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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학길 칼럼] 투자물꼬 트려면 강력한 행정력 동원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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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학길 서울대 경제학부 명예교수
[표학길 칼럼] 투자물꼬 트려면 강력한 행정력 동원하라
한국은행이 지난 25일 한국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3개월만에 다시 1.4%로 하향조정했다. 이로써 한은은 작년 2월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2.5%에서 시작한 이후 다섯번 연속 낮추게 됐다. 올해 전망치 1.4%는 이는 글로벌 금융위기를 겪은 2009년(0.8%)과 코로나19로 마이너스 성장한 2020년(-0.7%)을 제외하면 2000년대 들어 가장 낮은 수준이다. 이는 반도체 수출 부진 등 정보기술(IT) 경기 위축에다, 중국 경제의 재활성화 속도나 효과의 정도가 예상보다 지연되고 미미했기 때문이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한국은 저출산과 고령화가 워낙 심하다. 한국은 이미 장기 저성장 구조로 와있다고 생각한다"고 밝히면서 재정·통화 등 단기정책보다는 노동·연금·교육 등 구조개혁을 통해 저성장 구조에서 탈피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구조개혁을 통한 저성장 구조 탈피가 정공법이기는 하나 구조개혁의 성공 여부가 국회에 달려있는 상태라서 성공하리라는 보장이 없는 실정이다. 한국 사회의 사회적 타협에 의한 구조개혁 전망이 점점 더 비관적으로 흐르는 듯 보인다. 일본도 '잃어버린 지난 30년간'의 저성장 구조에서 헤어나지 못한 이유는 구조개혁에 계속 실패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윤석열 정부가 채택할 수 있는 단기 정책에는 어떠한 것이 가능할까. 무엇보다 한국 경제가 지금과 같은 '저성장 함정'에 빠지게 된 원인부터 냉정하게 분석해야할 것이다.

한국 경제는 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에선 다른 나라들보다 신속하게 경기회복을 시작했다. 그러나 노무현 대통령 자살-이명박 대통령 취임 후의 광우병 사태-박근혜 대통령 탄핵 정국-문재인 대통령 하의 소득주도성장 정책 등으로 이어진 계속적인 정치·경제 불안 사태가 '제1의 경제기적'을 만들어낸 1961년부터 1997년 IMF 위기까지의 '투자 주도 체제'(Investment-led Regime)를 무너뜨리게 됐다.

투자 없는 경제성장은 '연목구어'(緣木求魚)라 할 수 있다. 과일나무를 심지 않고 과실을 기대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결국 오늘날 한국 경제가 '저성장 함정'에 빠지고 만 것은 지난 25년동안 반도체 등 IT부문을 제외하고는 '투자다운 투자'를 하지 않은 업보인 것이다.

윤 정부도 이제 신정부가 출범된 지 1년이 지나고 있다. 윤 정부가 한국 경제 활성화를 위해 많은 노력을 시도했다고 본다. 규제 완화를 독려하고 국회에서도 노동·연금·교육 개혁 시동을 위해 새로운 입법노력을 경주했다. 그러나 모든 개혁 프로그램은 견고한 여소야대 정국 속에서 사장되고 있다.


야당만이 비난의 대상이 되는 것은 아니다. 구조 개혁은 결국 '제로섬 게임'을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에 달려있다. 각 개혁 프로그램 앞에서 이익단체들은 한 치의 기득권도 양보하려 하지 않는다. 결국 윤 정부의 구조개혁 노력은 표류하고 실패할 가능성이 크다.
얼마 전 작고한 1995년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미 시카고 대학의 로버트 루카스 교수는 1993년 이코노메트리카(Econometrica)지에 유럽계량 경제학회가 준 피셔-슐츠(Fisher-Schultz)상 수상 기념 연설문을 실었다. '기적을 만드는 일'(Making a Miracle)이라는 제목의 연설문이었다.

그는 한국과 필리핀이 다같이 경제개발계획을 시작한 1960년대 초에는 거의 모든 사회·경제 지표(1인당 소득, 초등학교 진학률 등)가 거의 동일한 수준에서 시작했다고 보았다. 그러나 30년이 지난 1990년에 이르러 한국은 연평균 9~10%의 고도성장 '기적'을 이룩하고 선진국 대열에 진입하기 직전에 도달했지만 필리핀은 저성장과 빈곤의 악순환으로부터 탈피하지 못하고 있다고 보았다.

그는 결론에서 "결국 경제 성장의 열쇠는 한 국가가 인적자본(human capital)을 어떻게 활용하는가에 달려있다"고 주장했다. 이러한 의미에서 '누리호 3차 발사 성공'은 우리 모두에게아직도 한국이 인적자본을 많이 보유하고 있는 나라라는 확신을 안겨준 낭보였다.

이제 윤 정부도 구조개혁에 매달려 시간만 낭비할 것이 아니라, 보다 효과적인 '투자 주도 정책'을 실시해 나가야 한다. 입법에 매달릴 것이 아니라, 보다 강력한 행정력을 규제 완화와 투자에 대한 금융·세제 지원 프로그램에 가동시켜야 한다. 이를 통해 지난 15년 동안 음지에서 새누리호 개발에서 투자했듯이 전체 산업 부문에서 신규 투자의 물고를 터주기 바란다.

이것만이 한국 경제를 '저성장 함정'에서 탈출시키고 누리호처럼 비상시키면서 '제2의 기적'을 만들 수 있는 유일한 해법이다. 지금의 한국 경제 상황이 아무리 암울해 보여도 1962년 박정희 전 대통령이 제1차 경제개발 5개년 계획을 시동시킬 때의 절대빈곤 하의 한국 경제보다는 훨씬 나은 상태가 아닌가. 윤 정부가 저성장의 고리를 끊고 '제2의 기적'을 이룩하는 정부가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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