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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누가 대한민국 경제를 망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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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동길 숭실대 명예교수·경제학
[시론] 누가 대한민국 경제를 망치는가
한국은행이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을 종전의 1.6%에서 1.4%로 하향 조정했다. 처음 2.5% 성장 전망을 다섯 번째 조정한 것이고, 다시 하향 조정할 가능성도 없지 않다.

수출 감소와 무역적자 행진도 계속되고 있다. 반도체와 대중(對中) 수출 부진 때문만은 아니다. 한국의 세계 수출시장 점유율이 하락하는 등 전반적으로 수출경쟁력이 약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저성장에 국민의 삶은 어려워지는데도 정치권은 경제 살릴 생각보다 선심성 공약과 입법을 남발하고 퍼주기 정책을 펼친다. 정치인들은 입만 열면 국민을 위한다는 주장을 거듭한다. '누가 포퓰리스트인가'를 쓴 얀 베르네 뮐러의 말을 빌린다면 그들이 위한다는 국민은 자신들을 지지하는 국민의 일부다.

거대 야당 민주당은 파업을 조장하는 등 노조에 일방적으로 유리한 '노란봉투법'(노동조합법 개정안)의 국회 본회의 직회부를 의결했다. 이미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한 양곡법과 간호법에 이어 거부권 행사가 예상되는 법을 밀어붙이려는 것이다. 갈등과 혼란을 부추기고 거부권 행사를 유도해서 대통령에게 부담을 주려는 정략이자 입법 폭주다.

초과 생산되는 쌀을 정부가 의무적으로 매입하게 하는 양곡법은 농민의 표를, 의사·간호사·간호조무사 가운데 숫자가 가장 많은 간호사의 요구 사항만 담은 간호법은 간호사의 표를, 노란봉투법은 노동자의 표를 각각 겨냥한 것이다. 민주당이 상임위에서 단독 처리한 '대학생 학자금 무이자 대출법'도 대학생의 표를 노린 것이다. 먹고살기 힘든 국민은 어쩌라고 이러는가.

어려운 사람을 돕자는 걸 누가 마다하는가. 어떤 일도 재정이 감당할 수 있느냐, 또 누가 부담할 것이냐를 따지는 게 먼저다.

노인에게 지급하는 기초연금 인상도 도마 위에 올라 있다. 민주당은 모든 성인에게 최대 1000만원을 정부가 보증해서 저금리로 최대 20년간 대출하자고 했다. 4000만명에게 1000만원씩 대출하면 400조원이 든다는 걸 계산이나 했을까.


1948년 건국 후 2017년까지 약 660조원이었던 국가채무는 문재인 정부 5년 동안 400조원 이상 늘어나 1100조원 선에 이르러 있다. 정책의 장기적 효과를 고려하지 않고 단기적 이익만 생각하고 퍼주기 포퓰리즘 정책을 추진한 결과다.
정치권은 퍼주기에 열을 올리면서도 나랏빚을 일정 수준 이내로 관리하는 내용의 재정 준칙 입법에는 관심이 없다. 그러니 나랏빚은 속절없이 늘어나게 돼있다.

포퓰리즘으로 흥청대던 그리스는 국민이 뒤늦게 자각하고 반성해 연금 제도를 개혁하고 강도 높은 구조 조정을 통해 회생하고 있다. 남미 몇 나라는 여전히 포퓰리즘의 늪에 빠져 있다. 포퓰리즘은 마약이다. 달콤한 유혹에 빠지지 않기 위해 국민이 깨어나야 한다. 정치인들이 정신 차리도록 국민이 회초리를 들어야 한다. 그런 기회가 총선이다.

한국전력이 왜 막대한 적자를 내는 부실 공기업으로 전락했는가. 원가보다 싸게 전기를 팔면 팔수록 적자가 날 수밖에 없는 것인데도 탈(脫)원전의 부작용을 감추기 위해 전기 요금을 동결했기 때문이다. 경제원리도 모른 채 밀어붙인 포퓰리즘의 결과가 이렇다. 그 부담을 떠맡은 윤석열 정부가 전기 요금을 크게 올리지 못하고 있는 것도 역시 문제다.

한국의 경제정책을 이끌었던 경제 원로들은 최근 '경제개발 5개년 계획 수립 60주년' 기념 국제회의에서 "한국 경제가 총체적 위기"라며 "노동·연금·교육 개혁과 규제개혁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또한 "지난 60년은 성공했지만 포퓰리즘을 근절하지 않으면 앞으로의 60년은 어렵다"고 경고했다.

경제 체질을 개선하는 구조개혁 없이 선심성 정책으로 경제를 살리고 경쟁력을 높인다면 그건 마술이다. 마술로 경제를 살릴 수는 없다. 포퓰리즘을 떨쳐내고 포퓰리스트를 추방하는 것만이 우리가 사는 길이다. 지금은 어려움을 이겨내자며 '함께 뛸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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