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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일 칼럼] IRA도 넘은 中 신산업, 얕볼 게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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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일 산업부장
[박정일 칼럼] IRA도 넘은 中 신산업, 얕볼 게 아니다
미국이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작년 말 밀어붙인 인플레이션감축법(IRA). 결과는 어떨까? 반중감정에 휩싸인 미국의 의도대로 흘러가고 있는지, 아니면 중국의 잠재력 앞에 무용지물인 법안으로 전락하고 있는지 궁금했다.

이런 터에 중국 매일경제망의 보도를 접했다. 한마디로 미국의 강력한 견제도 소용없었다는 통계가 나왔다. 미국이 한국 등 우방국의 항의까지 감수하면서도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인플레이션 감축법(IRA를) 밀어붙였지만, 지난해 중국 전기차·배터리와 태양광 수출액은 전년보다 배나 늘었다. 보도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의 전기차와 태양광 제품, 리튬 배터리의 수출액은 전년보다 각각 131.8%, 67.8%, 86.7% 늘었다. 중국은 유럽연합(EU)과 아세안(ASEAN) 등 제3국 시장에서 돌파구를 찾았다.

오죽했으면 자동차 강국인 EU에서도 중국을 견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올 지경이다. 카를로스 타바레스 스텔란티스 최고경영자(CEO)는 "유럽 자동차와 중국 자동차의 가격 차이가 크다"며 "이런 상황에서 아무 것도 변하지 않는다면 유럽 중산층 고객들은 점점 더 중국 자동차를 선택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업계에 따르면 유럽 시장에서 중국 전기차는 현지 생산 제품보다 평균 3199만원(42.9%) 저렴한 가격에 판매된다고 한다. 유럽 완성차 업체 가운데 상당수는 중국산 배터리를 전기차에 탑재하고 있다. 타바레스 CEO는 이대로 놔두면 EU의 전기차 시장도 이미 중국에 잠식당한 태양광처럼 될 수 있다며 정부 차원의 대책을 촉구했다.

아무리 자국 이기주의 정책을 펼쳐도 이미 외국에 빼앗겨버린 시장을 다시 찾아오기는 쉽지 않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EU가 러시아산 석유제품의 수입을 제한하고 있지만, 에너지 인플레이션을 걱정한 일부 EU 회원국들이 러시아산 액화천연가스(LNG) 수입 규제에는 미온적인 것도 비슷한 사례다. 우리나라에도 중국의 전기차·배터리처럼 세계 시장에서 '대체 불가' 수준의 경쟁력을 가진 주력 수출품목이 있다. 바로 메모리반도체다. 특히 모든 컴퓨팅 기기에 반드시 들어가야 하는 D램의 경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세계 시장 점유율이 70% 이상이다. TSMC가 대만의 안보를 지켜주고 있다는 분석처럼, 한국 역시 메모리반도체가 북한의 남침을 막는 가장 확실한 무기라는 말이 업계와 외신에서 심심찮게 나오는 이유다.

코로나19 대유행으로 인한 공급망 마비로 자동차와 가전제품 등 제조업 전반이 어려움을 겪은 이후 미국 등 주요국가들은 자국 반도체·배터리 산업 육성을 위해 수백조원의 국가예산을 투입하고 있다.동시에 외국 기업들의 자국 내 생산시설 구축까지 요구하는 등 산업 육성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우리 정부의 생각도 다르지 않다. 1주일 전 윤석열 대통령은 경북 구미시에서 열린 SK실트론 투자협약식에 직접 참석해 "반도체 산업은 우리 수출의 20%를 담당하는 경제의 버팀목이자 국가 안보 자산"이라며 전폭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약속한 바 있다.

그러나 국회가 도와주지 않으면 이는 '공염불'이 된다. 야당은 반도체특별법에 '대기업 특혜'라는 프레임을 씌우며 지원을 줄이려 하고 있으며, 여당은 '여소야대'에 속수무책이다. 야당의 대기업 특혜 주장은 현실성이 떨어진다. 먼저 반도체는 '산업의 쌀'을 넘어 '산업의 공기'처럼 4차 산업혁명의 핵심으로 부상했고, 중소기업으로 이어지는 낙수효과도 큰 편이다.

중소벤처기업부의 지난 2022년 중소기업 수출실적 집계에 따르면, 메모리반도체 업황 악화에도 반도체 제조용 장비를 만드는 중소기업들의 지난해 수출액은 330억달러로 전년보다 6.9% 늘었다. 이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의 해외사업 확장과 함께 두 업체를 추격하려는 외국 반도체 업체들도 한국 장비를 선호하면서 발생한 간접 마케팅 효과로 풀이된다.

올 1월 반도체 수출의 부진으로 무역수지가 월간 기준 사상 최대 적자를 기록했다. 한국 경제가 얼마나 반도체에 의존하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대목이다.

소비자는 국적을 따지지 않는다. 싸고 품질도 괜찮다면 중국산인지, 일본산 제품인지가 중요하지 않다. 우리는 중국 만큼의 내수시장도 없고, 미국이나 일본처럼 첨단기술 경쟁력에서 압도적 우위를 점하지도 못했다. 미국이 IRA로 중국을 포위하려던 전략이 유럽에서 펑크난 것처럼 결국 경쟁력이 생명이다. 한국의 반도체 경쟁력을 집안 내부에서 키워주지 못하는 작금의 여의도 현실. 국회의원을 몽땅 생성형 AI(인공지능)로 바꾸자고 챗 GPT에 물어보면 어떤 답이 나올까?

박정일 산업부장 comja77@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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