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춘식 아주대 사이버보안학과 교수·전 한국정보보호학회장
![[포럼] 해킹에는 `정치적 중립`이 없다](http://contents.dt.co.kr/images/202306/2023061902102369807001[1].jpg "[포럼] 해킹에는 `정치적 중립`이 없다")
하지만 날로 고도화되고 교묘화되는 사이버 공격 등에 대한 바람직한 보안 대응 자세로는 다소 아쉬운 면이 있다고 생각된다. 국익 차원에서도 바람직하지 못하다고 생각된다.
더더욱, 세계 최강의 사이버 공격 능력을 가지고 있으면서 비대칭 전력의 핵심수단으로 사용하고 있는 북한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정부 부처는 물론이고 국가 기관이나 민관군도 서로 협력하여 대처해야만 하는 상황에서 국가기관간의 논쟁하는 모습은 바람직하지 못하다고 생각한다.
사실, 보안에는 완벽이 없다. 우리 조직에는 해킹이 없다고 주장하는 조직은 해킹을 당하고도 알지 못하는 것이지, 해당 조직의 보안 시스템이 완벽하고 보안 인력의 전문성이 너무 뛰어나서 해킹이 없는 것이 아니다.
보안시스템은 최소한의 예방 차원의 대책이다. 끊임없이 보안 관리하고 취약성을 점검하고 또 점검해도 '방어는 공격을 이길 수 없다'고 생각한다. 우리가 해킹을 당했다고 하는 것은 우리가 미리 탐지한 것보다, 해킹으로 인해 업무가 마비되고 정보가 유출된 이후에서야 알게 되는 것이 대부분이다. 물론 이것도 모르고 있는 조직이 비일비재하지만,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고 생각한다.
최근 해킹 등 사이버 공격을 통한 직접적인 선거 방해나 가짜뉴스 배포 등 SNS 여론전을 통한 특정 국가의 정치체제에까지 영향을 미치려는 시도가 눈에 띄게 언론에 많이 오르내리고 있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미국 대선 과정에서의 사이버 해킹 등의 공격 활동에 관한 것이다. 힐러리 클린턴 캠프의 선거 운동 본부장이었던 존 포데스타와 민주당 전국위원회 인사들의 이메일들이 해커들에 의해 해킹 유출되고, 위키리크스에 등장했었다. 아동학대 조직 음모론의 피자게이트 등 허위 정보도 난무했었다. 이렇듯 미국 대선 판에 영향을 줄 정도의 각종 가짜 뉴스, 정보 유출 등이 유난히 많이 등장했었다. 우리나라도 선거관리위원회에 의한 국가적인 선거를 많이 치루고 있다. 사이버 공간의 선전 선동과 유언비어 유포, 해킹 등을 통한 특정 후보나 정당 그리고 정부 등에 관련된 이메일 등의 정보 탈취 및 공개 등이 흔하다. 역 정보 확산 등을 통해 혼란 여론을 조성하고, 민주적 절차에 대한 신뢰를 무너뜨려 정부 불신 조장 및 남남 갈등을 유발했다. 결국에는 나라 전체의 혼란을 야기시키려 할 것임을 충분히 예상할 수 있다.
이러한 세계 각국의 선거 관련 해킹 사건과 북한의 사이버 공격 능력 등을 고려해 볼 때 우리나라 선거관리위원회의 사이버 보안에 대한 인식과 대응 노력은 더 철저해야 한다. 정치적 중립 논쟁보다도, 더 많은 보안 전문 인력과 적정한 예산 등 다소 지나칠 정도로 강력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다시 말하지만, 해킹에는 중립 논쟁이 없다. 해킹에는 국경이나 전선도 없고 전후방도 없고 휴전도 없고 비무장지대도 없다. 평시와 전시 구별도 없으며 실효성 있는 국제 규범도 없으며 오로지 진행 중의 해킹만이 존재할 뿐이다. 필요하면 오로지 해킹을 할 뿐이다.해킹을 위해서는 모든 수단을 총동원한다.
해킹과 같은 사이버 공격이 횡행하는 전쟁터와 같은 사이버 안보에서는 여야도 따로 없고 3권 분립도 따로 없으며 민관군도 물론 따로 없다. 오로지 국익과 국가의 안보 차원에서 국가가 할 수 있는 모든 자원을 총동원하여 합력하고 합심하여 대응해야만 하는 것이다.
이번 기회에 사법부와 입법부, 그리고 선거관리위원회나 헌법재판소 등도 국가 사이버안보전략에 별도로 추가 포함해야 할 것이다. 매년 국가 차원의 점검과 예방, 훈련 등이 포함된 세부 실행 계획을 만들어 국회 등에 보고하는 등의 정책이 마련돼야 한다. 세상에는 이미 해킹을 당한 조직과 앞으로 해킹을 당할 조직만이 존재한다.
사이버 안보는 자신이 최전방이다. 자신의 조직이 먼저 끊임없이 최선을 다해야 한다. 적극적으로 합력하고 합심하여 사이버 공격을 막아내고 또 막아내어야 한다. 해킹에는 중립이 없다. 오로지 해킹만이 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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