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윤희 금융부동산부 증권팀장
![[현장칼럼] "버핏, 당신은 똑똑하고 나는 옳아"](http://contents.dt.co.kr/images/202302/2023022802102269066001[1].jpg "[현장칼럼] \"버핏, 당신은 똑똑하고 나는 옳아\"")
그는 이번 서한에서 '미국'에 계속 베팅하겠다며 미래 투자활동에 낙관적 전망을 유지했다. 엄청난 인플레이션 압력이 다양한 사업부문에 영향을 준다고도 했다. 특히 서한에서 눈에 띄는 것은 "훌륭한 파트너를 얻는 것보다 더 좋은 것은 없다(Nothing Beats Having a Great Partner)"라는 문장이다. 자신의 단짝이자 신뢰하는 사업 파트너 찰리 멍거를 찬사한 부분이다.
멍거는 버크셔해서웨이의 또 다른 역사다. 1964년 워런 버핏이 뉴잉글랜드의 작은 섬유회사인 버크셔해서웨이를 인수한 뒤 합류한 멍거는 40년 넘게 버핏의 친구이자 조언자로 곁을 지켰다. 그 사이 1000만 달러에 불과하던 버크셔해서웨이의 시가총액은 약 7만배로 불어났다.
버핏은 이번 서한에서 "찰리와 나는 거의 생각이 같다"면서 멍거가 최근 팟캐스트에서 한 말들을 소개했다. "세상은 어리석은 도박꾼들로 가득 차 있지만, 이들은 인내심 있는 투자자만큼 잘 해내지 못할 것이다", "내가 세상을 있는 그대로 보지 않으면 그것은 굴절 렌즈로 사물을 보는 것과 같다", "항해할 수 있는 배까지 헤엄쳐 갈 수 있다면, 가라앉는 배에서 물을 퍼내려고 하지 말라" 등 투자 뿐 아니라 인생 전반에도 적용이 가능한 '현인의 말'이었다.
최근 주식시장은 어느 때보다 예단하기가 어렵다. 기업 실적은 하락세로 접어들었지만 통화정책 변화를 기대한 증시는 연초부터 '재료' 없는 상승을 이어갔다. 강력한 긴축에도 인플레이션(물가상승)이 쉽사리 잡히지 않자 미국도 '울며 겨자 먹기'로 긴축을 지속해야 하는 상황이 됐다. '노 랜딩(무착륙)'이란 기대와 '리세션(경기침체)'이라는 걱정이 동시에 주식시장을 떠돌고 있다.
아흔아홉살의 노련한 투자자 멍거 또한 지금의 시장에 대해 낙관하고 있지는 않다. 그는 인터뷰에서 "나는 성인이 되고나서 이렇게까지 현금을 비축하며 더 나은 조건을 기다린 적이 없었다"며 "버핏과 내가 주식이 더 싸질 때까지 기다리는 것은 아니다. 우리가 살만한 것이 없기 때문에 아무것도 사지 않는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버크셔해서웨이는 지난해 애플 등 기존 주식을 추가 매수한 것 말고는 투자를 크게 벌이지 않았다. 대부분은 현금으로 보유 중이다. 작년 말 기준 1286억 달러의 현금을 보유하고 있다.
버핏과 멍거의 버크셔해서웨이는 1990년대 코카콜라, 아메리칸익스프레스, 코스트코 등에 투자해 현재까지 어마어마한 수익률과 배당금을 자랑하고 있다. 하지만 노령인데다 가치투자를 지향하는 만큼 신기술에 대해서는 보수적으로 접근한다는 말도 많이 나온다.
이와 관련, 지난 2008년 일론 머스크가 테슬라를 설립했을 당시 멍거와 만난 일화는 유명하다. 당시 멍거는 테슬라에 대한 투자를 거절했고, 테슬라 대신 중국 전기차업체 비야디(BYD)에 투자했다. 당시 2억 달러였던 테슬라 시가총액은 15년 뒤인 현재 3000배 불어났다. 비야디의 주가는 5~6배 상승하는 데 그쳤는데 말이다.
멍거는 자주 버핏에게 "워런, 그것에 대해 더 생각해봐. 자네는 똑똑하고 나는 옳아"라고 말했다고 한다. 하지만 옳다는 개념 또한 상대적인 것이다. 틀리지 않는 사람은 없고 시장은 빠르게 변화한다. 물론 훌륭한 파트너를 찾는 것도 중요하고 굳은 신뢰도 중요하다. 하지만 어쩌면 투자자들에게 가장 중요한 건 나날이 새로워지겠다는 각오가 아닐까 싶다. stel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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