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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기의 D사이언스] "젊은 과학자들, 해외 연구자들과 경쟁해야 세계 수준 경쟁력 키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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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상과학 소설 접하면서 생명과학자 꿈 이뤄
한국인 중 최초로 한스 클레버스 교수와 연구
게재논문 1만번 이상 인용 수월성 인정 받아
"IBS는 안정적인 연구환경 제공 장점 지닌 곳
젊고 글로벌한 연구조직 만드는데 주력할 것"
[이준기의 D사이언스] "젊은 과학자들, 해외 연구자들과 경쟁해야 세계 수준 경쟁력 키워"
인터파크 제공

이준기의 D사이언스

구본경 IBS 유전체 교정 연구단 부연구단장


선도자(First Mover)다운 면모였다. 연구에 있어서 만큼은 늘상 새로움을 갈구했다. 누군가 하고 있는 연구는 쳐다도 보지 않는다. 남이 생각하지 않고, 시도하지 않은 것들만이 그의 연구 호기심과 의욕을 자극할 뿐이다. 그래서일까. 그의 연구는 마치 양자역학의 원리처럼 얽힘과 중첩을 통해 이전에 없던 새로운 성과로 세상과 소통한다.

구본경 기초과학연구원(IBS) 유전체 교정 연구단 부연구단장은 30대 중반부터 세계 최고 수준의 연구 역량을 인정받고 있는 세계적인 오가노이드 전문가이다.

오가노이드는 사람이나 동물 세포를 배양해 사람의 장기와 비슷한 3차원 구조체로 만든 일종의 '미니 인공장기'를 의미한다. 오가노이드는 환자 맞춤형 정밀의료와 신약개발, 장기이식을 대체할 미래 유망 바이오 기술로 각광받으며 전 세계적으로 연구개발이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구 박사는 오가노이드 배양법을 이용한 유전자 조작법과 유전자가위 기술인 '크리스퍼 카스9(CRISPR/Cas9)'를 통해 환자 유래 오가노이드에서 유전질환을 치료하는 선도적인 연구성과를 잇따라 내놓음으로써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다.

그는 "축구의 경우 손흥민 선수처럼 어릴 적 뛰어난 기량을 지닌 유망한 선수들을 일찍이 발굴해 집중 투자를 통해 미래의 국가대표급 선수로 육성할 수 있다. 국가 차원에서 젊고 유능한 과학자를 더 많이 키워야 한다"며 "그래야 그들이 성장해 한국 과학계의 명품과 같은 과학자로 세계 속에서 성장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구 박사는 "기초과학 분야에선 '패스트 팔로워(추격자)'로는 연구 경쟁력을 확보할 수 없다"며 "결국 남들이 하지 않은 것들을 기존과 다른 방식으로 접근하고 연구해야만 '퍼스트 무버(선도자)'로 나아갈 수 있다"고 말했다.



대담=이준기 ICT과학부 차장



◇유전공학에 푹 빠진 소년, '과학자로 성장하다'= 구 박사는 어릴 적부터 과학자가 꿈이었다고 했다. 1980년대 유전공학이 새롭게 주목받던 초등학교 시절 하나의 나무에서 줄기에는 토마토, 뿌리에는 토마토가 동시에 열리는 것을 보고, 유전자 분야에 흥미를 갖기 시작했다. 이후 영화로 제작되기 전에 출판된 '쥬라기 공원' 등과 같은 공상과학 소설을 접하면서 과학자가 되기로 마음을 굳혔다. 구 박사는 "유전자재조합을 통해 상상하지 못했던 것들이 현실로 실현되는 모습을 보면서 생명과학 분야 과학자로 진로를 정했다"면서 "자산이 원하는 연구를 통해 지적 유희를 누릴 수 있는 과학자는 저에게 가장 잘 어울리는 천직과 같은 존재"라고 환하게 웃었다.

사실 대학 진학을 앞두고 주위에서 그에게 의대 진학을 권유했지만, 이를 거절하고 어릴 때부터 소중히 간직해 온 생명과학자의 길로 들어섰다. 그는 "지금 돌이켜 보면 의사가 되지 않고, 과학자가 된 것에 대해 전혀 후회하지 않는다"며 "오히려 내가 하고 있는 연구가 의사들에게 도움이 되고 있어 더 큰 보람을 느끼며 재미있게 연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세계적 석학 만나 유럽서 '연구역량 꽃피우다'= 구 박사는 국내 대학에서 석·박사 과정을 모두 마치고, 유럽 유학길에 올랐다. 당시 오가노이드 분야의 세계적인 석학인 한스 클레버스 박사가 연구하고 있던 네덜란드의 후브레흐트 연구소에서 생명과학자로 본격적인 연구를 시작했다. 한스 클레버스 박사는 성체줄기세포 분야의 저명한 연구자로, 지금의 구 박사가 연구역량을 마음껏 발휘할 수 있도록 든든한 조력자 커다란 역할을 했다.

그는 "제가 한국인 중 처음으로 클레버스 교수 연구실에서 연구한 사람"이라며 "그 곳에서 4년 간 소장, 위 등의 줄기세포를 이용해 암 관련 연구를 수행했고, 탁월한 연구성과를 인정받아 제1저자로 세계적인 과학저널인 네이처, 셀 등에 여러 편의 논문을 실을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지금도 그 당시에 게재한 논문들은 1만 번 이상 인용될 정도로 세계 최고의 수월성을 인정받고 있다. 위대한 스승 밑에서 트레이닝을 받아 연구 역량을 한층 높인 구 박사는 영국 케임브리지대 줄기세포 연구소 그룹리더로 자리를 옮겼다. 그 누구의 제자가 아닌 스스로 독립된 연구자로 성장하기 위해 '홀로서기'를 선택한 것이다.

구 박사는 "영국으로 와서 내가 하고자 하는 연구를 위해 팀을 꾸리는 등 독립된 연구자로 성장할 수 있는 기회가 됐다"며 "특히, 웰컴트러스트 재단의 든든한 연구비 지원을 받아 안정된 연구 환경에서 캠브리지대학을 대표하는 생명과학자로 인정받기도 했다"고 영국에서 얻은 값진 연구 경험을 소개했다.

그는 영국에서 4년 간의 독립 연구자 생활을 마치고, 다시 오스트리아 분자생명공학연구소(IMBA)의 영입제안을 받아 그룹리더로 활동했다. 그리고 그 곳에서 줄기세포를 색으로 구분하는 '모자이크 기술', 암 돌연변이 세포 등의 역할을 규명하는 선도적인 연구성과를 주요 학술지에 잇따라 발표하면서 세계적인 분자생명공학자로 입지를 한층 높였다.

[이준기의 D사이언스] "젊은 과학자들, 해외 연구자들과 경쟁해야 세계 수준 경쟁력 키워"
인터파크 제공

◇줄기세포·유전자가위 활용해 '암 비밀 풀다'= 구 박사의 연구 영역은 크게 줄기세포, 오가노이드, 유전자가위, 암 그리고 최근 들어 노화로 이어진다. 이들 연구 영역은 날실과 씨실이 돼 서로 얽히면서 그의 연구를 더욱 빛나게 만들어 준다. 30대 중반 네덜란드 후브레흐트 연구소에서 그는 이례적으로 장(腸) 관련 줄기세포 연구로 세계 최고 권위의 과학 학술지 네이처(Nature)와 셀(Cell)을 장식했다.

2012년 네이처에 실린 연구는 소장 상피세포의 줄기세포에서 특이적으로 발현하는 'RNF43'과 'ZRNF3' 유전자를 결손시킨 생쥐 모델을 통해 종양 형성을 확인하고, 그 중 RNF43이 종양 억제 유전자라는 사실을 규명한 것이다.

이어 이듬해인 2013년에는 위 상피조직에 숨어 존재하는 줄기세포를 새롭게 발견하고, 이 줄기세포가 평소 아주 느리게 분열하지만, 위 조직에 상처가 생기면 빠르게 분열해 조직 재생 역할을 한다는 연구결과를 '셀'에 게재했다.

구 박사는 "네이처에 실린 연구는 암에서 관찰되는 돌연변이의 발생 이유와 암 억제에 대한 새로운 치료 전략을 제시하는 토대가 됐다"며 "또한 셀에 게재된 연구는 재생성을 잃은 조직을 복구하고, 한국인에게 가장 많이 발생하는 위암 극복 가능성을 보여줬다는 데 높은 평가를 받았다"고 연구성과의 의미를 설명했다.

그는 위 줄기세포 연구를 IBS에 와서도 지속해 지난 5월 'p57' 유전자가 평소에는 위장에 있는 줄기세포인 위장주세포 활성화를 억제하는 반면, 상처가 났을 때는 위장주세포를 활성화하는 사실을 밝혀내 위궤양, 위염은 물론 나아가 위암 치료를 위한 타깃 유전자로 활용할 수 있음을 보여줬다.

구 박사는 "위 줄기세포 연구는 서양인에 비해 특히 우리나라 사람과 동양인에게 가장 많이 발병하기 때문에 유럽에선 관련 연구가 거의 이뤄지지 않아 연구를 시작하게 됐다"며 "그렇게 남들이 하지 않는 연구를 시작한 덕분에 지금은 이 분야의 연구를 선도할 수 있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준기의 D사이언스] "젊은 과학자들, 해외 연구자들과 경쟁해야 세계 수준 경쟁력 키워"
사진=이준기기자

◇창의적 연구 아이디어로 '새 연구분야 개척하다'= 구 박사는 남들과 다른 생각과 발상을 통해 새로운 연구 아이디어를 얻는다. 이를 위해 평소 자신과 유사한 연구를 하는 연구자의 논문은 찾아서 보지 않는다. 하지만, 나와 다른 분야 연구자와의 교류에는 매우 적극적이다. 그는 "나와 유사한 분야의 연구자를 만나면 사고의 틀을 깨기 어려워 다른 분야 연구자와 더 많은 교류를 하려고 한다. 그래야 이전에 없던 새로운 연구를 할 수 있는 영감과 아이디어를 얻을 수 있다"고 말했다.

그렇게 해서 시작한 것이 이른바 '모자이크 유전학'과 'AI를 활용한 구조생물학' 분야다. 구 박사는 암세포와 정상세포를 각각 다른 색으로 표지해 추적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개발한 연구성과를 지난해 '네이처'에 실었다. 같은 조직 내에서 특정 암 유전자를 발현하는 암세포와 주변 정상세포를 동시에 다른 형광 단백질로 표지하는 기술로, 초기 암 돌연변이 세포와 정상세포를 색을 달리해 추적할 수 있게 한 것이다.

그는 "이 연구를 통해 유전자에 돌연변이가 생긴 세포가 주변 미세환경을 변화시켜 주변 정상 줄기세포의 분화를 억제하고, 돌연변이 줄기세포가 확장될 수 있는 환경을 만든다는 것을 알아냈다"고 말했다. 암 관련된 초기 암 돌연변이 세포가 암으로 어떻게 형성돼 가는지를 보여준 연구결과로, 그는 '모자이크 유전학'이라는 새로운 연구분야를 개척했다.

구 박사는 이 같은 독보적인 연구 수월성을 인정받아 글로벌 학술정보서비스 분석기업인 클래리베이트가 선정한 '2022년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연구자(HCR)'에 선정되는 영광을 안기도 했다. 최근에는 모자이크 유전학을 바탕으로 노화 관련 유전자가 주변 세포에 어떻게 작용하고, 어떻게 자라는지에 대한 연구를 시작했다. 또한, AI 기술로 단백질 구조를 빠르게 예측한 후, 이를 유전자가위 기술과 융합해 마치 종이접기하듯 붙이고 접어서 새로운 단백질 구조를 얻는 구조생물학 연구를 딥러닝 기반의 단백질 구조 예측 프로그램(로제타폴드)을 개발한 백민경 서울대 교수팀과 함께 연구할 예정이다.

[이준기의 D사이언스] "젊은 과학자들, 해외 연구자들과 경쟁해야 세계 수준 경쟁력 키워"
사진=이준기 기자

◇젊은 연구자 중심의 '글로벌 리서치 플레이 그라운드' 만들 것= 구 박사는 10년 조금 넘는 유럽 연구 생활을 정리하고 지난해 IBS 유전체 교정 연구단 부연구단장으로 한국에 돌아왔다. 그는 "독일 막스플랑크 연구소를 벤치마킹해 설립된 IBS를 유럽에 있을 때부터 익히 알고 있었고, 다른 대학이나 연구기관 등에 비해 좋은 연구환경을 갖춰 대한민국 기초과학 발전에 기여할 수 있을 것 같아 지원하게 됐다"고 말했다.

젊은 유능한 연구단으로 만들겠다는 포부도 밝혔다. 구 박사는 "유럽의 경우 30대 초반의 젊은 연구자에게 더 많은 연구기회를 주고, 독립적인 연구자로 성장할 수 있도록 전폭적으로 지원하고 있다"면서 "IBS는 안정적인 연구환경 제공으로 젊은 연구자에게 더 많은 연구 기회를 줄 수 있는 장점을 가지고 있다"고 IBS의 우수한 연구환경을 높이 평가했다.

그는 연구단 소속 젊은 연구자뿐 아니라 40대 초반의 대학 조교수 등을 초빙 연구위원으로 연구에 참여시켜 젊고 글로벌한 연구조직으로 만드는 데 주력하고 있다. 국내 최고를 넘어 세계 최고를 지향해야 수월성 높은 연구조직으로 한 단계 도약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구 박사는 "손흥민 선수나 메시 선수 등은 젊은 시절부터 세계를 무대로 뛰었기에 지금과 같은 세계적인 축구 선수로 성장할 수 있었다"며 "우리나라 젊은 과학자들도 국내에 머물지 않고, 해외 연구자들과 경쟁함으로써 세계 최고 수준의 연구 경쟁력을 갖출 수 있기에 유전체 교정 연구단을 '글로벌 리서치 플레이 그라운드'로 만드는 게 목표"라고 피력했다.

그는 자신의 유럽 경험을 사례로 들며 "유럽은 미국에 비해 세계적으로 저명한 연구자들과 함께 연구할 수 있는 기회가 더 많고, 젊은 연구자를 위한 연구 프로그램이 좋기 때문에 연구 경력을 쌓는 데 큰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이준기기자 bongchu@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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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파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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