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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좋은 경제와 좋은 정치, 나쁜 경제와 나쁜 정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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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동길 숭실대 명예교수·경제학
[시론] 좋은 경제와 좋은 정치, 나쁜 경제와 나쁜 정치
경제는 심각한 위기다. 경제 살리기가 급하다. 그러나 더 급한 건 바른 정치, 경제 발목을 잡지 않는 정치다. 경제를 살리는 제도와 방안이 있다 해도 정치가 이를 외면하거나 엉뚱한 방향으로 처리하면 그만이 아닌가. 그래서 "문제는 경제야"가 아닌 "문제는 정치야"다.

잘 사는 나라와 못사는 나라를 결정하는 핵심적 요인은 경제 제도다. 그런 경제 제도를 결정하는 것은 정치와 정치 제도다. 좋은 경제 제도는 좋은 정치 제도에서 비롯된다. 애쓰모글루와 로빈슨은 '국가는 왜 실패하는가'에서 이 점을 강조한다. 좋은 정치 제도를 갖지 않으면 좋은 경제 제도와 정책이 나올 수 없다는 것이다.

우선 거대 의석을 가진 야당이 통과시키려고 하는 '노란봉투법'(노동조합 및 노동조합관계법 개정안)과 양곡관리법개정안을 보자. 노란봉투법은 현재 불법인 파업의 일부를 합법화하는 게 핵심이다. 다시 말해 파업을 부추기고 사용자 손해배상 청구를 무력화해서 기업의 투자의욕을 꺾는 법이다. 민주당은 문재인 정부 시절 이 법을 통과시키려고 하지 않았다. 기업과 경제에 미칠 악영향이 크다는 걸 알았기 때문이다. 이제 야당이 되자 노조의 표를 얻기 위해 생각이 달라진 것이다.

양곡관리법 개정안은 쌀값 안정을 위해 과잉 생산된 쌀을 정부가 의무적으로 매입하게 하는 게 골자다. 지금도 과잉 생산되고 있는 쌀을 의무적으로 매입하면 결과적으로 쌀 과잉 생산을 부추겨 쌀값을 떨어뜨리는 요인이 될 수밖에 없고, 다른 농산물과의 형평성에도 문제가 있다. 또한 막대한 매입비용도, 보관비용도, 매입한 쌀의 처리도 문제다.

지금 세계는 스마트팜을 비롯한 농업혁명이 진행 중이다. 정보통신기술을 활용해 원격으로, 자동으로 작물의 생육환경을 관측하고 관리하는 과학 기반의 농업방식이 스마트팜이다. 이런 농업혁명 추세를 외면하는 퇴행적인 입법은 멈춰야한다.

한국 경제가 가야할 길을 이런 정치에 물을 수밖에 없는 현실이 딱하다. 민주당은 국회를 당대표 구속을 막는 '방탄장'으로 활용하는가 하면, 다른 한편으로 당대표 거취를 둘러싸고 당내 갈등을 겪고 있다. 집권 여당도 당대표 선출과정에서 보여준 행태는 한심하기 짝이 없었다. 집권당 책임도, 민생 현안이나 정책노선에 대한 비전도 없었고 후보들 간에 비난과 감정싸움으로 얼룩진 감동 없는 전대였다.


그런 정치판이 민생을 살필 틈이라도 있겠는가. 국회의원의 대정부 질의를 보면 한심하다. 정책의 문제점을 파헤치기는커녕 허접한 걸 묻고 답변은 들으려하지 않거나, 깐죽거린다는 등 상대를 무시하거나 비아냥거리고 호통 치는 게 고작이다. 그들은 국민의 대표라고 자처하지만 어느 국민도 그런 식의 언동을 하라고 하지 않았다.
거짓과 가짜뉴스의 생산지가 거의 정치권이라는 뉴스도 있고, 정치권의 거짓말과 가짜 뉴스를 감시·검증하기 위한 시민단체까지 출범하기에 이르렀다. 이런 정치, 이런 국회를 방치하면 남이 건드리지 않아도 나라는 스스로 무너질 수밖에 없다고 하면 지나친 말일까.

그런데도 국회의원 정수를 늘리자는 주장이 등장한다. 정수를 늘리되 인건비 예산을 동결하는 방안이 제시되지만 그건 꼼수다. 국회의원들이 자신들의 인건비를 마음대로 정할 수 있는데 그 말이 통할까. 국회의원 정수를 줄이자는 국민 절대 다수의 뜻을 모른단 말인가.

국민은 나라를 걱정하고, 정치인들은 사회 질서와 국가의 진로를 혼란스럽게 하는 것이 한국의 현실이다. 여야 정치인들이 반대를 위한 반대, 상대 흠집 내기, 말꼬리 잡기 싸움을 언제 끝내고, 싸울 걸 가지고 싸우는 '정책 경쟁'을 하는 모습을 언제 보여줄 수 있을까. 나라와 국민을 위해 타협하는 모습을 보여주기를 정치인들에게 기대하는 게 무리일까.

풀어야할 문제가 많다는 게 문제가 아니다. 문제를 풀려고 하지 않거나 문제를 꼬이게 하는 게 문제다. 경제를 죽이는 것도, 국민을 편 가르는 것도 정치다. 그런 정치 끝낼 때가 됐다. "경제는 정치인이 잠자는 밤에 성장한다"는 말이 왜 나오는가를 정치인들이 한 번 생각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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