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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원전가동 늘리는데… 내버려진 `방폐장 특별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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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원전 드라이브 속 2030년 포화
여야 입장차로 8개월 '허송세월'
佛·핀란드는 방폐장 건설 착수
"특별법 지연은 탈원전 연장선"
[기획] 원전가동 늘리는데… 내버려진 `방폐장 특별법`
신한울 원자력발전소 1호기(왼쪽)와 2호기(오른쪽). <한수원>



윤석열 정부가 2030년 원자력 발전 비중을 32.4%까지 높이기로 하는 등 친원전 정책에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하지만 2030년 포화상태에 이를 것으로 예상되는 일부 원전의 고준위 방사성 폐기물(사용후핵연료)을 처리할 방폐장 건설 문제에 국회가 사실상 손을 놓고 있다. 새 정부와 거대 야당이 키를 쥔 국회의 엇박자로 8개월을 허송한 것이다. 원전 확대로 폐기물 포화상태가 더 앞당겨질수 있는 상황인데도 원전 정책에 대한 여야 입장차로 방폐장 건설을 위한 특별법 제정 논의가 표류하면서 정부의 원전 정책이 차질을 빚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15일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현재까지 발생한 사용후핵연료는 약 1만8000t에 달한다. 이 중 경수로 사용후핵연료는 습식저장조에서 보관 중이며, 중수로 사용후핵연료는 습식저장조와 원전 내 건식저장시설(사일로·맥스터)에 보관 중이다.

한국방사성폐기물학회는 2030년경부터 고리, 한빛, 한울 원전에 임시 저장 중인 방폐물이 포화상태가 될 것으로 내다봤다. 일각에서는 산업부가 지난 12일 발표한 10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 따라 2030년 원전 비중을 32.4%까지 끌어올리면 포화 시기가 더 앞당겨 질 것으로 보고 있다.

고준위 방폐장은 원전의 사용후핵연료를 별도 부지로 반출해 안전하게 관리할 수 있는 영구처분시설로 원전을 이용하는 나라의 필수시설이다. 스위스와 프랑스, 핀란드, 스웨덴 등 원전 이용 국가는 이미 관련 법을 마련해 방폐장 건설에 착수한 상태다.

반면 한국은 1978년 고리 1호기 상업운전을 시작한 이래 방폐장 부지선정을 9차례 시도했으나 지역 주민 반발로 번번이 실패했다. 노무현 정부가 '중·저준위 방폐장 유치지역지원에 관한 특별법'을 제정해 주민투표를 거쳐 중·저준위 방폐장 부지를 선정한 정도다.

윤석열 정부는 방폐장 문제를 해결 하기 위해 고준위 방폐물 처분을 위해 절차와 일정, 방식을 규정한 특별법을 마련하고, 컨트롤타워로 국무총리 산하에 전담조직을 신설하기로 했다. 정부는 고준위 방폐장 확보까지 총 37년이 소요될 것으로 추산한다. 지금 당장 고준위 방폐장 확보를 추진해도 2060년에 고준위 방폐장을 가동할 수 있는 셈이다. 지난해 부지 확보를 위한 발판인 고준위 방폐물 특별법 제정안이 국회에 복수로 제출됐지만 여전히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다.

이인선 국민의힘 의원이 발의한 특별법은 국무총리 소속 일반 행정위원회인 '고준위 방폐물 관리위' 설치와 함께 가장 큰 문제인 주민수용성을 높이기 위한 방안으로 특별지원금 및 반입수수료 제공, 특별회계 설치, 공공기관 이전, 지역주민 우선고용 등을 담고 있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는 지난해 11월 전체회의에서 이 의원과 김영식 국민의힘 의원이 발의한 고준위 방폐물 특별법을 상정해 법안 소위로 넘겼으나 2달째 계류 중이다. 원전 정책에 대한 여야 입장차만 확인한 채 표류하고 있는 것이다.

원전 업계는 고준위 방폐물 특별법 제정 시기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한국형 녹색분류체계 지침서 개정안은 원전을 녹색경제활동으로 인정하는 조건으로 고준위 방폐물 처분시설의 조속한 확보 및 계획 실행을 담보할 수 있는 법률 제정을 제시했다.정부 관계자는 "특별법 제정이 지연되면 고준위 방폐장 부지선정과 원전 부지의 사용후핵연료 반출이 늦어져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며 "이는 원전 지역의 사용후핵연료 저장 고착화를 초래하고 원전기업들에도 피해가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특별법을 제정해 부지선정 절차와 지역지원에 대한 국민신뢰를 확보하고 주민투표 등 주민참여 절차와 신뢰받는 전담조직을 마련해 부지선정을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범진 경희대 원자력공학과 교수는 "특별법 제정 지연은 탈원전 정책의 연장선으로 고준위 방폐장 건설의 시간 뺏기에 불과하다"며 "고준위 방폐장을 짓기 전까지는 각 원전에 건식 저장 시설 마련으로 버텨야 하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저장 시설을 중간에 추가하는 것은 업계에 비용 부담으로도 작용한다"며 "국회에 계류된 법안을 다시 살펴보는 것도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정석준기자 mp1256@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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