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최초의 우주인' 이소연(45·사진) 박사가 국제우주정거장에서 지구를 바라본 후 느낀 심경이다. 2008년 4월 8일, 그는 지구가 아닌 우주에 있었다. 그로부터 15년의 시간이 흘렀다.
첫 우주인에 대한 뜨거운 관심 만큼 그에 관한 많은 사실들이 공개됐다. 하지만 아직도 듣지 못한 얘기가 있다.
최근 출간된 '우주에서 기다릴게'(위즈덤하우스)는 이 박사의 선발과 훈련과정 등의 우주비행 준비부터 우주정거장에서 보낸 시간들, 이후 미국 유학생활과 정착 과정 등을 담았다.
선배와 우주인 모집에 관한 얘기를 나누던 중 '지원이라도 해볼까'란 생각에 지원했던 게 운 좋게도 합격으로 이어졌다. 러시아에서 1년간 맹훈련에 들어갔다.
준비 과정에서 가장 어려웠던 건 외국어 학습이었다. 국제우주정거장에 가려면 러시아어와 영어를 둘 다 할 줄 알아야 했다. 불시착에 대비해 받는 바다 생존 훈련 등도 힘겨웠다.
2008년 4월 8일부터 같은 달 19일까지 국제우주정거장으로 가 18가지 실험을 진행했다. 실험 자체도 쉽지 않았지만 시시때때로 찾아오는 '우주 멀미'를 견디는 건 더 힘들었다.
그 와중에 무중력 상태에서 키가 커지는 경험은 이채로웠다. 그는 164㎝인데, 167㎝까지 3㎝나 자랐다고 한다. 그리고 지구로 돌아가면 키가 거짓말처럼 정확히 원위치했다.
가장 인상적이었던 건 우주에서 바라본 지구의 모습이었다. 그는 "나일강을 따라 밝은 조명이 펼쳐진 아프리카도 인상적이었다"고 말했다. 또한"세계에서 가장 뚜렷하게 드러나는 남한과 북한의 야경도 눈길을 끌었다"고 했다.
책에는 김소연의 우주인 이후 진로에 대한 고민도 담겼다. 우주 비행을 하고 나서 다른 사람들이 무얼 하면서 먹고 사는지 그는 찾아봤다. 공통점은 없었다.
"프랑스 최초 우주인은 장관이 되었고, 일본 최초 우주인은 산속에서 농사를 짓더군요. 몽골 최초 우주인은 국방부 장관이었고…. 결국 제 결론은 '내 인생은 내가 결정해야 하는 거구나'였어요."
그후 그는 미국으로 가 경영대학원(MBA)에서 공부했고, 그곳에서 결혼도 했다. 그의 한국항공우주연구원 퇴사와 MBA 행을 두고 '먹튀' 논란이 빚어져 마음고생을 해야 했다. 미국에서의 일이 생각만큼 잘 풀리지 않았지만, 그래도 조금씩 천천히 나아갔다. 전문대학에서 시간 강사로 일하며 물리학을 가르쳤고, 우주를 다룬 국내 드라마의 자문 역할을 맡기도 했다.
김소연은 현재 생명과학을 다루는 국내 스타트업에서 한국과 미국을 오가며 일하고 있다.
김소연은 4월이 다가오면 어김없이 우주 비행의 추억이 떠오른다고 했다. 비록 그때의 일들이 미성숙한 대학원생 시절의 추억이었지만 말이다. 박양수기자 yspark@dt.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