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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양수 칼럼] `나라 꼴`과 정치인의 거짓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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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양수 콘텐츠에디터
[박양수 칼럼] `나라 꼴`과 정치인의 거짓말
한 거물 정치인의 거짓말 논란이 여야 정치권은 물론 대한민국 전체를 블랙홀에 빠뜨렸다. 제1야당인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지난달 31일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성남도공) 기획본부장과 법정에서 얼굴을 마주했다. 나라를 뒤흔든 '대장동 개발 비리·특혜 의혹' 사건과 관련해 고(故) 김문기 성남도공 개발1처장에 대해 "성남시장 재직 당시 알지 못했다"고 한 자신의 발언의 진실성을 가리기 위해서였다.

이 대표 측은 줄곧 김 전 처장을 알지 못한다고 주장해왔다. 그러다가 앞선 재판에선 "사람을 안다는 것은 주관적이고 상대적인 것"이라거나 "몇 차례 만났더라도 몰랐다는 표현은 허위 사실이 아니다"라고 했다. 해괴한 논리와 언어적 희롱으로 본질을 비껴가려 하는 듯 하지만, 기존의 '아예 모른다'는 입장에선 한발 뒤로 물러선 듯하다.

이 대표가 연루돼 재판을 기다리고 있는 사건은 대장동 건만이 아니다. 열 손가락으로 다 못 꼽을 정도다. 정치에 무관심한 삼척동자라도 '위례·대장동' '성남FC' '경기도 법인카드' '쌍방울' '백현동' ' 변호사비 대납' 등 키워드로만 기억되는 단어들이 있을 것이다. '검사 사칭 거짓말'도 앞으로 진실 규명을 기다리는 중대한 사안이다. 앞으로 이재명 대표가 여의도 당사보다는 서초동 법정에 있는 기간이 더 길어질 것이란 견해도 나온다.

불행한 건 이 대표만이 아니다. 그를 위해 '방틴국회'로 방어막을 친 민주당의 처지도 썩 좋아 보이진 않는다. 방탄 국회에 이어 특검과 탄핵으로 '이재명 살리기'에 온갖 궁리를 해보지만 그들의 희망대로 흘러가진 않는 분위기다. 그럴수록 민심이 그들 편에서 더욱 멀어지니 당장 내년 총선이 걱정일 게다.

정치인의 거짓말에 대해선 오랜 기간 관용적으로 보는 주장이 많았다. 토머스 홉스가 "정치가 진실에 우선하며, 국가는 국익을 위해 거짓말을 해도 좋다"고 설파한 것은 정치인의 거짓말을 용인하는 매우 극단적인 경우다. 그래선지 대다수의 정치인들은 거짓말을 밥 먹듯이 한다. 이로 인해 국민들이 더 수치스러워하고, 정치 혐오에 빠지기도 한다. 묘하게 거짓말을 하는 정치인은 부끄러워하지도, 반성하지도 않는다.

정치인의 말과 행동은 모두 역사에 기록된다. 정치인의 언행이 시장 상인들의 그것과는 달라야 하는 이유다. 시장 상인의 속이 뻔히 보이는 거짓말은 물건 하나라도 더 팔려는 흥정에서 나온 것이다. 국가의 운명을 바꾸거나, 전체 국민에게 피해를 끼치거나 하진 않는다.


정치인의 말의 무게는 다르다. 그의 생각과 언행의 선택에 따라 심하게 말해 국가의 장래가 바뀔 수도 있다. 위험에 빠뜨리거나 망하게 할 수도 있다. 지도자급 정치인이라면 더욱 그러하다. 한 마디 언사라도 신중해야 하는 이유다. 때론 말의 결과에 '목숨'을 걸 각오를 해야 한다. 그게 정치인의 윤리이자 책임의식이다.
그러고 보면 이재명 대표를 거들고 나선 이해찬 민주당 상임고문의 표현은 한참 도를 넘어섰다. 이 고문은 검찰 수사를 받고 있는 이 대표에 대해 "담금질을 당하고 있다. 수많은 담금질을 거쳐야 명검이 만들어진다"고 추켜세웠다. 거기서 더 나가 "아무리 뒤져도 안 나오지 않나. 가짜 증거를 만들려고 하는 거다. 아주 무능한 놈들이거나, 증거를 조작하거나 둘 중 하나다"라고 했다. '팔은 안으로 굽는다'고 했지만, 검사들을 겨냥해 '무능한 놈들'로 매도한 건 너무 지나친 것 아닌가.



문재인 정부에서 윤석열 정부로 바뀐 지 어언 1년이 다 돼간다. 하지만 국민은 변화를 실감하지 못한다. 발전은커녕 후퇴를 거듭 중이다. '한국호'의 정치와 경제의 발목을 잡아맨 거대 야당의 몽니 탓이다. 거기엔 온갖 의혹에도 '모르쇠'로 일관하는 이재명 대표와 당 대표의 '공천권'에 목줄 잡힌 민주 전사들이 자리한다.

이해찬 고문이 "1년 만에 나라가 어떻게 이 꼴이 되었는지 모르겠다"며 "다시는 선거에서 져선 안된다"고 말했다고 한다. 구권력인 문 정권이 '적폐청산' 놀음에 국민을 갈라치기하고, '가진 자'를 부패한 기득권 취급하면서 국민 전체를 절망케 했던 그때로 다시 돌아가자는 얘기일까. 그런 나라 꼴을 다신 보고 싶지 않다. 박양수 콘텐츠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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