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 디즈니랜드에선 10시간 20분 보내
"10박 12일 꿈같은 여행" 소감 남기기도
부안군 "'외유성 출장' 사실과 다르다"
"10박 12일 꿈같은 여행" 소감 남기기도
부안군 "'외유성 출장' 사실과 다르다"
사실상 잼버리와 관련 없는 외유성 출장을 한 셈이다.
8일 국외출장연수정보시스템에 따르면, 부안군 공무원 4명은 지난 2019년 10월 3일~13일까지 영국 런던과 프랑스 파리로 출장을 다녀왔다. 이들의 출장 목적은 '영국의 세계잼버리대회 개최지 및 도시재생 우수사례 연구', '프랑스 파리의 우수축제 및 자연자원 랜드마크 연구'다. 그러나 런던은 103년 전인 1920년에 세계잼버리를 열었고, 파리에선 개최된 적 없다.
일정 자체가 잼버리와는 연관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이들은 아멕스 스타디움을 다녀온 뒤 느낀 점에 대해 "운동장과 관중석이 가깝게 설계돼 생동감 넘치는 경기 관람 가능, 부안군만의 특색있는 체육관 건립" 등의 내용을 적었다.
게다가 이들이 아멕스 스타디움을 찾은 당일엔 손흥민 선수가 소속된 토트넘 원정경기가 치러졌다. 일부러 부안군 공무원들이 경기를 직관하기 위해 일정을 끼워넣은 것이 아니냐는 말이 나온다. 손 선수는 이날 선발로 출장해 72분간 경기를 소화하고 교체됐다. 토트넘은 브라이튼에 0대 3으로 패했다.
이밖에도 이들은 프랑스 파리에서 몽마르뜨 포도축제에서 와인 시음 행사에 참여하고, 지네르니 모네 정원 등을 들렀다. 보고서에는 "지역의 자원을 활용한 축제", "시민정권사 확대 운영으로 군민이 가꿔나가는 부안만의 지속가능한 지방정원 조성"이라는 내용이 적혔다.
2017년 출장도 2019년과 다르지 않았다. 부안군 공무원 4명은 2017년 7월 13일~24일까지 10박 12일간 크로아티아, 슬로베니아, 체코, 오스트리아, 헝가리, 독일을 다녀왔다. 이들은 체코 프라하성, 오스트리아 모차르트 생가, 독일 마르크트 광장 등 주요 관광지를 들렀다. 이들은 해외 연수 소감으로 "10박 12일 동안 꿈같은 여행", "지금도 생각하면 잊지 못할 추억", "프라하 성의 전경은 저녁에 맥주를 마시고 바라보고 싶을 정도의 매력적인 곳"이라고 남겼다. 그러나 출장 목적은 '세계잼버리 새만금 유치를 위한 홍보활동 전개'였다.
같은해 6월 '세계잼버리 대회의 새만금 유치를 위한 홍보활동 전개'를 내세우고 떠난 출장에서도 '외유성 관광'으로 의심될 만한 여러 사례가 드러났다. 당시엔 3명의 공무원이 6월 30일~7월 13일까지 12박 14일 일정을 잡고 영국, 프랑스, 체코 출장을 갔다. 이들은 영국 대영박물관·버킹엄궁전, 체코 프라하성, 프랑스 에펠탑 등 주요 관광지를 들렀으며, 뮤지컬을 관람하기도 했다.
잼버리 관련된 해외 출장 목적은 두 가지 양태를 보인다. 하나는 유치전 성격, 하나는 선진 문물 탐방 목적이다. 겉으로 봤을 땐 문제는 없다. 문제는 보고서 세부 내역을 뜯어봤을 때다. 부실한 출장이 적지 않다. 출장 일정표도 프라하성 내부구경 및 근위병교대식 관람·존레논벽 및 하벨시장 관람 등의 일정이나 몽생미셸 수도원 등 관광코스로만 짜여져 있다. 보고서 말미에 적는 느낀 점 역시 잼버리와 직접적인 관련이 없는 '지역 축제 접목할 방안 고민', '지역 사업 벤치마킹' 같은 식이다.
이런 가운데 새만금 세계잼버리 주최 측이 1000억원대의 예산 대부분을 조직위원회 운영에 쓴 것으로 드러나면서 예산 사용처에 대한 의문도 이어지고 있다. 정부 중앙부처와 지자체 공무원 등이 새만금 세계잼버리를 이유로 떠난 해외 출장은 총 101건이다. 전북도가 57건(56.4%)으로 가장 많고, 이어 부안군 25건(24.8%), 새만금개발청 12건(11.9%), 여성가족부 5건(5%), 농림축산식품부 2건(2.0%)이다.
외유성 출장 논란이 거세지가 부안군은 해명자료를 냈다. 군은 "잼버리에 대한 부정적 평가에 이어 사실과 다른 보도로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밝혔다. 군에 따르면 잼버리와 관련한 해외 출장은 16건이며, 이 중 10건은 한국스카우트연맹·전북도 등과 함께한 유치 활동 또는 스카우트 총회 참석 차원이었다.
군은 축구 관람 및 디즈니랜드·에펠탑 방문 등은 잼버리 관련 출장이 아니라 직원 사기진작 차원에서 추진한 배낭여행 연수 일정이라고 밝혔다.
군 관계자는 "출장 비용은 모두 군비로 충당했으며, 잼버리 예산은 전혀 사용하지 않았다"며 "부안군은 잼버리가 안전하게 끝날 수 있도록 앞으로도 최선을 다할 계획"이라고 했다.
김세희기자 saehee0127@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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