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윤희 금용부동산부 증권팀장
![[현장칼럼] 시세조정꾼들, 이대로 놔둘 건가](http://contents.dt.co.kr/images/202306/2023062002102269066001[1].jpg "[현장칼럼] 시세조정꾼들, 이대로 놔둘 건가")
미국 생활도 녹록지 않았다. 식당에서 잡일을 하며 생계를 꾸려가다 캐나다 몬트리올의 이탈리아인 은행에 취업을 하게 된 것을 계기로 금융계에 처음 발을 들인다. 자로시 은행은 훗날 그가 저지르는 사기 행각의 학교가 된다. 자로시 은행은 이탈리아 이민자를 대상으로 영업하며 시중보다 높은 이자율을 제시해 많은 예금을 끌어모았다. 하지만 은행은 이를 토대로 위험성이 큰 투자에 나섰다가 실패했고 결국 신규 고객의 계좌에서 돈을 빼다가 기존 고객에게 이자를 주는 돌려막기 끝에 망해버렸다. 이후 폰지는 위조 수표, 밀입국 사기 등 자잘한 범죄에 연루되며 수감생활을 하기도 했다.
그가 유명해진 것은 1920년대 대형 사기 사건을 벌이면서다. 폰지는 외국에서 사들인 만국우편연합 국제반신권을 미국에서 내다팔 때의 차익을 이용해서 투자자들에게 45일 내에 50%의 수익률을, 그리고 90일 내에 100%의 수익률을 낼 수 있다고 광고했다. 당시 한 달 사이에도 현재 가치로 수백억원에 달하는 거액을 모았다. 하지만 실상은 신규 투자자들의 투자금을 기존 투자자들에게 지급해주는 다단계사기였다. 1년도 지나지 않아 언론에 폰지의 사기가 드러나고 폰지는 구속된다. 피해금액만 현재 가치로 환산하면 수천억원에 달한다.
폰지 사기의 본질은 다단계 금융 사기다. 폰지라는 이름이 알려지는 중대한 계기가 됐던 이 사건이 일어난지도 100년이 넘었다. 그런데 100년 뒤에도 같은 비극이 반복되고 있다. 소시에테제네랄(SG)발 무더기 하한가 사태의 뒤에는 주가조작 세력이 있었다. 핵심 인물로 지목돼 구속된 라덕연 호안투자컨설팅 대표는 다단계 방식으로 투자금을 모아 조 단위의 자금을 운용하고 있었다.
골프선수와 병원장, 연예인, 유명 기업가 등이 나서 투자자를 모았고 새로운 투자자를 데려오면 수익의 50%를 떼어줬다. 차액결제거래(CFD)라는 파생상품을 이용해 레버리지 투자로 수익을 극대화하고 자신들의 정체는 거래 중개인인 증권사 등의 뒤로 숨길 수 있었다.
최근 또 한 번 5개 종목의 주가 폭락 사태가 일어났다. 이번에 핵심 당사자로 지목된 사람은 인터넷 카페 운영자 강기혁 씨다. 강 씨는 이번 하한가 사태의 원인이 증권사들의 대출제한과 만기연장 금지 조치에 있다고 주장했지만 시세조종이 있었다는 의혹이 제기돼 검찰이 조사에 들어갔다. 이 과정에서 그가 과거 코스피 상장사 주식을 대상으로 수백억원대 주가조작을 벌인 혐의로 수억원대 벌금형과 집행유예를 선고받은 전력도 드러났다.
이제 다 끝났을까. 여전히 많은 불법 투자자문사는 증권 계좌를 위탁받아 통정매매나 현실거래 등의 방법으로 시세조종을 시도하고 있다. 주식 리딩방은 오늘도 믿기 어려운 수익률과 전문가들을 들이대며 기승을 부린다.
21세기의 폰지는 인터넷 커뮤니티와 메신저 리딩방, 유튜브, 골프연습장, 연예인이 동원된 파티장에서 먹잇감을 노리고 있다. 달라진 점은 교묘하게 설계된 이 판에 들어오면 피해자마저 가해자가 되어 버린다는 것이다. 100년이 지난 뒤에도 고수익이란 미끼에 속아 다른 사람들까지 덫으로 몰아넣은 투자자들도 사기의 피해자이자 공모자가 아닐까. 그렇게 사기는 우리의 과욕에서 시작하는지 모른다. stels@dt.co.kr
[ 저작권자 ⓒ디지털타임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