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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규화의 지리각각] 왜 서방은 러시아가 핵공격 할 것처럼 말을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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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종말시계 종말 90초 전까지 접근
스탠튼재단 러 핵공격 시나리오 제시
전술핵 공격에 우크라 굴복 안 할 것
전세 유리한 러, 핵 사용할 이유 없어
서방 강경파, 전술핵 사용 명분 쌓나
[이규화의 지리각각] 왜 서방은 러시아가 핵공격 할 것처럼 말을 하나
지난 24일(현지시간) 미국 핵과학자회(BSA)는 지구종말시계(Doomsday Clock)가 지구 종말에 90초 전까지 접근했다고 발표했다. 1947년 지구종말시계 가동 이후 가장 종말에 가까운 시각이다. BSA는 종말이 가까워진 가장 큰 이유로 우크라이나전쟁에서 핵무기 사용이 우발적 의도적 또는 오판에 의해 일어날 수 있음을 들었다.

미국외교협회(CFR)의 스탠턴핵안보재단는 러시아가 핵공격을 한다는 세 가지 시나리오를 제시한 바 있다. 이뿐 아니라 서방 주류 언론들은 근거가 불분명한 데도 러시아가 핵무기를 사용할 준비에 들어갔다는 보도를 해왔다. 그러나 정작 러시아는 핵 공격에 대한 반격용으로만 핵을 사용할 것임을 분명히 했다. 그렇다면 왜 미국, 영국 등 서방은 러시아가 핵공격을 할 것처럼 말을 할까.

작년 9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서 고전을 할 때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30만명의 예비군 동원령을 내렸다. 이때 CFR 스탠튼핵안보재단의 앙드레 가논 펠로우는 러시아가 다음 세 가지 시나리오를 밟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시나리오 1 : 핵실험

러시아는 1990년 이후 핵실험을 하지 않았다. 핵실험만으로도 우크라에 심각한 메시지를 발신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는 것이다. 러시아는 북부 지역, 공해 또는 우크라이나의 무인 지역에서 핵실험을 할 수 있다. 이 실험으로 사상자나 방사능 낙진도 최소화되도록 주의를 기울일 것이다. 그러나 핵실험은 러시아가 기대한 것을 가져다 주지 못할 것이다. 러시아의 핵무기 효능은 이미 알려진 것이라서 충격이 못 된다. 키예프 역시 '이 전쟁은 죽기 아니면 살기'이므로 항복을 하지 않을 것이다. 키예프의 결의를 강화하고 오히려 서방으로부터 더 많은 동정과 지원을 불러일으킬 가능성이 있다.

◇시나리오 2 : 전장에 한정한 전술핵 사용

우크라가 굴복하지 않으면, 다음으론 전장에서 전술핵을 사용하는 방법이 있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군대 또는 에너지 인프라 목표물에 대해 핵무기를 사용할 가능성이 높다. 전술 핵무기는 더 작은 탑재량과 더 정확한 표적을 노릴 수 있어 전장 사용에 도움이 된다. 러시아는 비행기, 미사일 또는 선박으로 배치할 수 있는 약 2000개의 전술 핵무기를 보유하고 있다. 이때 운반도구는 단거리 이스칸데르-M 미사일 시스템일 가능성이 높다. 위력은 1~50킬로톤이며 그 중 가장 큰 것은 제2차 세계대전 말 일본 히로시마에 미군이 투하한 폭탄보다 폭발 반경이 약 0.5km 더 넓다.

러시아가 전술핵을 사용한다면 트로이츠케-스바토베-크림반도 라인 근처의 루한스크에 있는 우크라이나군(현재는 러시아가 점령 중)을 표적으로 삼을 것이다. 핵 공격은 우크라이나 군대를 약화시키고 사람이 살 수 없는 무인지대를 만들어 우크라이나의 반격을 차단할 것이다. 그러나 이마저도 우크라를 굴복시키지는 못할 가능성이 있다. 그렇게 되면 우크라는 서방의 지원을 업고 공중공격과 대공방어에 집중할 것이다.

◇시나리오 3 : 전략핵 사용

시나리오 2에서도 우크라가 항복하지 않으면 마지막 단계로 우크라 군사기지를 포함해 우크라의 병참기지 역할을 하는 발트해 국가나 폴란드 등 이웃 국가 중 하나를 골라 전략핵으로 공격하는 것이다. 최종 단계 옵션은 전술핵보다 수백 배 더 강력하다. 이 경우 미국 영국 프랑스 등 서방 핵 보유 국가들은 핵으로 보복할 것이냐 마냐를 놓고 고심할 것이다. 미국은 일단 전술적으로도 효과적인 재래식 무기로 대응한다. 러시아의 다음 목표가 되는 것을 두려워하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의 동유럽 회원국들도 핵 보복이 확장억지력 목표 달성에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며 한발 물러선다. 러시아나 우크라 이외의 지역에서 발생한 러시아의 핵 공격이 있어도 그로 인해 미국인 사상자가 없다면, 미국은 핵전쟁을 벌이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러시아의 전략핵이 파리나 로스앤젤레스 등을 노린다면 문제가 달라진다. 서방은 즉각적 보복에 나설 것이고 핵에 의한 제3차 세계대전은 피할 수 없다. 이런 가정을 쉽게 할 수 있는 상황에서 러시아가 서방을 향해 전략핵을 쓸 가능성 또한 제로에 가깝다. 다만, 문제는 러시아가 우크라의 민간인 지역이나 발틱3국의 수도 등 주요 거점을 전략핵으로 공격하는 경우다. 동맹국이 피해를 입은 것은 아니지만 미국의 고민은 깊어질 수밖에 없다. 이 경우 트리거 역할을 하는 것이 러시아를 혐오하는(루소포비아) 미국 네오콘 등 강경파들이다. 미국이 상트페테르부르크나 노보시비르스크를 핵공격하면 양국이 갖고 있는 1만1000개가 넘는 핵은 불을 뽑고 상호 멸절로 치달을 것이다.

이 같은 분석은 지난해 9월 러시아가 예비군 동원령을 내리는 등 전황이 불리하게 돌아갈 때 나왔다. 그러나 최근의 우크라라이나전 판도는 러시아에게 유리하게 돌아가고 있다. 미국과 독일이 25일(현지시간) 탱크를 지원하기로 발표한 데서도 알 수 있듯 우크라의 무기 상황과 전열은 거의 무너진 상태다. 서방의 독립적으로 활동하는 군사전문가들에 따르면 전쟁은 소모전으로 돌입했고 이미 러시아로 전세가 기울어 역전시키기 어렵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이기고 있는 전쟁에서 러시아가 핵을 쓸 리는 만무하다. 오히려 우크라에서 러시아의 승리를 저지하는 데에 핵밖에 다른 수단이 없다는 판단이 서면 서방 쪽에서 사용할 가능성이 더 높다. 서방에서 러시아의 핵무기 사용 가능성을 계속 제기하는 것은 나중에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장악하는 상황에 대비해 서방이 핵무기를 사용할 수도 있다는 함의로도 읽혀진다. 그렇다면 서방과 러시아간 핵전쟁은 불가피하고 지구종말시계의 초침은 자정으로 향할 것이다.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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