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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병일 칼럼] `착한 척 정치`, 이제 뜯어고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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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병일 플루토미디어 대표
[예병일 칼럼] `착한 척 정치`, 이제 뜯어고쳐야
건강한 사회는 개인 각자의 양심과 절제만으로는 만들어지지 않는다. 국민을 편법과 탈법의 길로 '유혹하는 틈'을 만드는 '착한 척하는 정치'가 있는 한 불가능하다. 그건 정치가 죄악을 저지르는 것이다. 그런데 국민을 유혹하는 이런 달콤한 제도들이 지금 우리 주변 곳곳에 널려있다.

월급보다 많은 실업급여가 대표적인 사례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지난해 말 발간한 보고서 내용을 보자. '세후 소득이 실업급여보다 적어 근로 의욕을 낮추고 있다. 이는 OECD 국가 중 한국이 유일하다.'

휴일이었던 며칠 전 아파트 커피숍 옆자리에서 대화를 나누는 초로의 신사 말이 들려왔다. "조카가 요즘 편의점 아르바이트를 하다 그만두었는데, 실업급여가 급여보다 더 많다며 좋아하더라. 앞으로는 매번 의무 근무일수만 채우면 그만두고 놀면서 실업급여 탈거라네…." 이 말을 듣는 순간 지난해 부동산 사무실을 운영하는 분에게 들었던 이야기가 떠올랐다. "금융기관의 지점장으로 퇴직한 고객 한 분이 자꾸 저희 사무실에 직원으로 이름만 올려달라고 부탁을 해서 참 곤란해요. 여러모로 이익이 크다고 하면서."

달콤한 '제도의 유혹'이 세대를 막론하고 국민을 편법과 탈법으로 유인하고 있다. 의무 근무 일수만 일한 뒤 그만두고 실업급여를 타는 일을 반복하는 모습은 이제 새삼스러운 일도 아니다. 일이 익숙해질 만하면 그만두는 직원들이 많아서 힘들다는 사장이나 동네 병원 원장들이 많다. 취업 면접을 오기로 해놓고 안 오는 사람들이 너무 많아서 알아보니 면접이 실업급여를 타기위해 필요한 요식절차이기 때문이었다며 허탈해한다. 그렇다고 이게 수급자들에게 좋기만 한 게 아니다. 업무능력 향상이 힘들어지는 데다 무엇보다 마음 한구석에 남아 있을 죄책감은 어찌할 것인가.

물론 이런 달콤한 제도는 지속가능하지도 않다. 기준 금액을 올리고 수급 기간도 늘린 지난 문재인 정부 이후 실업급여 지급액이 크게 증가하면서 10조 원이 넘던 고용보험기금 적립금은 이제 바닥이 난 상황이다.

전월세대출도 달콤한 제도다. '주거권 보장'이라는 아름다운 명분 속에 전세대출 제도는 확대일로를 걸어왔다. 당장 살 집이 필요한 이들에게 손쉬운 전세 대출은 단비였다. 원래 가능했던 집보다 몇 단계 좋은 곳을 세금의 보조를 받아 저리의 이자를 내면서 계약할 수 있었다. 몇 년 전에는 무소득 청년도 특별한 담보 없이 대출을 받을 수 있도록 요건을 대폭 완화하기도 했다. 문제는 이 제도가 정작 집값 상승의 기반이 되었다는 데 있다. 전세시장에 큰돈이 유입되어 전세금이 올라가니 집값의 하방 지지선이 되어 결과적으로는 국민에게 고통을 주었다. 결과적으로는 요즘 문제가 된 역전세, 전세사기의 원인이 되기도 했다.

건강보험 재정 고갈 우려도 그렇다. 선진국 대비 저렴한 의료비와 높은 접근성을 근근이 유지해 오던 한국의 건보제도는 '보장성 확대'를 달콤한 명분으로 내세운 문재인케어 시행으로 위기에 처하게 되었다. 저렴하게 MRI를 찍어보고 몇천 원이라는 환자 본인부담액으로 간단한 감기에도 의료 쇼핑을 할 수 있으며 가사도우미나 베이비시터 비용보다 싼 입원비로 의사의 퇴원 권유를 거절할 때는 좋은 듯 느껴졌을 수 있지만, 정작 중요한 응급이나 중환의 경우는 위기에 처하게 되었다.

농민이나 노동자를 위한다는 명분을 내세운 양곡관리법 개정안과 노란봉투법 등 달콤한 명분의 법과 제도는 지금도 계속 등장하고 있다. 이는 농민이나 노동자를 위한 법이 아니다. 지속가능하지도 않을뿐더러 궁극적으로는 그들의 건강하고 자립적인 삶을 갉아먹을 달콤한 유혹이다.

당장은 매혹적이지만 지속 불가능한데다 편법과 탈법을 조장하는 나쁜 법과 제도를 리스트를 작성해 이제 하나하나 확 바꿔야 한다. 진짜 사람을 위한 정치, 진정한 착한 정치는 '가식과 위선의 정치'로는 불가능하다. 책임 지지도 못할, 아니 책임질 생각이 애초에 없는 '싸구려 위로의 정치'는 마약에 불과하다. 권리만 달콤하게 이야기하고 책임은 말하지 않는 정치는 우리의 미래를 망치는 독이다. 솔직해서 때로는 불편하고 야속하게 느껴지는 정치가 우리에게 약이 된다.

세상 착한 척 말하며 달콤한 법과 정책을 만들겠다고 말하는 정치와 정치인은 이제 퇴출시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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