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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설실의 서가] 땅에 아무 짓 안하니 새들이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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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생 쪽으로
이저벨라 트리 지음 / 박우정 옮김 / 글항아리 펴냄
[논설실의 서가] 땅에 아무 짓 안하니 새들이 돌아왔다
저자의 남편은 1987년 조부모로부터 영국 동남부 웨스트서식스주(州)에 위치한 농장 '넵 캐슬'을 물려받았다. 질퍽한 진흙 땅이라 농업에 적합하지 않았다. 부부는 트랙터로 땅을 뒤엎고, 화학비료를 뿌리고 제초제를 살포했다. 그러나 한계점을 맞았다. 농사를 지으면 지을수록 재정 상태는 악화됐다. 저렴한 외국산 곡물이 수입되면서 타격을 받았다. 현대식 집약농업 탓에 땅도 변질되어갔다. 2001년 부부는 대농장을 자연이 이끌어가도록 그냥 놔두기로 결정했다. 집약농업에서 '재야생화'(再野生化)로 방향을 튼 것이다.

자연에 맡기자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멸종 직전에 이르렀던 나이팅게일과 멧비둘기가 둥지를 틀었다. 붉은어깨검정새, 회색머리지빠귀 등도 수십 년 만에 이 땅으로 돌아왔다. 롱혼 소, 엑스무어 당나귀, 다마 사슴까지 합류해 새로운 경관을 만들어 냈다. '넵 캐슬'은 보존과 복원을 넘어서 '재야생화'의 상징이 되었다.

책은 20여년에 걸쳐 농장을 야생 상태로 되돌린 모험적 스토리를 담고 있다. 그 과정에서 논쟁이 일어났고 뿌리 깊은 편견과도 싸워야 했지만 결과는 놀라왔다. 다시 기능하는 생태계가 되었고 수많은 멸종위기 동물의 보금자리가 되었다. 책은 농사와 땅에 대한 통념도 뒤집는다. 우리가 '아름답다'고 생각하는 경관과 풍경에 대해 전혀 다른 미적 관점을 제기한다. 대표적인 것이 관목이다. 농민과 땅 주인들은 대체로 관목에 반감을 품는다. 관목을 비생산적이라고 여기기 때문이다. 저자는 생태계에 균형을 가져다주는 관목의 중요성을 증명한다.

책은 우리가 자연과 맺어야 하는 관계를 완전히 새롭게 고찰하도록 만든다. 책은 이 시대의 기념비적인 생태학 저서로 손색이 없다. 독자들은 믿기 힘든 자연의 변화에 경탄할 것이다. 박영서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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