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재는 20일 '검수완박' 입법 과정을 놓고 유상범·전주혜 국민의힘 의원과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각각 국회를 상대로 낸 권한쟁의심판 사건 선고기일을 23일로 정했다고 밝혔다. 지난해 4월 15일 더불어민주당 의원 171명은 검찰의 수사개시권을 아예 없애는 '검수완박' 법안(원안)을 발의했다.
이후 법사위 파행, 박병석 당시 국회의장 중재안 마련과 재파행을 거치며 수정을 거듭한 끝에 결국 검찰에 2대 범죄 수사권만을 남기는 현행 '검수완박법'이 민주당 주도로 통과됐다.
앞서 민주당 주도로 개정된 검찰청법·형사소송법은 검찰이 직접 수사를 시작할 수 있는 범죄 범위를 종전 6대 범죄(부패·경제·공직자·선거·방위사업범죄와 대형참사)에서 2대 범죄(부패·경제범죄) 중 특정 죄목으로 축소하는 것을 골자로 했다.수사권과 기소권을 분리해 검찰이 기소만 할 수 있게 한다는 형사사법체계 구상은 문재인 정부 출범 초기에 나왔다. 그 첫번째 결과물은 경찰에 수사종결권을 부여하고, 검찰의 수사개시권을 대폭 제한한 1차 수사권 조정(2020년 국회 통과·2021년 시행)이었다. 여기서 더 나아가 검찰의 수사개시권을 아예 없애버리겠다는 것이 '검수완박' 법안이었다.
이번 권한쟁의심판의 쟁점은 두 건이다. 우선 △소수당 국회의원의 심의·표결권이 침해됐는지 △'검사의 수사권'을 박탈한 입법이 헌법에 어긋나는지의 여부다. 전자는 국민의힘이, 후자는 법무부·검찰이 주안점을 두고 있는 부분이다. 그렇다곤 하지만 두 쟁점을 서로 떼어놓고 생각하기 힘들어 상호보완적이라는 게 법조계의 중론이다.
국민의힘은 '검수완박' 입법 국면에서 민주당 소속이던 민형배 의원이 '위장 탈당'을 한 뒤, 법사위원장이 안건조정위원회를 무력화하려고 민 의원을 비교섭단체 몫 조정위원으로 선임했다고 주장한다. 실제로 민 의원의 참여로 여야 균형이 깨져 '검수완박' 법안은 4월26일 안건조정위를 14분 만에 통과했다. 이어 17분 뒤 법사위 전체회의에서 의결돼 본회의로 올라갔다.
법무부와 검찰의 주장은 '검수완박법'으로 인해 헌법에 보장된 검사의 수사권이 정상 작동하지 못해 국민 보호에 공백이 생겼다는 것이다.국회 측은 국민의힘과 다른 주장을 편다. 민 의원의 조정위원 선임이나 법사위 심의 과정 등 '검수완박' 입법 전 과정에서 국회법을 위반하지 않아 국민의힘 의원들의 심의·표결권 침해가 없다는 것이다.검찰의 수사권도 헌법에 명시적 근거를 두고 있지 않고, 수사 주체나 권한 범위는 국회가 시대 상황에 따라 입법정책적으로 결정할 문제라고 강조한다.
권한쟁의심판은 헌법상의 국가기관 사이에 권한의 존재 여부, 또는 범위를 놓고 다툼이 생길 경우 헌재가 유권 판단을 내리는 절차다. 이번 사건처럼 국회의 법률 제·개정 행위가 문제 되면 입법 절차상 하자뿐만 아니라 법 자체의 위헌 여부도 심사할 수 있다.
헌재 재판관 전원(9명)이 심리하고, 재판관 과반(5명 이상)의 찬성이 있으면 인용·기각·각하 결정을 내릴 수 있다. 권한쟁의심판에서 법률 위헌 결정까지 내려지려면 재판관 6명 이상의 동의가 필요하다는 주장도 있다. 통상 헌재의 선고는 매월 마지막주 목요일에 이뤄진다. 그러나 이선애 재판관이 이달 28일 임기를 마치는 점을 고려해 이번 달 선고는 한 주 당겨 잡았다. 김대성기자 kdsung@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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