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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기호의 정치박박] 태영호의 4·3 촉발사건 논쟁…오히려 숨은 `감별사`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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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로당 4·3 소요 "北 김일성 만행" 무릎꿇은 太
야권 "국가의 민간 대량학살에 색깔론" 반발
太 "권력·극우에 희생" 인정…史實논쟁서 의문
盧정부 "單政반대 연계" DJ "공산폭동서 시작"
당내 색깔론 펴던 與실세들, 진짜 논쟁은 회피
[한기호의 정치박박] 태영호의 4·3 촉발사건 논쟁…오히려 숨은 `감별사`들
지난 2월12일 탈북 고위외교관 출신 태영호(왼쪽) 국민의힘 의원이 제주 4·3평화공원 위령제단 앞에서 1948년 4월3일 남조선로동당 제주도당의 무장폭동 이후 군경 진압 등으로 희생된 민간인들을 기려 무릎을 꿇고 참배하고 있다. 오른쪽은 빌리 브란트 전 서독 총리가 1970년 12월 7일 폴란드 바르샤바 유대인 위령탑앞에서 '나치 과거사 반성' 취지로 무릎꿇고 사죄해 세계적인 주목을 받았던 사진.

"4·3 사건은 명백히 김씨(북한 김일성·김정일·김정은 3대) 일가에 의해 자행된 만행…김씨 정권에 몸담다 귀순한 사람으로서 무한한 책임을 느끼며 희생자들에게 무릎 꿇고 용서를 구한다". 지난 12일 제주 호국원과 4·3 평화공원을 찾아 순국선열과 4·3 사건 양민학살 피해자를 기린 태영호 국민의힘 의원이 낸 메시지다. 주(駐)영국 북한대사관 공사직에 올랐던 고위급 탈북인사로서, 1948년 4월3일 남조선로동당(남로당) 제주도당 무장반란으로 촉발된 이후 사태를 사죄한다며 무릎을 꿇었다.

이는 1970년 12월7일 빌리 브란트 서독 수상이 폴란드 바르샤바 유대인 게토의 저항 투사 추모지를 찾아, '나치 과거사 반성' 의미로 무릎을 꿇은 것을 본뜬 행보로 알려졌다. 북한 정권을 '가해자'로 전제하고 그 출신으로서 사죄한 셈이다. 실제 남로당은 조선공산당의 후신이고, 후일 북조선로동당에 흡수됐다. 1948년 5·10 총선거 저지를 목표한 무장대는 "반미(反美)구국투쟁" "매국 단선단정(단독선거·단독정부)"을 선전했다. 일찍이 '북조선임시인민위원회'를 세워 단독 정권을 준비하던 김일성세력, 배후의 소련과 궤를 같이했다.

태영호 의원은 그 이튿날(13일) 국민의힘 3·8 전당대회 후보자 제주 합동연설회에서도 최고위원 후보로서 연설 도중 같은 메시지를 내며 무릎을 꿇었다. 당대표 후보자들이 생산성 없는 '윤심·탄핵·분열' 키워드로 아귀다툼만 벌일 때, 8명의 최고위원 경선주자 1인으로서 새로운 전선(戰線)을 형성하는 결과가 됐다. 체포동의안 방탄 논란을 불사하던 더불어민주당은 태 의원에 대해선 즉각 최고위원 후보 사퇴, 국회의원직 사퇴를 다그쳤다.

[한기호의 정치박박] 태영호의 4·3 촉발사건 논쟁…오히려 숨은 `감별사`들
위성곤 더불어민주당 원내수석부대표가 15일 오전 국회 의안과에 태영호 국민의힘 의원에 대한 징계안을 제출하고 있다. 왼쪽부터 민주당 제주 지역구의 송재호·위성곤·김한규 의원.<공동취재·연합뉴스>

제주 4·3희생자유족회 등 6개 단체가 먼저 "태 의원은 4·3에 대한 왜곡과 망언으로 유족과 제주도민을 분노케 한다"며 "전당대회를 통해 낡아빠진 색깔론으로 국민들을 현혹하겠다는 것에 불과하며, 4·3을 폭동으로 폄훼해 온 극우의 논리"라고 반발 성명을 냈다. 뒤이어 민주당은 제주 지역구의 김한규·송재호·위성곤의원이 15일 4·3 사건의 정체성을 "국가 공권력에 의한 민간의 대량학살"로 한정하면서 태 의원을 국회 윤리특별위원회에 제소했다. 오영훈 제주도지사는 국민의힘에 의원 제명까지 요구했다.

태 의원이 국민의힘 전대를 계기로 4·3을 정략적 활용한다는 지적이 나온 건 다소 일리가 있다. 정치권의 4·3 사건 추모는 연례적인데, 귀순 7년차이자 국회의원 임기 상당부분을 보낸 뒤에야 보인 행보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태 의원이 민간인 피해자들을 공격했다고 봐야하는지, 무장세력이 민간인을 끌어들여 초래된 '콜래트럴 대미지' 측면이 전무(全無)했는지 사실(史實)논쟁에선 의문이다.

애초 4·3은 남로당원들의 제주 무장봉기일을 가리킨다. 태 의원은 14일 "나는 북한 대학생 시절부터 4·3 사건을 유발한 장본인은 김일성이라고 배워왔다"며 "당시 남로당 제주도당이 김일성의 5·10 단선 반대 노선을 집행한다며 무장폭동을 일으키지 않았다면 그렇게 많은 사람이 희생되지 않았을 것"이라고 후속 입장을 냈다. 남로당에 대해 '국가공권력의 과잉대응을 악용'했다고 지적한 동시에 "이념과 아무런 관계가 없는 많은 주민이 억울하게도 국가권력과 극우단체들(서북청년단 등)에 의해 희생당했다"고 짚기도 했다.

15일에도 밝힌 입장에서 태 의원은 "(故) 김대중 전 대통령(DJ)도 '공산주의자들의 무장폭동'이라고 했고 노무현 정부 때 진상조사에서도 남로당 제주도당의 폭동이라는 점은 인정했다"고 했다. '김대중 사이버 기념관' 내 1998년 11월23일 'CNN 회견 내용'에 따르면 DJ는 4·3 사건 진상에 관해 "원래 시작은 공산주의자들이 폭동을 일으킨 것이지만 많은 무고한 사람들이 공산주의자로 몰려서 억울하게 죽음을 당했다. 이 문제는 세월이 많이 지났지만, 그들의 명예를 회복시키고 해서 유가족들을 위로해 줘야 한다"고 언급했다.

2003년 노무현 정부 때 '제주 4·3사건 진상조사보고서'에도 "단독정부 수립 반대와 연계된 남로당 제주도당 무장봉기가 있었고, 이를 진압하는 과정에서 무고하게 주민들이 희생됐다"고 했다. 보고서가 '1947년 3월1일 경찰의 발포사건~1954년 9월21일 한라산 금족령 해제' 기간 무장대-군경 간 무력충돌과 민간인 피해 규명에 주안점을 뒀음에도 명시됐다. 단정 논쟁은 1946년대 본격화했고 김일성이 단정 '선수'를 친 사실은 익히 알려져 있다. 태 의원은 4·3 무장봉기를 '김씨 일가의 만행'으로 연결한 차이가 있을 뿐이다.

태 의원은 "당시 박헌영 등 남로당 지도자들은 미 군정의 체포를 피해 평양으로 들어갔고 소련공산당 지시로 남로당의 직접적인 지휘권은 김일성의 평양 중앙으로 이관된 상태였다"며 "김일성은 남북총선거와 5·10 단독선거 반대를 당 결정으로 채택하고 평양 라디오 방송은 매일 '거국적인 투쟁'을 선동했다"고 했다. 공산당의 '중앙당 유일관리제' 운영방식, 숙청된 박헌영과 달리 김달삼·고진희 등 4·3 무장폭동 주역들은 애국열사릉에 매장하고 기념 영상물까지 만든 점에 비춰 김일성 의중을 따른 행보일 수밖에 없단 논리다.

[한기호의 정치박박] 태영호의 4·3 촉발사건 논쟁…오히려 숨은 `감별사`들
국민의힘에서 친윤(親윤석열) 실세 4인방으로 꼽히는 이들 중 이철규(왼쪽부터)·장제원 의원.<연합뉴스 사진 갈무리>

야당에선 제주도당이 남로당 중앙과, 또 박헌영이 주도권 다툼 상대이던 김일성과 분절관계라 하고 싶은 건지, 실익은 뭔지 의문이다. 입맛따라 탈북인사에 북한을 투영하거나, 남로당 소속 전력 자체도 공격한 바 있으면서다. 2019년 8월 박주민 당시 민주당 최고위원은 "박정희 전 대통령은 남로당 군사총책으로 활동한 혐의로 무기징역을 선고받았었으나 한번도 자기반성을 한 적은 없었다"고 했다. 2021년 12월 송영길 당시 민주당 대표는 라디오에서 "보수세력이 그렇게 떠받드는 박 전 대통령도 한때는 남로당 당원"이라고 했다.

보수여당은 또 다른 밑천을 드러냈다. 윤심(尹心·윤석열 대통령 의중)을 대변한다는 자·타칭 실세들이 나서 "반윤(反尹) 우두머리"를 지목하고, 특정 당권주자의 7~10년 전 행보까지 끌어와 공산주의자 존경 운운 '색깔론'을 뒤집어씌우는 등 '감별사 행세'를 한 지가 며칠 되지도 않았다. 정작 건국이념과도 연결될 수 있는 논쟁으로 태 의원이 민주당의 포화를 맞자 자취를 감췄다. 지도부 핵심들도 입을 닫았고, 남로당 무장폭동사(史)와 '가해자-피해자 구분'이 흐려져선 안 된다는 보수유권자 일부만이 호응하고 있을 뿐이다.

오히려 전대 선거관리위는 국민의힘 제주도당의 반발이 있었다며 태 의원에게 "지역 민심과 국민 정서에 반하는 언행을 삼가달라"고 '엄중 주의'를 줬다. 당대표 주자군 역시 '이준석계' 천하람 후보는 "천하람 찍으면 자유로운 정치발언 지킵니다"라는 구호와 다르게 태 의원 입단속을 공언했고, 김기현 후보는 "저는 북한에서 교육을 받아본 적도 없다"며 고개를 돌렸고, 안철수 후보는 일언반구 않는 등 졸장 기질들만 보였다. 전례 없는 경선 영향력을 행사 중인 권력 핵심부 주변에선 "당정융합"이니 "명예 당수(명예 당대표)"니 희한한 '자가발전'에 여념이 없었다. 현 여권을 놓고 윤 대통령이 수도 없이 표방한 "자유"와 "자유민주주의"를 '지킨다, 상징한다'고 말하기가 참 어려워졌다.한기호기자 hkh89@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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