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대항 부산항은 총 538기 중 298기가 중국산
국민의힘 안병길 "국내 항구에 설치된 모든 크레인 대상 보안성 전수조사 필요"
국민의힘 안병길 "국내 항구에 설치된 모든 크레인 대상 보안성 전수조사 필요"
최근 미국 전역의 항구에서 사용되는 중국산 대형 크레인이 '스파이 도구'로 쓰일 가능성이 있다는 의혹이 제기된 가운데 국내 주요 항만에도 중국산인 상하이전화중공업(ZPMC) 제품이 다수 설치된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도 중국산 크레인에 무방비 상태여서 국내 모든 항구의 크레인을 대상으로 보안성 전수 조사를 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16일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안병길 의원(부산 서·동구)이 해양수산부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국내 주요 항구 10곳에서 운용되는 크레인 총 809기 중 427기가 상하이전화중공업 제품인 것으로 확인됐다. 전체의 절반이 넘는 52.8%가 중국산 제품이라는 얘기다.
항구별로 보면 국내 최대 부산항은 크레인 총 538기 가운데 298기(55.4%)가 이 회사 제품이었다. 주한미군사령부 인근인 평택항은 75%, 인천항은 68.1%, 울산항 62.5% 등이었다.
사실상 중국산 크레인이 국내 모든 항구의 무역을 장악하고 있는 셈이다.
앞서 지난 5일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미국 국방부 등 안보당국이 미국 항구에서 사용되는 ZPMC 크레인이 스파이 도구로 작동할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하며, '트로이의 목마'에 비유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ZPMC의 STS 크레인들이 화물의 출처와 목적지를 등록하고 추적할 수 있는 첨단 센서를 갖추고 있어, 군수 물자에 관한 정보를 중국 측에 제공할 수 있을 것으로 의심된다는 것이다.
WSJ에 따르면 현재 ZPMC는 전 세계 크레인 시장의 70%를 장악하고, 100개국 이상에 장비를 판매하고 있다. 특히 미국에서 사용되는 전체 STS 크레인의 80%는 ZPMC에서 제조된 제품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미국 의회는 지난해 12월 국방수권법을 의결하면서 교통부에 '해외에서 제조된 크레인이 미국 항구의 사이버 안보와 국가 안보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보고서를 만들라'고 요구했다.
또한 미국 내 일부 항구는 ZPMC 크레인 소프트웨어(SW)를 다른 국적의 소프트웨어로 교체했다. 카를로스 히메네스 미 하원의원은 향후 중국산 크레인 구매를 금지하는 법안을 발의하기도 했다.
이처럼 중국산 항구 크레인과 관련해 최근 미국에서 제기되고 있는 안보 위협 문제가 한국의 경우에도 적용될 수 있다는 점에서 매우 심각한 상황이다.
안 병길 의원은 "미 의회가 지난해 12월 국방수권법(NDAA)을 통과시키며 '해외에서 제조된 크레인이 미국 항구의 사이버 안보와 국가 안보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보고서를 2023년 연말까지 만들라'고 교통부에 요구했다"며 "이런 상황인 데도 한국 정치권에선 관련 논의가 제대로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안 의원은 "국가 기반시설인 항구는 그 어떤 곳 보다 철저한 보안이 유지돼야 한다"며 "국내 항구에 설치된 모든 크레인을 대상으로 보안성을 점검하는 전수조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박양수기자 yspark@dt.co.kr
[ 저작권자 ⓒ디지털타임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