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심 정보·기술 노출 가능성
자금 활용·사업 확장도 눈치
中 가동·출구전략 고심 필요
자금 활용·사업 확장도 눈치
中 가동·출구전략 고심 필요
메리츠증권은 2일 '미국 반도체 재정 인센티브의 두 가지 함정'이라는 제목의 보고서를 공개하고 국내 기업이 미국 반도체지원법에 따른 지원 혜택을 받는 과정에서 받게 될 위험에 대해 경고했다.
김선우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대규모 자본투자가 필수적인 반도체 산업에서 국가 보조금 지원은 국내업체가 주도권을 갖고 있는 메모리반도체뿐 아니라 개발과 성장이 절실한 시스템반도체와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분야에서도 절대적으로 중요하다"면서 "다만 현재까지 공개된 인센티브는 두 가지 측면에서 거대한 불확실성이 존재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먼저 김 연구원은 재정 지원을 받기 위해 제조 시설의 세부 사항이 공개되면서 핵심 정보와 기술들이 노출될 가능성에 대해 언급했다. 김 연구원은 "반도체 생산 공정은 제조기업의 극비 사항으로 메모리 반도체에 있어서는 원가경쟁력, 로직반도체에 있어서는 성능 경쟁력과 직결되는 부분"이라며 "경쟁사와의 공정 격차가 중요한 반도체 산업에 있어 정보 공개는 치명적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보조금을 받으면서 자금 활용과 사업 확장에 대해 감시에 가까운 제한을 받을 수 있다는 점도 위험 요소로 꼽았다. 이어 1억5000만달러 이상을 지원받는 기업에 대해 초과수익분을 '회수 가능' 하도록 한 조건에 대해서도 "결국 성공적인 투자로 귀결되더라도 초과 수익의 상당 부분을 반납해야 하는 실효성 문제에 봉착한다"고 덧붙였다.
중국에 대한 '가드레일' 조항에 대해서는 "최대 수요처인 중국에서의 추가 투자는 금지될 가능성이 높아, 이미 중국 내 생산시설을 가동 중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국내 반도체 관련업체의 경우 가동 유지 (여부)와 출구전략까지 고심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미국 현지에서도 해당 법안에 대해 비판적인 여론이 형성되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지난 1일 사설을 통해 "우리는 미국 반도체 회사와 다른 회사들이 바이든 대통령의 산업 정책에 서명하기 위해 지불할 대가를 배우고 있다"며 "기업들이 진보적인 사회 정책의 계약 하인이 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로이터통신 역시 업계 소식통을 인용해 "예상치 못한 조항이 보조금의 매력을 떨어뜨리고 있다"며, 주요 기업들이 미국 정부의 요구를 받아들이기 어려울 것으로 내다봤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비롯한 반도체 기업들은 이 같은 상황을 면밀하게 살펴보며 대응 방안을 고심하고 있다. 미국에 패키징 후공정 설비 투자를 계획하고 있는 SK하이닉스의 경우 보조금 신청 접수 시점이 오는 6월이라 시간적 여유가 있지만, 이미 텍사스 테일러에 제2파운드리 설비를 건설하고 있는 삼성전자는 이달 말부터 접수를 받는 보조금 신청을 해야할지 등이 고민이다.
보조금을 신청하면 최대 수출국인 중국 시장을 완전히 포기하는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올 수 있고, 반대로 신청하지 않으면 미국 당국으로부터 의심의 눈총을 받을 수 있어 부담이다.
기업들은 말을 아끼며 이달 구체화될 '초과이익 공유'와 가드레일 관련 세부 내용에 눈과 귀를 집중하고 있다.
전혜인기자 hye@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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