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럼] 민간 주도가 원전 10기 수출 성공의 길

김학노 前 한국원자력학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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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럼] 민간 주도가 원전 10기 수출 성공의 길
새 정부가 출범한지도 벌써 10개월이 지나고 있다. 새 정부는 원전 최강국 건설 정책의 일환으로, 2030년까지 원전 10기 수출을 추진하고 있다. 한수원은 이미 3조원 규모인 이집트 엘다바 원전 4기 건설사업의 '원전 기자재·터빈 시공 분야' 계약을 체결했고, 총 사업비만 40조원에 이르는 폴란드 퐁트누프 원전 수주에 나서고 있다.

하지만 원전 건설 최강국이 되기에는 세계 원전 시장에서 우리의 지분이 아직은 부족하다. 대형 원전은 물론 새롭게 떠오르는 소형원전(SMR) 시장에서도 선두에 서야 한다. 우리의 대형 원전사업은 한수원을 중심으로 한 공기업 체제 하에서 주어진 예산과 계획 내에서 일사분란하게 사업을 완수시켜 국제적인 신망을 쌓아 왔다. 이를 세계에 확실히 보여준 사례가 UAE 바라카에 건설한 원전 4기 수출사업이다. 탄소중립을 달성하기 위해 세계 각국의 원전 건설 붐이 일어나면서 한수원 등도 덩달아 바빠질 것이 분명하다.

그러나 대형원전 사업의 성공이 지금 새롭게 떠오르는 SMR 사업에서도 그대로 성공할 것이라고는 보장하기 힘들다. SMR은 전력망 규모가 작은 국가, 섬나라 국가, 오지 지역 등 틈새시장에 설치할 목적으로 2010년대부터 본격적인 개발 붐이 일어났다.

세계는 이미 대형원전 시장에서 SMR 시장으로의 전환이 전망되고 있고, 우리는 SMR 개발에 매우 적극적인 미국 등 선진국들과 촌각을 다투어 시장 쟁탈을 해야 하는 상황이다.

우리나라는 SMR에 일찍이 눈을 돌려 일찍이 개발을 시작했다. 2012년 우리 토종 SMR인 SMART의 표준설계 인가를 원자력안전위원회로부터 취득한 바 있다. 개념개발 단계의 걸음마 수준이었던 미국의 SMR인 뉴스케일(NuScale)과 SMART가 자주 비교되었는데, 당시 SMART는 건설이 가능한 성숙한 기술 수준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기술성숙도가 미국에 역전되었고, 이를 추월하는 것이 시급한 과제가 되었다. 미국은 자국 SMR 개발을 독려하기 위해 에너지부가 재정지원사업을 펼쳐 스타트업인 뉴스케일사가 SMR 개발에 뛰어들 수 있는 기회를 부여해 준 반면, 우리나라는 SMART의 상용화를 추진하지 못하여 주춤하였다. 그 사이에 뉴스케일사가 우리를 한참 앞질러 현재는 서방세계 SMR 시장의 강자로 올라서게 되었다.

이같은SMART 사례는 공기업 중심의 원전사업 체제로는 역동적으로 변화하고 있는 SMR 세계시장의 제패가 어려울 수 있음을 보여준다. 우리의 원전 사업은 한수원이 움직이면 진행되고 한수원이 거부하면 좌절하고 마는 사업이라는 것을 SMART 상용화 지연이 극명하게 보여준 사례이다.

이제 와서 과기부와 산업부의 협력하에 한수원 주관으로 SMR 사업단을 발족하여 혁신형 SMR 개발을 서두른다고 하니 늦었지만 다행이라는 생각도 든다.

하지만 SMR과 관련하여 역량이 검증된 바 없는 공기업 중심 체제로 촌각을 다투는 시장경쟁력 확보 경쟁에서 역동적으로 대응할 수 있을지가 의문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우리 민간 기업은 해외의 SMR 개발기업에 현금 출자나 기술 출자 등 다양한 경로로 협업을 통해 진입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현재까지 두산에너빌리티를 비롯하여 삼성물산, GS에너지, 현대엔지니어링, 현대건설, SK, SK이노베이션, 한국조선해양, DL이앤씨, 삼성중공업, 대우조선해양 등이 SMR 개발 협업 기업으로 알려져 있다.

왜 우리 기업은 해외의 SMR 개발 기업들에만 투자를 할까? 국내에서 추진하는 원전사업은 한수원을 중심으로 한 공기업에게만 기회가 주어지기 때문이다. 2030년까지 원전 10기 수출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한수원 주도의 대형원전 수출도 중요하지만 민간 기업이 죽기살기로 SMR 수출에 뛰어들도록 우리의 원전사업도 정책적으로 이원화시켜야 한다고 필자는 감히 주장한다.

민간 기업이 주도한 사업은 정권이 우냐 좌냐, 보수냐 진보냐를 떠나 오로지 대한민국 국민을 먹여살릴 먹거리로서의 기술 기반이므로 지속가능하다. 지금 바로 원전산업 이원화에 대한 진지한 논의가 시작되길 바란다. 특히, 탄소배출 부담이 크거나 전기사용량이 많은 우리 기업들이 새로운 원전 시장에 뛰어들어 향후 펼쳐질 탄소중립 시대에도 경쟁력을 갖출 수 있도록 정책적인 환경을 새 정부는 만들어 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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