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봉진 변리사
![[포럼] 특허 평가, 변리사 끌고 감평사 밀어야](http://contents.dt.co.kr/images/202306/2023061602102369660002[1].jpg "[포럼] 특허 평가, 변리사 끌고 감평사 밀어야")
이처럼 오늘날 소위 잘 나가는 기업들은 지식재산권을 중심으로 하는 무형자산이 기업 가치의 핵심으로 자리 잡고 있으며, 이에 지식재산권에 대한 가치평가 역시 최근 중요한 이슈로 떠오르고 있다. 특허 등 지식재산 가치평가는 기업 인수·합병(M&A)이나 기술 이전 및 거래, 투자 유치, 현물 출자, 여신 등 다양한 분야에서 핵심 근거 자료로 활용될 수 있기 때문이다.
얼마 전 국회에서는 지식재산권 등 무형자산에 대한 가치평가를 누가 할 것인지를 두고 논쟁이 있었다.현재 국내 가치평가 시장에서는 변리사와 감정평가사, 그리고 발명의 평가기관, 기술의 평가기관 사이에서 이해관계가 충돌되고 있다.
특히 감정평가사의 경우, 감정평가사법 시행령에 특허 등 산업재산권을 감정평가 대상으로 나열하고 있기에 특허 등 산업재산권 감정 업무는 감정평가사의 고유 업무이기 때문에 이를 위반할 경우 벌금 등 제재를 가할 수 있다고 엄포를 놓으며 가치평가 시장의 독점을 주장하고 있다.
실제로 지금까지 국내 지식재산권 가치평가 시장은 감정평가사들이 주축이 되어 기업의 절세를 빙자한 탈세 목적용의 수많은 지식재산권 가치평가서를 양산했다. 이에 최근 국세청에서는 이 같은 편법 증여 및 탈세를 감지하고 의심업체에 대한 전수조사 등 강도 높은 세무조사를 실시하기도 했다.
일반적으로 국내 가치평가 시장에서 가장 범용적으로 사용하는 모델은 한국산업기술진흥원(KIAT)에서 발간한 가치평가 가이드라인이다. 감정평가사들의 경우 국토부에서 별도로 가치평가 가이드라인을 배포하고 있지만, 실제는 KIAT 모델을 거의 동일하게 카피하여 사용하는 수준이다.
KIAT 가치평가 가이드라인은 기술성, 권리성, 시장성, 사업성 등을 기준으로 두고 있다. 기술성에 관한 세부 평가항목에는 기술적 우월성, 혁신성, 활용성, 전망성, 기술수명, 대체성, 경쟁성, 기술차별성, 모방 난이도, 파급성 등이 있다. 권리성에 관한 세부 평가항목은 권리범위와 권리의 안정성 등이다.
감정평가사의 경우 시장성과 사업성 등에 관한 평가항목에서는 큰 어려움 없이 평가를 할 수 있겠지만, 앞서 제시한 기술성과 권리성 항목에서는 관련 전문지식이 부재해 제대로 된 평가를 수행하기 어렵다. 실제 감정평가사들이 작성한 보고서를 보면 기술성과 권리성 등급을 중간 수준으로 부여하며 그 근거를 제대로 제시하지 못한 보고서가 대부분이다.
특허 등 산업재산권 가치평가에서는 기술성과 권리성에 대한 제대로 된 평가가 수반되어야 기술의 경제적수명, 할인율, 기술기여도에서 오류를 범하지 않게 된다. 높은 사업성을 기대할 수 있는 기술이라도 특허 침해나 무효 가능성이 높다면, 해당 특허권의 가치는 0에 수렴할 수 있다는 점에 대하여 감정평가사들은 문외한이다. 그리고 실제 특허권에 대한 기술성과 권리성 판단에 전문성을 보유한 자격사는 변리사가 유일하다.
제대로 된 지식재산권 가치평가를 위해서는 기술과 특허에 대한 전문성을 가진 변리사가 해당 특허 등 지식재산권에 대한 가치평가를 마친 후 이를 바탕으로 감정평가사, 회계사, 경영학박사 등이 시장성과 사업성 평가를 수행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제대로 된 지식재산권 가치평가는 지식재산권의 활용을 촉진하고, 보호를 강화해 우수한 지식재산권의 창출로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를 만드는 초석이 된다. 부동산도 아닌 눈에 보이지 않는 지식재산권의 평가를 한 분야의 전문가가 독점할 수도 없고 해서도 안된다. 지식재산권 가치평가는 전문가 간의 협업이 필요하다. 지식재산권의 특성에 맞게 변리사가 앞에서 끌고, 감평사 등이 뒤에서 미는 협업 구조로 나아가는 것이 대한민국이 진정한 글로벌 IP 강국으로 발돋움할 수 있는 지름길이다.
[ 저작권자 ⓒ디지털타임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