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순위채 일종, 하루새 폭락
UBS 인수과정서 손실 처리
국내 은행은 보유비중 낮아
UBS 인수과정서 손실 처리
국내 은행은 보유비중 낮아
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이 채권 투자 손실로 파산하고, 크레디트스위스(CS)의 매각 과정에서 후순위 채권 투자자가 손해를 입는 등 채권 리스크에 전세계 금융업계가 흔들리고 있다. 다만 이들 은행을 뒤흔든 유동성 문제와 채권 관련 위험이 국내 은행에까지 전이될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파악됐다.
◇SVB발 채권 평가손실 리스크= 실리콘밸리의 '자금줄' 역할을 하던 지방은행 SVB의 위기를 촉발한 것은 금리 인상으로 인한 유동성 경색이었지만, 초단기 파산으로 치닫게 된 배경에는 은행이 보유한 채권의 미실현 평가손실이란 결정타가 있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의 통화긴축 정책으로 SVB의 주고객인 테크 스타트업들의 상황이 눈에 띄게 나빠졌고 예금 인출 요구도 늘어나면서 SVB는 보유 국채를 비롯한 매도가능증권(AFS)을 팔아 유동성 확충에 나섰다. 지난 8일 SVB는 미 국채와 주택저당증권(MBS) 등 보유 AFS를 내다 팔았다. 하지만 치솟은 금리로 국채 등의 가격은 급락한 상태였으며, SVB는 세후 18억달러의 손실이 날 것으로 추정하고 아를 공시했다. AFS는 만기 전 언제라도 매도가 가능한 대신 분기마다 회계상 평가손을 반영해야 한다. 투자자들을 동요하기 시작했다. SVB가 보유한 ASF의 62%는 미 국채였다. 국채는 안전자산이지만 만기보유가 아니라 매도가능으로 분류해놓아 현 시점에서 매도 시 실현 손실이 돼버렸다.
SVB는 만기보유증권(HTM)에는 더 많이 투자했다. 작년 말 기준 SVB는 약 261억달러의 AFS와 함께 913억달러 규모의 HTM을 보유하고 있었다. 이 채권은 가격 등락으로 인한 평가손실이 손익으로 인식되지는 않지만, 현 시점에서 HTM까지 모조리 매각하면 약 152억달러의 손해가 추가로 발생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투자자들을 동요하기 시작했다.
시간 외 주가는 크게 하락하기 시작했고 예금 이탈이 가속화했다.
한광열 NH투자증권 연구원은 "AFS와 HTM의 평가 손실 규모가 큰 중소형 은행은 예금 이탈, 자본 손실 압력이 더 높을 것 "이라며 "당분간 은행업을 중심으로 압력은 불가피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만 한국을 포함한 신흥국에서는 이같은 채권의 미실현 손실 리스크가 크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홍콩, 싱가포르, 중국, 베트남 등 주요 신흥국 은행들의 유형자기자본(TCE) 대비 HTM 비중은 평균 300%를 넘기지 않는다. 특히 국내 은행들은 약 100% 수준으로 양호하다. 파산한 SVB의 경우 이 비중이 지난해 말 기준 602% 수준으로 높았다. 총자산 대비 비율로는 더 낮다. 삼성증권에 따르면 국내 은행들의 총자산 대비 HTM 비중은 한 자릿수다. 총자산 대비 HTM 비중이 가장 높은 곳은 기업은행(9.1%)으로 나타났다. 이어 광주은행이 8.0%를 기록했고 부산은행(7.7%), 경남은행(7.5%), 하나은행(7.2%)순이었다. SVB의 이 비중은 43% 이상이었던 것을 감안하면 아직 양호한 수준이다. 김재우 삼성증권 연구원은 "최악의 경우 국내 은행들이 HTM을 모두 매각하더라도 미실현 손실이 은행 장부를 훼손할 수준은 되지 않을 것"이라고 전했다.
◇AT1 채권도 태풍의 눈으로= 보유 채권 손실만큼 문제가 되고 있는 것이 AT1 채권 투자에 대한 우려다. 스위스 최대은행 UBS가 크레디트스위스(CS)를 인수하는 과정에서 CS의 AT1 채권은 상각됐다. 주식보다 위험도가 낮다고 평가받았던 채권이 하루 아침에 '휴지 조각'이 됐다. CS는 스위스 금융감독청(FINMA)이 AT1 채권 손실 사실을 통보해왔다고 밝혔다. CS는 후순위채의 일종인 'AT1 채권'과 관련해 약 160억 스위스프랑(약 22조4563억원)의 가치가 '제로'(0)라고 발표했다. 일본 니혼게자이신문은 주식보다 위험이 낮은 채권에서 이례적인 거액의 손실이 발생했다며 세계 회사채 시장에 영향이 파급될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AT1은 경영이 악화됐을 때 채권 보유자의 동의 없이 상각이 가능해 투자자가 손실을 떠안게 된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도 "지난 주말 UBS의 CS 인수 협상 과정에서 의심할 여지도 없는 최대 피해자는 AT1 채권 투자자"라며 "AT1 채권이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은행 부실의 위험을 (납세자가 아닌) 투자자들에게 전가하려는 의도에서 수천억달러 규모로 발행됐다"고 말했다. 이어 "2017년 스페인 방코포풀라르 사례를 제외하면 지금까지 손실은 거의 발생하지 않았다"며 "AT1은 통상 헤지펀드가 투자하지만 아시아에서 큰 인기를 끌었다"고 전했다. 현재 전세계 AT1 채권 시장 규모는 2750억달러(약 357조8850억원)로 추정된다.
이윤희기자 stels@dt.co.kr
◇SVB발 채권 평가손실 리스크= 실리콘밸리의 '자금줄' 역할을 하던 지방은행 SVB의 위기를 촉발한 것은 금리 인상으로 인한 유동성 경색이었지만, 초단기 파산으로 치닫게 된 배경에는 은행이 보유한 채권의 미실현 평가손실이란 결정타가 있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의 통화긴축 정책으로 SVB의 주고객인 테크 스타트업들의 상황이 눈에 띄게 나빠졌고 예금 인출 요구도 늘어나면서 SVB는 보유 국채를 비롯한 매도가능증권(AFS)을 팔아 유동성 확충에 나섰다. 지난 8일 SVB는 미 국채와 주택저당증권(MBS) 등 보유 AFS를 내다 팔았다. 하지만 치솟은 금리로 국채 등의 가격은 급락한 상태였으며, SVB는 세후 18억달러의 손실이 날 것으로 추정하고 아를 공시했다. AFS는 만기 전 언제라도 매도가 가능한 대신 분기마다 회계상 평가손을 반영해야 한다. 투자자들을 동요하기 시작했다. SVB가 보유한 ASF의 62%는 미 국채였다. 국채는 안전자산이지만 만기보유가 아니라 매도가능으로 분류해놓아 현 시점에서 매도 시 실현 손실이 돼버렸다.
SVB는 만기보유증권(HTM)에는 더 많이 투자했다. 작년 말 기준 SVB는 약 261억달러의 AFS와 함께 913억달러 규모의 HTM을 보유하고 있었다. 이 채권은 가격 등락으로 인한 평가손실이 손익으로 인식되지는 않지만, 현 시점에서 HTM까지 모조리 매각하면 약 152억달러의 손해가 추가로 발생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투자자들을 동요하기 시작했다.
시간 외 주가는 크게 하락하기 시작했고 예금 이탈이 가속화했다.
한광열 NH투자증권 연구원은 "AFS와 HTM의 평가 손실 규모가 큰 중소형 은행은 예금 이탈, 자본 손실 압력이 더 높을 것 "이라며 "당분간 은행업을 중심으로 압력은 불가피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만 한국을 포함한 신흥국에서는 이같은 채권의 미실현 손실 리스크가 크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홍콩, 싱가포르, 중국, 베트남 등 주요 신흥국 은행들의 유형자기자본(TCE) 대비 HTM 비중은 평균 300%를 넘기지 않는다. 특히 국내 은행들은 약 100% 수준으로 양호하다. 파산한 SVB의 경우 이 비중이 지난해 말 기준 602% 수준으로 높았다. 총자산 대비 비율로는 더 낮다. 삼성증권에 따르면 국내 은행들의 총자산 대비 HTM 비중은 한 자릿수다. 총자산 대비 HTM 비중이 가장 높은 곳은 기업은행(9.1%)으로 나타났다. 이어 광주은행이 8.0%를 기록했고 부산은행(7.7%), 경남은행(7.5%), 하나은행(7.2%)순이었다. SVB의 이 비중은 43% 이상이었던 것을 감안하면 아직 양호한 수준이다. 김재우 삼성증권 연구원은 "최악의 경우 국내 은행들이 HTM을 모두 매각하더라도 미실현 손실이 은행 장부를 훼손할 수준은 되지 않을 것"이라고 전했다.
◇AT1 채권도 태풍의 눈으로= 보유 채권 손실만큼 문제가 되고 있는 것이 AT1 채권 투자에 대한 우려다. 스위스 최대은행 UBS가 크레디트스위스(CS)를 인수하는 과정에서 CS의 AT1 채권은 상각됐다. 주식보다 위험도가 낮다고 평가받았던 채권이 하루 아침에 '휴지 조각'이 됐다. CS는 스위스 금융감독청(FINMA)이 AT1 채권 손실 사실을 통보해왔다고 밝혔다. CS는 후순위채의 일종인 'AT1 채권'과 관련해 약 160억 스위스프랑(약 22조4563억원)의 가치가 '제로'(0)라고 발표했다. 일본 니혼게자이신문은 주식보다 위험이 낮은 채권에서 이례적인 거액의 손실이 발생했다며 세계 회사채 시장에 영향이 파급될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AT1은 경영이 악화됐을 때 채권 보유자의 동의 없이 상각이 가능해 투자자가 손실을 떠안게 된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도 "지난 주말 UBS의 CS 인수 협상 과정에서 의심할 여지도 없는 최대 피해자는 AT1 채권 투자자"라며 "AT1 채권이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은행 부실의 위험을 (납세자가 아닌) 투자자들에게 전가하려는 의도에서 수천억달러 규모로 발행됐다"고 말했다. 이어 "2017년 스페인 방코포풀라르 사례를 제외하면 지금까지 손실은 거의 발생하지 않았다"며 "AT1은 통상 헤지펀드가 투자하지만 아시아에서 큰 인기를 끌었다"고 전했다. 현재 전세계 AT1 채권 시장 규모는 2750억달러(약 357조8850억원)로 추정된다.
이윤희기자 stels@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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