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타임스

 


[오늘의 DT인] "뼈저린 실패가 창업의 밑거름… 우리가 조각투자 표준 만들고 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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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때 무작정 떠나 험난했던 美유학으로 창업의 꿈 키워
'투자를 거꾸로 읽는다'는 철학 '작은실험'으로 2전3기
"조각투자·토큰증권 새로운 금융으로 자리 잡고파"
[오늘의 DT인] "뼈저린 실패가 창업의 밑거름… 우리가 조각투자 표준 만들고 있죠"
김형준 테사 대표.



미술품 조각투자 플랫폼 '테사' 김형준 대표

"항상 직접 몸으로 부딪쳐 겪으며 사회를 배웠던 것 같아요."

테사는 요즘 '핫한' 미술품 조각투자 플랫폼이다. 투자자들은 1000원 단위로 고가의 미술품을 공동으로 구매해 지분을 보유, 미술품 대여나 재매각에 따른 수익을 배분받을 수 있다.

미술품 조각투자업계의 리더로서 사업구조 재편은 물론 기업들에 관련 설명회와 강의들을 다니느라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는 김형준(46) 테사 대표. 그는 자리에 앉자마자 대학생 시절, 더 넓은 세상을 경험하고 싶어 편도 티켓만 끊어 무작정 떠났던 미국 유학 얘기를 들려줬다. 태동기에 불과한 새로운 사업에 도전장을 내밀고, 새로운 길을 만들고 있는 그의 성격을 짐작할 수 있게 해주는 대목이다.

1998년 외환위기 당시 고려대 2학년으로 재학 중이던 그는 휴학을 하고 아르바이트를 해 번 돈을 챙겨 아무런 연고도 없는 뉴욕으로 떠났다. 유학원 좁은 방을 오가며 12시간씩 일한 날도 있었고, 센트럴파크 근처 벤치에서 잠깐 눈을 붙였다가 비에 잠을 깬 날도 있었다. 당시 15개월 간의 경험은 '창업'에 대한 강렬한 꿈을 키워준 큰 밑거름이 됐다. 그는 "영어도 못하고 돈도 없을 때 했던 미국 생활에서 사회에 대해 많이 배웠다"며 "귀국할 때쯤 라스베이거스의 화려한 야경을 보면서 창업을 해야겠다고 다짐했다"고 회상했다. 한국으로 돌아온 그는 석사 과정을 밟았고, 석사 논문 한켠에도 창업에 대한 내용을 담았다.

컴퓨터를 전공한 그는 고려대에서 석사를 마친 후 SK 계열사에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로 입사했다. 이어 마케팅을 배우기 위해 상품기획부서에 지원해 옮겼다. 삼성SDS 신사업 기획부서로 이직한 그는 중국에 출장차 들렀다가 만난 이스라엘 스타트업 회사에서 오퍼를 받았다. 김 대표는 "이 기회에 유대인에게 사업을 배워야 겠다는 생각으로 큰 고민 없이 수락했다"며 "유대인 5명, 중국인 1명이 전부였던 회사가 4~5년 만에 중국 지부에만 현지인 직원 300명이 될 정도로 성장했다"고 설명했다.

여기까지 오는 데 탄탄대로만 펼쳐져 있던 건 아니다. "뼈저린 실패가 더 많았어요. 하지만 그 실패는 현재 사업을 만들 수 있었던 자양분이 됐습니다." 중국 시장을 겨냥한 스타트업에서 일하면서 중국 모바일 시장에 대해 제대로 공부하게 됐다. 이를 바탕으로 자신의 첫 회사로 중국을 겨냥한 모바일 광고회사를 론칭했다.

하지만 사업체 운영은 기술력과 아이디어만으로 가능한 일이 아니었다. 특히 당시 중국 IR(기업설명회) 시장은 한국인 사업자에게 후한 분위기가 아니었다. 투자 문제로 마음 고생을 하던 김 대표는 이를 정리하고 두 번째 창업에 나선다. 두 번째 도전은 '미술품'이 대상이었다. 이유는 단순했다. 김 대표는 "돈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가지는 상품이 뭘까, 그렇게 시작한 거였어요. 공통점은 미술품이더라고요"라며 웃었다.

우선 신진 작가의 작품을 정조준했다. 프로젝트를 4~5년여간 진행하면서 신진 작가 풀도 1만명으로 늘렸다. 외국 작가 작품만 5만여점을 보유할 정도로 규모가 커졌다. 단순히 작품을 판매하는 것을 넘어 작품 이미지를 스트리밍화하는 등 아이디어가 넘쳐났다. 하지만 신진 작가 작품을 대상으로 하는 사업은 역시 한계가 있었다. 작품 단가 자체가 낮아 직원 월급 주기에도 빠듯했기 때문이다.

김 대표는 "두번째 사업을 하면서 시장이, 그리고 대중이 원하는 게 무엇인지에 대해 계속 생각했다"며 "그래서 얻은 답은 '투자적 관점으로 다시 설계하자'였다"고 설명했다. 테사(TESSA)라는 사명도 거기서부터 시작됐다. 테사의 영어 스펠링을 거꾸로 뒤집으면 'ASSET'(자산)이 된다. 그는 "테사는 '투자를 거꾸로 읽는다'는 철학에서 시작됐다"라며 "일반인들이 미술에 투자할 수 있도록 만들려면 신진이나 중견 작가가 아닌 '블루칩'(주식시장에서 대형 우량주를 통틀어 의미하는 용어) 미술품을 대상으로 해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또 "(미술품에 투자한다는) 개인적인 만족도 있겠지만 결국 수익이 나는 투자가 본질"이라고 강조했다.

이 가설을 스스로 증명하기 위해 그는 플랫폼을 구축하기 전 '작은 실험'을 했다. "통상적이라면 먼저 플랫폼을 만들고, 유입을 기다리고, 유료 모델로 전환하고는 과정을 거쳐야 하죠. 그러기에는 너무 시간이 많이 든다고 생각했어요. 그전에 사람들이 유명 작가의 미술 작품을 '일부'라도 살 것인지를 확인하고 싶었어요. 남아있던 시드 머니로 데이비드 호크니의 판화를 두 점 사서 강남 블루보틀 건물의 지하를 하루 빌려 '호크니 나잇'이라는 전시를 열었습니다."

실험은 성공이었다. 기껏해야 150~200명이 정원인 공간에 목요일 저녁 하루 만에 350명이 넘는 사람들이 몰렸다. 그는 그 자리에서 "이런 작품을 앞으로는 1만원으로 쪼개 살수도 있다"며 조각투자를 기반으로 한 투자계획을 발표했다. 이어 시장수요가 크다는 확신을 갖게 되자 2020년 4월 테사 모바일 앱을 론칭했다.

조각투자에 대한 불신도 적지 않았다. "그림(실물)도 못가져가는 데 누가 돈을 낼 것이냐" 하는 부정적 시선도 컸다. 하지만 막상 두껑을 열어보니 예상외로 관심이 높았다. 현재 테사 플랫폼의 회원수는 13만명을 넘는다. 실제 투자자는 3만5000명 이상이다. 누적 공동구매 미술품 가액은 330억원 규모다. 공동구매한 미술품은 평균 25% 정도 몸값이 높아졌다.

조각투자 선발주자로 승승장구 하던 것도 잠시 또다른 시련(?)이 닥쳐왔다. 금융당국이 토큰증권(ST)을 제도화 하겠다고 밝히고, 기존 조각투자를 증권성이 있는 상품으로 규정했다. 이에 사업이 일시 중단됐다. 자본시장법상 투자계약증권으로 분류되면 투자 판단에 중요한 영향을 미치는 정보를 설명하고, 물건 보관 위치 등에 대한 정보가 기재된 증권신고서가 발행돼야 하며, 투자자 예치금을 별도 예치하는 등 투자자 보호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이에 따라 새로운 형태로 기존 사업을 전환해야 하는 미션이 주어졌다. 이에 최근 6개월여 동안 당국 이행조치에 따라 투자자 보호방안을 마련하고 사업 구조를 개편하는 과정을 거쳤다.

이번 과정을 겪으면서 김 대표는 또다시 새로운 기회를 찾게 됐다. 테사는 '토큰증권화'를 먼저 경험한 선발 주자다. 경험이 축적돼 있다. 새로운 상품 소싱과 컨설팅은 물론 투자계약증권 발행 시스템 설계, 분산원장 기술 제휴 등 플랫폼화를 지원하는 새로운 사업 모델에 대한 자신감이 생겼다. 실제로 금융사, 게임사 등 다양한 분야의 기업들로부터 기술 제휴를 전제로 한 러브콜이 이어지고 있다. 그는 "테사가 새로운 시장에서 표준을 만들고 있다"며 자신감을 내비쳤다.

김 대표는 요즘 올 하반기 출시할 첫 투자계약증권 상품으로 어떤 미술 작품을 내놓을지 고민 중이다. 그는 "사업계획서를 쓸 때부터 '새로운 아트 금융 시장을 만들겠다'는 포부를 담았다"고 말했다. 그는 "투자와 관련된 사업이니 처음부터 결국 금융으로 갈 것이란 기대는 하고 있었지만 제도화와 함께 생각보다 더 빠른 시기에 그 시기가 다가오게 됐다"면서 "조각투자와 토큰증권이라는 새로운 개념의 금융이 시장에 잘 자리잡게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개인적인 목표를 묻는 질문에는 "오십이 되기 전에 인생에 있어 큰 전환점이 왔으면 좋겠다"면서도 "당장 복잡한 일이 정리되면 며칠 간 잠수 타 캠핑장에서 지내고 싶다"고 웃었다

. 신하연기자 summer@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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