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구학 이사 겸 편집국장
![[정구학 칼럼] 후쿠시마 오염수 괴담에 세뇌당하는 까닭](http://contents.dt.co.kr/images/202306/2023062102102251033001[1].jpg "[정구학 칼럼] 후쿠시마 오염수 괴담에 세뇌당하는 까닭")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집회에서 '핵 폐수'라는 극단용어까지 썼다. 탈레반식 환경구호로 총선까지 가겠다는 노림수다. 탈원전으로 나라를 말아먹으려 했던 문재인 정권의 바통을 이어받았다.
12년전 2011년 3월 일본 도호쿠(東北)지진, 해일로 발생한 원전사고로 방사능에 오염된 물을 정화처리해서 다음달 태평양에 내보내는 게 팩트다. 그 물도 시계방향을 따라 캐나다 미국 칠레 쪽으로 흐른다. 우리 바다엔 10년 뒤 올까말까 한다. 방사능의 오염정도와 영향이 극미한데도 괴담이 증폭되는 이유는 뭘까?
먹거리 괴담은 뇌의 작동원리상 이성보다는 감정을 자극해서다. 인간의 뇌와 몸은 진화론적으로 3만년 전쯤 원시 수렵채집생활에 머물러 있다. 원시인이 야수(野獸) 번개 같은 위험물을 맞닥뜨리면 재빨리 피해야 한다. 이성적 판단을 할 여유가 없다. 독버섯 같은 음식물도 마찬가지다. 누가 우물에 독을 풀었다는 괴담이 돌고 있다고 치자. 믿거나 말거나 우물물을 안마시는 게 상책이다.
위험한 상황을 맞으면 우리 뇌는 감정을 자극하는 편도체에 지배를 당한다. 흥분·불안·분노를 관장하는 편도체가 활성화되는 만큼 차분한 판단을 하는 전두엽의 작동은 쪼그라든다.
3년전 코로나 발생 초기 베트남 휴양지에 코로나 감염자가 다녀갔다는 뉴스가 국내에 돌았을 때다. 우리나라에선 베트남 여행을 서둘러 취소했다. 국내에도 코로나 감염자가 돌아다녔다는 구청의 동선 공개를 보고, 동네 약국과 식당을 기피했다. 코로나 바이러스가 햇볕에 몇초만 노출되면 죽는데도 그랬다. 우리의 뇌는 과학이 아닌 미신에 지배당했다. 중세기 유럽에서 흑사병이 돌자 엉뚱하게 집시를 마녀사냥한 것도 광기의 미신이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과학상식으로는 어설프기 짝이 없는 2008년 광우병 괴담도 마찬가지다. MBC PD수첩이 맥없이 쓰러지는 미국소 한마리 동영상을 내보내자 국민은 광화문으로 집결했다. 광우병이 진실이라면 미국 사람 대부분이, 아니면 일부 하층민이라도 광우병에 쓰러졌어야 했다.
광화문 인파는 '뇌송송 구멍탁' 괴담에 흥분했을 뿐, 객관적인 과학 진실에 귀를 기울이지 않았다. 좌파는 전교조와 환경탈레반을 내세워 어린 학생과 유모차를 끈 어머니까지 광기의 집회로 끌어들였다. 비이성적인 인간 뇌의 작동원리를 악용한 셈이다. 당시 이명박 대통령은 청와대 뒷산에 올라 촛불집회를 보며 항복 성명을 발표했다. 급한 불을 꺼야 했다. 이성적인 해명을 해도 안먹히니, 감성에 호소하는 식으로 대응했다.
필자는 일본 도호쿠 지진이 발생한 넉 달 뒤인 2011년 7월 아오모리 현을 취재한 적이 있다. 아오모리 현은 우리나라 아오리 사과의 원산지다. 원전 사고가 발생한 후쿠시마에서 북쪽으로 400㎞나 떨어졌다. 그런데도 한국인 여행객의 발길이 뚝 끊겼었다. 근해에서 잡는 명태와 멍게 등 수산물의 한국 수출길도 막혀 타격을 받았다.
우리의 노량진수산시장처럼 어패류를 사서, 좌판에서 먹는 그곳의 수산시장을 찾았을 때다. 필자를 비롯한 한국 취재진은 일본사람이 바다장어와 멍게를 날 것으로 먹는 것을 보고 깜짝 놀랐다. 한국에선 방사능 오염이 됐다고 난리난 수산물이었다. 현지인은 아무렇지도 않게 먹고 있었다. 처음에 찜찜해 하던 한국 취재진도 일본 수산물을 초장에 찍어 먹어봤다. 그 뒤로 12년이 흘렀지만 당시 음식 때문에 몸에 이상이 있다는 소식은 아직 못들었다. 먹거리 공포는 직접 경험해봐야 사라질 수 있다.
괴담은 짧고 진실은 영원하다. 문재인 전 대통령이 일본에서 지진과 해일로 죽은 사람 1368명을, 원전사고로 죽었다고 가짜뉴스를 퍼뜨렸다가 일본 정부의 지적으로 금방 들통나지 않았던가.
무더위에사람들은 생맥주를 마시며 "일본해에서 잡힌 세슘 우럭이 걱정"이라며 후쿠시마 오염수를 안주 삼아 얘기한다. 자신이 정작 안주로 먹는 황태, 먹태, 노가리 등의 90%는 러시아산이다. 이 안주는 후쿠시마 오염수가 북진하는 사할린에서 잡힌 명태를 말린 건어물이다. 2023년 여름 호프집에서 벌어지는 난센스 같은 풍경이다.
정구학 이사 겸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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