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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규화의 지리각각] 아이 안 낳으면 `국뽕 거리` 다 사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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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여권 파워' 2위, 강력한 국가 6위
1인당 GDP 올해 한국이 日 추월 예상
골드만삭스, 韓 2060년 마이너스 성장
심각한 저출산 고령화가 韓 추락 원인
이기적 결혼 출산 기피 풍조 반성해야
[이규화의 지리각각] 아이 안 낳으면 `국뽕 거리` 다 사라진다


최근 한국인들을 우쭐하게 하는 국제 지표들이 속속 알려졌다. 한국의 '여권(旅券) 파워'가 세계 2위라는 소식이 지난 11일 나왔고 지난달 31일에는 한국이 '세계 가장 강력한 국가' 6위라는 외신 보도가 있었다. 그에 앞서 같은 달 15일에는 한국의 1인당 GDP가 2023년 일본을 앞지를 것이라는 일본경제연구센터의 분석이 알려졌다. 모두 어깨에 힘이 들어가는 지표들이다.

그러나 자부심은 잠시, 한국은 머잖은 장래에 추락의 쓴물을 삼켜야 한다. 글로벌 투자은행 골드만삭스가 지난달 8일 '2075년으로 가는 길'이라는 보고서를 통해 세계 각국의 2075년 기상도를 예상한 결과 한국은 경제 규모 면에서 20위권 밖으로 추락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충격적인 건 인도네시아는 물론이고 필리핀이나 말레이시아보다도 순위가 밀린다는 점이다. 골드만삭스는 2060년부터 한국경제가 후진을 거듭할 것으로 봤다. 보고서는 한국의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2030년까지는 그런대로 2.0%를 유지하나 2040년대에는 평균 0.8%로 떨어지고 2060년대에는 -0.1%, 2070년대에는 -0.2%로 하락할 것으로 전망했다.

한국이 여권 파워, 강력한 국가 톱 6, 1인당 GDP에서 일본을 능가하는 국가라는 놀라운 지표의 밑바탕에는 모두 경제력이 자리 잡고 있다. 마이너스 성장을 하게 되면 한국은 그런 경제력을 잃게 된다. 그리고 이 모든 현상의 근저에 골드만삭스가 지적한 대로 저출산·고령화로 인한 인구감소와 경제 활력 쇠퇴가 작용하고 있다. 대책을 세우지 않으면 지금 순위는 오래 못가 추락할 것이다. 다시 말해 아이를 낳지 않으면 '여권 파워'니 '강력한 국가6위'니 하는 것들은 모두 한때의 '국뽕'에 지나지 않은 것들로 모두 사그라진다는 사실이다.

◇'국뽕' 한껏 불어넣는 순위들

지난 10일(현지시간) CNN이 글로벌 투자이민 컨설팅 전문업체 헨리앤파트너스가 발표한 헨리여권지수(Henley Passport Index, HPI)를 보도했다. HPI는 국제항공운송협회(IATA)의 글로벌 여행 정보 자료를 바탕으로 199개국을 대상으로 특정 국가의 여권 소지자가 비자 없이 방문하거나 사실상 무비자로 갈 수 있는 국가가 얼마나 되는지를 합산해 산출하는 순위다. 한국은 싱가포르와 공동 2위에 랭크됐다. 모두 192개 국가를 무비자나 도착비자 없이 손쉽게 방문할 수 있었다. 1위는 간발의 차이로 193개국을 여행할 수 있는 일본이었다. 일본 한국 싱가포르는 전년에도 모두 1,2,3위 수위를 차지했다.

언뜻 여권 파워도 세계 최강국인 미국이 셀 것 같지만 미국은 186개국에 무비자로 입국할 수 있어 7위에 그쳤다. 보통 무비자 규정은 상호주의에 입각하는데, 미국이 테러나 마약밀매 등의 우려로 중동이나 아프리카, 중미 국가 몇개 국에 대해 무비자 입국을 제한하기 때문에 미국도 상대국으로부터 제한을 받기 때문이다. 참고로 중국은 80개국만이 무비자로 입국이 가능해 66위에 그쳤다. 북한은 40개국에 불과해 102위였다.

지난달 31일(현지 시간) 미국 시사주간지 '유에스 뉴스 앤드 월드 리포트'(US News and World Report, USNWR)의 '2022 세계에서 가장 파워풀한 국가'(the planet's most powerful countries)에서는 한국이 6위에 오르는 기염을 토했다. 이 순위는 세계 85개국 1만7000명을 대상으로 정치, 경제, 군사력 등에 대한 국가 영향력 등을 직접 묻고 답한 것을 갖고 매긴다. 전년 8위를 차지했던 한국은 2계단 상승해 6위를 기록했다. USNWR는 한국에 대해 "1960년대 이후 경제가 꾸준히 성장해온 세계 최대 경제국 중 하나"라며 "국민총저축(GNS)과 외국인 투자 규모가 큰 국가"라고 평가했다. 이 순위에서 일본은 8위로 한국에 2계단 뒤졌다.

지난달 15일에는 권위 있는 일본경제연구센터가 2023년 한국이 1인당 GDP에서 일본을 추월할 것이라는 예측을 내놨다는 보도가 있었다. 니혼게이자이(닛케이) 신문은 국제통화기금(IMF)과 유엔 자료를 근거로 일본경제연구센터가 2023년 노동생산성, 평균노동시간, 취업률, 환율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한국이 일본을 추월할 것이라고 예측했다고 보도했다. 2022년 1인당 GDP는 일본이 3만9583달러, 한국이 3만4940달러지만 2023년에는 노동생산성 증가율 차이와 환율 등의 영향으로 한국과 일본이 역전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일본이 한국에 추월당할 것이라는 전망은 일찍이 일본의 저명한 경제평론가 노구치 유키오(野口悠紀雄) 히토츠바시대 명예교수에 의해서도 제기된 바 있다. 노구치 교수는 지난해 '일본이 선진국에서 탈락하는 날'이라는 책에서 일본 경제가 1인당 국내총생산(GDP)에서 한국에 밀릴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그 원인을 오랫동안 이어져온 엔저로 인해 일본기업들이 손쉬운 경영에 안주하면서 혁신이 사라졌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골드만삭스의 '배신'

그러나 이런 희망적인 소식에도 불구하고 시야를 좀 더 미래로 가져가면 한국의 모습은 결코 밝지 못하다. 지난달 8일 골드만삭스가 내놓은 '2075년으로 가는 길'이란 보고서는 충격적이다. 보고서는 한국의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2020년대 평균 2%, 2030년대 1.4%, 2040년대 0.8%, 2050년대 0.3%, 2060년대 -0.1%, 2070년대 -0.2%로 떨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2075년 한국의 실질 GDP는 3조4000억 달러(현재 원화가치 4243조원)로 증가하지만 인도네시아(13조7000억 달러), 필리핀(6조6000억 달러), 말레이시아(3조5000억 달러)보다도 적을 것으로 내다봤다.

한국은 코로나 팬데믹 시기에 상대적으로 경제적 위축이 적었던 관계로 세계 GDP 순위가 10위까지 상승했다. 그러다 작년 12위로 두 계단 하락했다. 이번 골드만삭스의 전망대로라면 2050년에는 20위권 밖으로 탈락하고 2075년에는 30위권 밖으로 추락할 것으로 보인다.

골드만삭스의 이번 미래 예측치는 사실 한국인들에게는 '배신'으로 읽힌다. 오래된 일이지만 골드만삭스는 16년 전인 2007년 새해 벽두에 '2050년이 되면 한국이 일본과 독일를 누르고 세계2위의 부국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었다. 그때가 되면 한국인의 1인당 GDP는 8만 1000달러로 미국에 이어 세계 2위를 기록할 것으로 예측했다.

그런 전망을 했던 골드만삭스가 이번엔 한국을 내동댕이친 셈이다. 그러나 골드만삭스는 죄가 없다. 한국이 지난 16년간 골드만삭스가 예측한 대로 생산성 향상과 기술혁신을 등한히 했고 현재 2.0%의 성장률도 힘겨운 상태가 됐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아직은 자랑할 만한 영광의 '순위'들이 한때의 빛으로만 남게 되는 원인은 무엇인가.

◇망국적 저출산, 안 낳으려면 이민 받아야

골드만삭스는 그 원인으로 심각한 저출산과 고령화를 들고 있다. 한국 인구는 2022년 5182만명에서 2075년 3359만명으로 35.2% 줄어든다. 52년 후면 현재 인구 규모에서 1823만명이 빠진다는 얘기다. 생산인구의 급감과 소비시장의 축소는 투자 위축을 가져오고 결국 2060년부터는 마이너스 성장을 할 수밖에 없게 된다는 것이다.

노동력이 감소해도 자본과 토지의 집중적 투자로 앞으로 40년 정도는 미약하나마 성장을 한다. 하지만 자본·토지 증가와 기술혁신역량이 노동 감소를 상쇄할 수 없는 임계점에 이르면 경제규모는 쪼그라들게 된다. 해법은 노동력을 공급하는 인구를 유지하는 것이다.

한국의 출산율은 작년 2분기 전대미문의 기록을 세웠다. 0.75를 찍었다. 이것이 바닥이었는지 반등할지는 아직 모른다. 2005년부터 2021년까지 정부는 16년간 출산촉진 관련 예산으로 280조원을 썼다. 그런데 출산율은 외려 곤두박질쳤다. 윤석열 정부 들어 올해부터 0세 부모에 월 70만원씩 1년간 지급하는 부모급여 등 새로운 출산촉진책이 도입됐다. 이 금액은 차츰 인상돼 2025년에는 월 100만원씩 지급된다. 현재까지 나온 저출산 대책 중 가장 파격적인 현금급여정책이다.

돈을 투자하면 분명 효과는 있다. 최근 사퇴의사를 밝힌 나경원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이 아이를 낳겠다는 부모에 대출을 해주고 아이를 낳는 수에 따라 이자와 원금도 탕감해주는 방안을 제안했다가 대통령실이 부인하는 해프닝이 일어난 것도 사실은 '눈 감고 아웅하는 것'이다. 입체적인 출산촉진책이 필요하지만 출발점은 현금지원이다. 우리나라는 출산지원 예산에서 현금지원 비중이 OECD 평균보다 낮다. 재정을 쏟아붓지 않고 어떻게 신혼부부에게 저렴하게 신혼집을 분양하며(특공) 양질의 임대 주택을 공급할 수 있는가. 안심할 수 있는 보육 및 양육시설은 먼저 재정이 마중물이 돼야 한다.

비재정적 정책으로는 출산을 기피하게 만드는 문화를 바꿔가야 한다. 여성에게만 육아의 부담을 지우는 일은 이제 전근대적 폐습으로 단절해야 한다. 비혼 출산에 대한 차별도 없애야 한다. 출산정책은 부모 입장과 더불어 태어나는 아이의 입장에서 수립돼야 한다. 청년들에게 삶의 터전을 만들어주는 양질의 일자리를 제공하기 위해서는 중소기업이 중견기업, 중견기업이 대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제도를 재설계해야 한다. 그 길을 막고 있는 규제란 규제는 당장 '딜리트'(철폐)해야 한다. 자라나는 세대에 출산과 가정의 소중함을 일깨우는 교육도 필요하다. 지나치게 개인적 이기적 성향으로 인해 여성들이 결혼, 출산을 기피하는 풍조도 반성해야 한다.

이런 노력에도 불구하고 출산율 제고가 어렵다면 이민을 과감히 받아들여야 한다. 독일은 이민자와 이민자 자녀가 전체 인구의 20%를 넘었다. 영국은 식민지였던 인도의 이민자 아들이 총리가 됐다. 한민족도 고대로부터 다양한 경로로 유입된 다양한 종족이 합쳐져 형성된 것이다. 순혈주의는 비생산적이다. 다양성은 변화와 혁신의 동력이 될 수 있다. 무엇보다도 아이를 낳지 않으면, 즉 인구규모를 유지하지 못하면 현재의 '국뽕 거리'들은 다 사라진다.

이규화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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