는 이념적 정체성을 공유하는 집단은 그들의 눈으로만 세상을 바라본다. 필연적으로 자기편은 절대선이고 상대편은 절대악이란 이분법을 낳는다. 한 마디로 정의하면 극단이다.

첫째, 사고의 극단. 일본 후쿠시마 제1원자력 발전소 오염소 해양 방류 문제를 둘러싸고 극명하게 드러났다. 대부분 강성 지지자들이다. 여권 지지자들은 방류를 반대하는 사람들을 '괴담 선동자'로 간주한다. 이들의 선동이 우리 수산물에 대한 불신을 가중시켜 어민들에게 피해를 입힌다는 것이다. 가짜뉴스 유포자를 찾아내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야권 지지자들도 다르지 않다. "한국 바닷물의 삼중수소 농도가 기존 농도에서 17만분의 1정도 추가될 뿐"이라는 전문가의 말을 수용하는 여권 지지자들을 납득하지 못한다. 후쿠시마 방류수가 태평양을 한 바퀴 돌아 4~5년 뒤에 한국 해역에 도착한다는 분석도 이들에겐 의미가 없다.

그러나 양측 모두 방사능이 체내에 축적되면 위험할 수 있다는 사실엔 공감한다. 그만큼 방사능 오염수를 두고 우려할 수도 있고, 다른 예상도 내놓을 수 있다. 충분히 신중해야 한다.

게다가 오염수가 바다 생물에 끼칠 영향에 대한 분석은 나오지도 않았다. 방류에 반대하는 측은 '무조건적인 선동'을 지양하고, 찬성하는 측도 '과학의 한계'를 되돌아봐야 한다. 오염수 방류 반대 여론도 높다. 범사회적으로 공론화해서 차분하게 논의해야 할 사안이다.


둘째, 이념의 극단. 최근 국방부가 육군사관학교 내 홍범도 장군을 비롯한 독립군·광복군 영웅 5인의 흉상 이전을 추진하는 것에서 드러났다. 이종섭 국방부 장관은 지난 25일 국회에서 "육사에 공산주의 활동 경력이 있는 사람이 있어야 되느냐에서 (이 논의가) 시작됐다"고 말했다. 5인 가운데 홍범도 장군(1868~1943)의 1920년대 소련 국적 취득 및 공산당 가입 이력을 문제 삼은 것이다.
그러나 일제 식민지배에 맞서 투쟁을 했던 독립군들에겐 해방을 맞을 때까지는 조국의 이념 정체성은 차후의 문제였지 그리 중요하지 않았다. 자유주의나 공산주의 상관없이 각자 서 있는 자리에서 최선이라고 믿은 길을 택했을 뿐이다. 유승민 전 의원이 일리 있는 지적을 했다. 그는 "홍범도 장군은 해방 2년 전 작고해 북한 공산당 정권 수립이나 6·25 전쟁과는 아무런 상관이 없다"고 했다.

마지막 폭력의 극단. 최근 가수 노사연 씨 자매가 윤석열 대통령의 부친상 조문을 다녀왔다는 이유로 SNS에서 일부 세력으로부터 욕설과 협박을 받고 있다. 심지어 그의 부친이 한국전쟁 당시 '마산 민간인 학살 사건'을 주도한 인물이라는 폭로 글까지 등장했다.

그러나 개인적인 문상은 정치적 입장과 상관없는 자유의 영역이다. 욕설과 협박을 받을 이유가 없다. 가족의 과거사까지 연좌제적 시각으로 투영할 일도 아니다. 더구나 노 씨 자매는 이모인 가수 고(故) 현미(본명 김명선) 씨의 장례식 때 조의를 표한 윤 대통령에게 감사의 뜻으로 부친의 빈소를 찾은 것으로 알려졌다.

나랑 다르면 무조건 적이 되는 극단의 시대다. 이런 시대는 반드시 극복돼야 한다. 막말이 아닌 한 자신의 의견을 자유롭게 말할 수 있는 사회 분위기가 형성돼야 한다. 민주와 대화는 반대 쪽에 있는 말이 아니다. 오히려 진정한 민주주의 국가는 다양한 견해가 나오고 논의하는 구조가 형성된다. 정의가 강물처럼 흐를 수 있다는 사고의 전환이 필요하다. 모두의 생각을 일원론적으로 통제하려는 사회처럼 위험한 사회는 없다.

김세희기자 saehee0127@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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