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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DT인/팽동현의 AI인] 구글 박차고 나와 스타트업 창업… "월급날 코앞인데 통장 텅 빈적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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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튜브 근무때 '5초 광고후 시청' 알고리즘으로 흑자전환 성공시킨 장본인
머신러닝으로 수익화 고민 기업이 잠재고객… 창업후 버텨낸 시간 이제 빛봐
글로벌 지사 9곳·기업가치 2조 육박… 후배 창업자에 '지속 가능성' 조언도
[오늘의 DT인/팽동현의 AI인] 구글 박차고 나와 스타트업 창업… "월급날 코앞인데 통장 텅 빈적도"
안익진 몰로코 대표. 몰로코 제공



AI로 실리콘밸리 뚫은 '몰로코' 안익진 대표

실리콘밸리는 글로벌 트렌드를 주도하는 미국 IT기업들의 요람으로 유명하다. 하지만 시시각각 변화하는 첨단기술과 무한경쟁에서 뒤처진 수많은 스타트업들의 무덤이기도 하다. 외국인이 언어·문화에 더해 기술·인맥의 장벽까지 있는 이 IT 본고장에서 '아메리칸 드림'을 이루며 홀로서기란 하늘의 별따기에 가깝다.

그럼에도 AI(인공지능) 기술력을 앞세워 등용문을 뚫은 한 유니콘 기업이 있다. 주인공인 몰로코(Moloco)는 머신러닝(기계학습) 기술 기반 모바일 광고 솔루션을 개발·공급하는 애드테크 스타트업이다. 창업자인 안익진 대표의 과감한 도전이 비로소 결실로 이어지고 있다.

◇머신러닝에서 미래를 보다

"학교 다닐 때부터 머신러닝에 대한 높은 관심과 공부하려는 의지가 있었습니다. 나중에 오늘의집 같은 전문화된 데이터를 지닌 플랫폼이 대세가 되는 것을 보고 데이터의 비즈니스모델화까지 생각하게 됐죠."

안 대표는 2004년 서울대 컴퓨터공학과를 졸업하고 미국으로 건너가 2006년 펜실베이니아대에서 석사, 2008년 UC샌디에이고대에서 컴퓨터과학 박사학위 과정을 수료했다. 몰로코 창업 전에는 '유튜브'와 '구글' 본사에서 십여년간 근무하며 SW(소프트웨어) 분야에서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다.

특히 그는 유튜브 광고 알고리즘을 구축한 장본인으로 유명하다. 지금은 상상하기도 힘들지만 유튜브도 사업 초기에는 적자를 면치 못했다. 그러던 유튜브가 흑자전환에 성공한 것은 최소 5초 동안 광고를 보고 넘겨야 동영상을 시청할 수 있도록 조치한 이후다. 이를 포함한 동영상 수익률 예측 시스템이 안 대표의 작품이다. 이후 구글에서는 안드로이드 데이터 팀을 이끌며 2012년 구글 시티즌십도 수상한 바 있다.

안 대표는 "유튜브는 다양한 사용자의 기호에 대한 데이터를 많이 보유했지만 이를 활용하지 못하고 있었다. 그래서 처음으로 광고 쪽에 머신러닝을 도입, 사용자 분석 기반 맞춤형 광고로 수익화 가능한 구조를 만들었다"며 "많은 사람들이 머신러닝의 실제 효과에 대해 의구심을 보여 고민할 때, 유튜브의 성과가 머신러닝의 비즈니스 효과를 직접 확인시켜 주는 기회가 됐다"고 말했다.

[오늘의 DT인/팽동현의 AI인] 구글 박차고 나와 스타트업 창업… "월급날 코앞인데 통장 텅 빈적도"
안익진 몰로코 대표. 몰로코 제공



◇구글 마다하고 차린 AI스타트업

"창업 초기 6년간 적극적으로 기술에 투자했습니다. 지속적인 투자를 위해 투자자들을 설득하는 게 어려웠죠. 월급날이 코앞인데 법인 통장 잔고가 텅 비어있던 적도 있었어요. 새벽 2시에 투자금이 겨우 입금됐는데 온라인 송금을 못해, 월급 수표를 손으로 써서 달려가 우편함에 넣었던 적도 있습니다."

실리콘밸리에서 성공신화를 쓰고 있는 안 대표지만 처음부터 순탄한 길을 걸은 것은 아니다. 유튜브의 지속적인 광고 수익 창출에 성공하면서 그는 머신러닝의 유용성에 더욱 확신을 가졌고, 이후 구글 안드로이드 팀에서 데이터를 다루면서 수많은 기업이 머신러닝 기반으로 고속 성장을 이루는 것을 지켜봤다. 2013년, 뭇사람들에겐 선망의 직장인 구글을 떠나 몰로코를 세우며 실리콘밸리에서 홀로서기에 나섰다.

안 대표는 "창업 초기에는 구글이나 메타(당시 페이스북)가 아닌 독립기업에서 이런 비즈니스를 할 수 있을지, 또 머신러닝 기술이 발전 가능한지에 대한 의구심도 많았다"면서 "어려움 속에서도 투자자와 좋은 신뢰 관계를 쌓고, 글로벌 규모로 다양한 분야에서 머신러닝이 사용되는 것을 목표로 바라보며 인내심을 발휘한 게 이제 빛을 보는 것 같다"고 밝혔다.

몰로코는 좋은 데이터를 보유하고 있음에도 머신러닝을 통한 수익화에 관심이 적어 활용에 어려움을 겪는 기업들을 잠재고객으로 삼았다. 무한경쟁을 이겨낸 원동력은 비즈니스 맞춤형 머신러닝 기술이다. 예측 엔진을 기반으로 사용자 비식별 데이터 등 다양한 데이터를 분석해 광고 송출 여부를 결정한다. 광고가 나갈 만한 온라인 공간에 사용자가 접근하는 찰나에 분석이 이뤄지는데, 회사는 세계적으로 초당 550만개 이상의 요청을 분석해 광고를 거래한다. 100% RTB(실시간광고거래) 방식을 고수할 만큼 고도화된 데이터 처리 역량도 갖췄다.

이용자를 과도하게 추적하는 방식 대신 머신러닝으로 이용자를 특정할 수 없는 맥락 데이터를 결합, 관련성 높은 광고를 추천하는 타깃 광고에 집중하는 점도 특징이다. 덕분에 애플 등의 개인정보보호 정책 변화에 따른 타격도 없었다. 최근에는 스트리밍·OTT(온라인동영상서비스) 기업을 위한 수익화 솔루션도 출시했다.

안 대표는 "우리는 오픈 인터넷상 규모에 상관없이 모든 광고주들이 구글, 아마존, 메타 수준의 규모와 속도로 ROAS(광고수익률)를 달성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면서 "언제, 누구에게, 어떤 광고를 보여줘야 하는지 예측할 수 있는 기술력 또한 뛰어나다"고 강조했다.

◇지속 가능한 도전에 나서라

몰로코는 현재 9개 글로벌 지사를 설립, 현재 400여 명인 직원을 600명까지 늘릴 예정이다. 지난해에는 매출 2억3900만달러(약 3059억원), 영업이익 8500만달러(1188억원)를 기록했다. 2021년 시리즈C 투자로 누적 투자유치금액은 총 2억달러(약 2560억원)에 달한다. 당시 기업가치는 15억달러(약 1조9200억원)로 평가됐다. 일각에서는 나스닥 상장 시 4조원 이상까지 예상한다.

안 대표는 몰로코의 방향을 '고객에게 실질적인 도움을 주는 머신러닝 기반 혁신 서비스를 시장에 지속적으로 출시하는 기업'으로 정했다. 모든 규모의 기업이 몰로코의 플랫폼에서 애플리케이션을 개발하고 머신러닝을 활용해 비즈니스를 키우도록 돕는 게 목표다. 클라우드 DSP(광고구매플랫폼)와 RMP(리테일미디어플랫폼)를 통해 한국 기업의 손쉬운 해외 진출과 마케팅도 지원한다. 한국을 포함해 인재 유치에도 적극적이다.

안 대표는 "광고의 미래는 초개인화다. 사람들의 프라이버시를 보호하면서도 맞춤형 광고를 제공하는 게 중요하다"면서 "후배 창업자들에게는 '지속 가능성'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싶다. 더 빨리 매출을 올리고 성장할 수 있었지만 고객들에게 '지속 가능성'을 약속한 게 더 주효했다"고 조언했다.

팽동현기자 dhp@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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