佛 파리10대학서 미술사학 박사과정… 2009년 초대 연구장맡아
서자 취급받던 사진 20년전부터 송영숙 관장 '뚝심 투자'에 감탄
5월 영상사진 개척 '윌리엄 클라인 회고전'… 복합문화공간으로
서자 취급받던 사진 20년전부터 송영숙 관장 '뚝심 투자'에 감탄
5월 영상사진 개척 '윌리엄 클라인 회고전'… 복합문화공간으로
![[산업人문화] 14년간 한국사진史 몰두… "못나고 모자란 과거라도 보존해야죠"](http://contents.dt.co.kr/images/202303/2023031302109932057001[1].jpg "[산업人문화] 14년간 한국사진史 몰두… \"못나고 모자란 과거라도 보존해야죠\"")
"뮤지엄한미는 미술계와 대중의 관심 밖이던 사진을 보전·연구해 지켜내려고 하신 관장님의 20년 노력의 결실입니다."
최봉림(64) 가현문화재단 한국사진문화연구소장은 지난해 12월 서울 종로구 삼청동에 문을 연 뮤지엄한미의 부관장을 겸하고 있다.
뮤지엄한미는 국내 최초 사진전문 미술관인 한미사진미술관이 개관 20주년을 맞아 송파구 방이동 한미약품 건물에서 삼청동으로 이전하면서 재탄생한 복합문화공간이다. 고(故) 임성기 한미약품 선대회장의 배우자인 송영숙 관장(현 한미약품 회장)이 지난 2003년 가현문화재단의 첫 사업으로 한미사진미술관을 설립한 뒤 2009년 한국사진문화연구소를 만들면서 최 소장을 영입했다.
최 소장은 한국외대와 서울대 대학원에서 불어불문학을 전공하고, 프랑스 파리 10대학에서 박사준비과정(D.E.A)을 마쳤다. 파리1대학 미술사학과에서 '손의 초상과 사진'으로 박사학위를 취득한 그는 홍익대 산업미술대학원과 경원대 경영대학원에서 겸임교수를 역임했다.
한국사진문화연구소 초대 소장으로 14년간 한국사진사를 연구해온 최 소장은 "이곳에 오기 전까진 관심이 없던 분야인데 조금씩 하다 보니 한국사진사 연구에 대해 온축된 정보량을 갖게 되고 수집 자료도 적지 않더라"며 "관장님의 의지가 컸다"고 말했다.
그는 "미술관이 처음 문을 연 20년 전엔 한국 미술계에서 사진이란 매체가 서자 취급을 받았다"며 "사진 전문 미술관이 생김으로써 사진가들의 전시나 발표 공간이 확보돼 사진의 위상이 올라갔다"고 설명했다. 이어 "해외 네트워크를 구축해 한국 사진가들의 활동을 지원하는 데도 역할을 했다"며 "국제적인 흐름에 맞게 미술계의 안목을 확장시켰다고도 볼 수 있다"고 덧붙였다.
"저는 연구만 했을 뿐 미술관의 20년 세월이 이 같은 결과를 자연스럽게 만들어줬어요. 관장님께서 해마다 해외 기관장과 작가들을 직접 만나 네트워크를 맺으시고, 도록(圖錄) 제작에도 굉장히 정성을 많이 들이셨거든요. 돈도 많이 들어가고 신경 쓸 일도 많으신데 지치지 않고 후원과 투자를 해오신 뚝심이 대단한 것 같아요."
최 소장은 "이번 뮤지엄한미 개관전을 하기 전까진 체감하지 못했는데 론칭을 하면서 관장님께서 정말 잘 참고 견디신 걸 알겠더라"며 "저야 월급쟁이지만 투자하는 사람 입장에서는 중간중간 성과를 보인 것도 아니고 문화기관이나 언론이 눈여겨 본 적도 없는데 쉬운 일은 아니었을 것"이라고 송 관장에 대한 존경심을 표했다.
한국사진사를 되돌아보는 개관전은 최 소장이 기획 총괄했다. 대중성이나 재미와는 다소 거리가 먼 주제인 데다 내용이 무거워 큰 부담감을 안고 전시를 준비했다. 2년 동안 자료를 수집했는데 1년이 지난 후엔 '과연 이 전시가 될까' 싶어 자신감이 더욱 없어졌다고 최 소장은 당시 불안했던 심정을 전했다.
"한국 사진사를 복원하는 과정에서 남아있는 사진들이 생각보다 너무 없었어요. 자료나 선배 사진가들의 작품이 관리와 관심 부족으로 인해 손망실이 많이 이뤄졌죠. '우리 문화예술기관에서 사진에 대해 좀 일찍 예술적 대우를 해주고 컬렉션을 했으면 보존이 잘 됐을 텐데' 하는 안타까움이 들더라고요. 그래도 작가들과 유족들의 협조 덕분에 이만큼이라도 모을 수 있어 다행스럽게 생각해요."
뮤지엄한미 개관전을 본 작가들과 관람객들은 온축된 연구·보존 자료들과 아카이브에서 내공이 느껴진다고 평가하고 있다. 사진에 관심이 없던 대중에게 한국사진사를 찬찬히 알리면서 관심을 유도한다는 평도 나온다. 최 소장은 "준비야 14년 전부터 해온 거고 개관전이라는 이름으로 펼칠 기회를 가진 것"이라며 "저는 중간 이상은 갔다고 생각해 위안을 얻고 있다"고 자평했다.
방이동 한미약품 건물에 있던 미술관을 갤러리가 밀집한 삼청동으로 옮겨 접근성을 높인 뮤지엄한미는 복합문화공간으로 다양하게 활용될 예정이다. 최 소장은 "사진이라는 전문성을 두고 사진과 다른 매체와의 결합뿐 아니라 여러 미디어들을 다 같이 수용을 하는 전략을 짜고 있다"고 설명했다.
"다음달 16일 개관전 막을 내리면 5월 24일부터 윌리엄 클라인 회고전을 진행할 계획이에요. 미국 작가인데 지난해 9월 프랑스에서 돌아가셨어요. 영상사진의 길을 처음으로 개척한 현대사진의 선구자라고 할 수 있는 분이에요. 사진과 동영상 매체를 활용하는 작가지만 그림도 참 잘 그리셨죠. 종합 미술로서 그 분의 작업들이 들어오게 되면 자연스럽게 사진 하나만 하는 미술관이 아니란 걸 알릴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마지막으로 최 소장은 "사라질 뻔한 문화의 한 역사가 보존되고 대중과 공유되려면 국가나 기업의 후원은 필수조건"이라며 "자본주의체제에서 재정적 지원 없이는 문화가 살아남기 어렵다"고 강조했다. 이어 "문화에 대한 좀 못나고 모자란 과거라도 사장되지 않고 잘 보존·보전될 수 있도록 되돌아보는 기업들이 늘어나면 좋겠다"며 "미술계에서 서자 취급을 받던 사진 분야에 대해 특정 기업의 후원과 오너의 열정으로 여기까지 온 저희 미술관이 모범적인 선례로 인식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박은희기자 ehpark@dt.co.kr
사진=이슬기기자 9904su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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