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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DT인] 예체능 더 좋아하는 AI전문가… "궁금한게 너무 많아 잠이 안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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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T 입학당시 자기소개서 입학사정관들 돌려볼 정도 주목받아
2021년 '팀워크 중시' KT 들어와 초거대 AI '믿음' 개발 중추역할
골프·발레 좋아하는 두 아이 워킹맘… "요즘 재무제표에 빠졌어요"
[오늘의 DT인] 예체능 더 좋아하는 AI전문가… "궁금한게 너무 많아 잠이 안와요"
배순민 KT 융합기술원 AI2XL연구소장



KT 최연소 임원… 배순민 융합기술원 연구소장

"AI(인공지능)는 학습 데이터를 얼마나 풍부하게 주느냐에 따라 '초등학생 AI'가 나오기도 하고, '대학생 AI'가 나오기도 해요. 사회와 산업 현장에서 AI가 보다 활발하게 쓰이게 하려면 학습 데이터 활용을 포함한 법·제도 마련과 관련 규제 완화가 필요합니다."

배순민(43·사진) KT 융합기술원 AI2XL연구소장은 1일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뛰고 있는 우리나라가 글로벌 빅테크와 경쟁하면서 AI 독립성을 가지려면 해결할 과제가 많다고 밝혔다.

국내 대표 AI 전문가 중 한 사람인 배 소장은 2021년 KT 역사상 최연소 임원으로 발탁됐다. 그가 이끄는 KT AI2XL(AI to Everything lab)연구소는 인간의 시각 능력을 컴퓨터로 재현하는 비전 AI와 XR(확장현실) 기술을 개발하는 조직이다. 배 소장은 220명 규모 조직을 이끌면서 KT의 초거대 AI '믿음' 개발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천재과'가 분명한 배 소장은 어릴 때부터 특출났다. 새로운 것에 대한 호기심으로 똘똘 뭉쳐 있었다. 호기심은 학습 동기로 이어졌다. 이공계 집안에서 태어난 그는 경기과학고를 거쳐 KAIST에 입학했다. 초등학교 때 우연히 접한 프로그래밍과 코딩이 그를 컴퓨터사이언스 전공으로 연결시켰다. 거기에 그치지 않고 경영공학, 응용수학까지 3개 전공을 동시에 팠다. 뭔가를 배우는 것 자체를 즐기는 그는 KAIST 졸업학점이 130점이었는데 170학점을 채웠다.

"전 사실 이공계 스타일이 아니에요. 3개 전공을 했지만 가장 자신 있었던 건 경영공학이었어요. 초등학교 친구들이 KAIST에 입학했다는 소식을 듣곤 다들 깜짝 놀랐죠."

KAIST 졸업 후 미국 MIT(매사추세츠공대)에서 전기전자컴퓨터공학 석·박사 학위를 받았다. 당시 자신이 왜 MIT에서 공부해야 하는지를 서술한 자기소개서는 입학사정관들이 돌려볼 정도로 주목받기도 했다. 귀국 후 삼성테크윈 로봇사업부 AI개발팀장, 네이버 클로바 AI리더를 거쳐 2021년 KT에 영입됐다.

80년대생으로 200명 넘는 조직을 이끄는 배 소장은 "원래 혼자 일하는 것보다 많은 사람들과 함께 하는 것을 좋아한다. 팀워크를 중시하는 KT 기업 분위기와도 잘 맞다"면서 연구만 하는 대학교수보다는 속도가 빠른 기업에서 많은 사람들과 호흡을 맞추면서 기술로 돈을 만드는 일을 하는 게 좋다고 말했다.

KT가 개발하는 초거대 AI '믿음'에 대해 배 소장은 "AICC(AI컨택센터), '기가지니'같이 공감과 전문 상담이 모두 가능한 AI 모델로 개발하고 있다"면서 "반도체부터 인프라, API(응용프로그램 인터페이스), '지니랩스' 기반 생태계까지 AI 구현에 필요한 전체 기술과 서비스를 제공하는 게 KT의 접근"이라고 말했다.

KT는 AI스피커, 컨택센터 등 기존에 AI를 활용하던 영역부터 초거대 AI를 적용할 예정이다. 국가, 산업, 사회 전반의 DX(디지털전환)와 AI 확산을 뒷받침하겠다는 구상이다. 믿음은 매개변수(파라미터)가 약 2000억개 수준으로, GPT-3.5의 1750억개보다 많다. 배 소장은 매개변수의 개념과 관련해 "매개변수가 1억개라고 하면 주어진 과제를 풀기 위해 1억개의 수학식을 푼다고 생각하면 된다"고 설명했다.

우리나라는 미국, 중국, 이스라엘과 함께 독자적인 초거대 AI 플랫폼을 보유한 세계 4개 나라 중 하나다. 달아오르는 초거대 AI, 생성형 AI 경쟁에서 앞으로 치고 나갈 충분한 기초체력을 갖춘 것이다.


AI는 전문가들조차 그 발전속도를 따라가기 벅찬 영역이다. 하룻밤 사이에도 수많은 혁신이 일어나고 이슈가 발생한다. 배 소장은 그러나 기술만 파고들지 않는다.
[오늘의 DT인] 예체능 더 좋아하는 AI전문가… "궁금한게 너무 많아 잠이 안와요"
배순민 KT 융합기술원 AI2XL연구소장



"제 MBTI가 ENFP예요. 공부와는 거리가 좀 먼 유형이죠. 지금도 가장 자신 있고 재미 있는 건 예체능, 그 중에서도 몸 쓰는 체육이에요."

운동을 좋아한다는 배 소장은 탁구, 골프 등 종목을 가리지 않는다. 방송댄스와 발레도 한다. 음악도 좋아해서 첼로를 배우고 있고, 피아노도 친다. 미술도 좋아해서 대학교 때까지 미술학원을 다녔다.

외부 활동도 활발하다. KAIST 문화기술대학원 겸직교수, 대통령직속 디지털플랫폼정부위원회 AI·데이터 분과위원, 코리아테크스퀘어 공동연구소장, AI미래포럼 공동의장을 맡고 있다. MIT에서 만나 반도체 연구원으로 일하는 남편과의 사이에 중학생, 초등학생인 딸과 아들을 키우는 워킹맘이기도 하다.

천재들에게 24시간은 더 천천히 가는 걸까. 아니면 뇌가 같은 1초도 더 정밀하게 쪼개서 AI처럼 학습하고 활동하는 것일까.

배 소장은 "원래 잠이 별로 없다. 지금도 하루 4시간 정도를 자는데, 그마저 자려고 노력해서 그 정도"라고 했다. 잠을 이루기 힘든 불면증이 아니라 세상에서 궁금하고 알고 싶은 게 너무 많기 때문이다. 저녁 식사 후 평균 취침시간인 새벽 2시 넘어서까지가 오롯이 그만의 호기심 채우기 시간이다.

"요즘은 재무제표에 푹 빠져 있어요. 늘 궁금한 것을 파고들어서 배우죠."

AI 글로벌 경쟁에서 한국이 뒤지지 않으려면 천재급 전문가뿐 아니라 절대적인 규모의 AI 기술자, 현업에서 AI를 활용하는 이들이 함께 포진해 있어야 한다. 배 소장은 우리나라가 인프라, 정부 전략, 개발수준 등은 세계적으로 앞서 있지만 AI 기술자 규모는 여전히 부족하다고 짚었다. 데이터 확보, 사회여론 등 연구환경, R&D의 질, 비즈니스·창업·투자활동도 부족한 편이라고 평가했다.

"국내 기업들의 AI 도입률이 글로벌에 비해 극히 낮은데, 기업들은 데이터 확보, 비용 부담, 전문성 부족 등으로 어려움을 겪는다"는 배 소장은 "AI 생태계가 커지려면 수요자들이 새로운 서비스를 적극적으로 써주고 기술을 긍정적인 시선으로 봐주는 이들이 많아야 한다"고 밝혔다.

안경애기자 naturean@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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