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병일 플루토미디어 대표
![[예병일 칼럼] `전직대통령법` 개정으로 민주공화정 완성을](http://contents.dt.co.kr/images/202212/2022121502102269660001[1].jpg "[예병일 칼럼] `전직대통령법` 개정으로 민주공화정 완성을")
'로마사 논고'를 쓴 마키아벨리가 고대 로마 공화정 황금기의 정치 리더들을 표현하며 한 말이다(역자 강정인 등). 검소, 작은 재산, 겸손, 복종…. 기원전의 역사인 로마 시대 정치인에 대한 묘사이지만, 2500년이 지난 지금 들어도 부럽고 설레는 정치의 모습이다.
마키아벨리의 책에는 퇴임한 멋진 정치 지도자의 모습이 나온다. 루키우스 퀸티우스 킨키나투스(B.C 519-430)다. 집정관 임기를 마친 그는 자신의 집으로 돌아가 작은 땅을 일구며 지내고 있었다. 그런데 아이퀴인들에게 포위공격을 당해 위기에 처하자 로마는 최후의 수단인 임시 독재집정관을 임명하기로 하고 킨키나투스를 선출했다. 원로원의 사절이 선출 사실을 알리기 위해 찾아갔을 때, 그는 자신의 작은 밭에서 직접 노동을 하고 있었다. 킨키나투스는 아내에게 올해는 파종을 못해 먹고 살기가 힘들겠다며 집안일을 부탁하고 정치에 복귀했다. 로마를 위기에서 구한 그는 공직을 내려놓고 다시 자신의 작은 밭으로 돌아갔다. 수년 뒤 반란으로 로마가 다시 위기에 빠지자 킨키나투스는 또 독재집정관으로 임명되어 위기를 해결한 후 퇴임하고 자신의 밭으로 복귀했다. 핵심은 로마의 독재집정관이 퇴임 후 자신이 살던 집과 작은 밭으로 돌아가 직접 경작에 종사했다는 것이다.
마키아벨리는 책에서 이렇게 말했다. "이것은 로마에서 가난이 명예롭게 여겨지고, 킨키나투스와 같은 훌륭하고 유능한 사람이 생계를 유지하는 데 4유게라의 땅으로 충분하다고 생각했음을 분명하게 보여준다."
퇴임한 한국의 전직 대통령은 어떤 모습으로 살고 있나. 마키아벨리가 말한 로마 공화정의 '검소·적은 재산·겸손·복종'이라는 키워드는 한국의 전직 대통령들과 어울리는가.
퇴임한 정치 리더가 일반 국민에게 어떤 존재인가는 그 나라가 민주적이고 공화주의적으로 운영되고 있는지를 알려주는 하나의 척도다. 그런데 한국 전직 대통령들의 퇴임 후 모습은 하나 같이 '불행' 그 자체였다. 지금 생존해 있는 전직 대통령만 보아도 그렇다. 이명박, 박근혜 전 대통령은 오랜 교도소 생활 뒤에 사면복권을 받았거나 앞두고 있고, 문재인 전 대통령은 입양했던 풍산개 파양 사태가 이슈가 되더니 이것이 '연금 액수 논란'으로 번져 곤란한 처지에 빠져 있다.
이제 우리도 '퇴임 대통령들의 불행'이라는 악순환의 고리를 끊을 때가 됐다. 그걸 이번에 논란이 된 '전직대통령 예우에 관한 법률' 개정으로 시작하면 어떨까. 우선 명칭부터 바꾸면 좋겠다. '예우'라는 단어를 빼자. 한국의 현실은 '구속 또는 유배'인 상황에서 명칭만 '예우'라는 것이 아이러니하기도 하거니와, 근본적으로 이 예우라는 단어가 민주공화정과 맞지 않는다. 로마 공화정에서건 현대 공화정에서건 퇴임한 지도자는 '일반인'으로 돌아가는 것이 맞다. 왕정에서 왕위를 넘겨준 '상왕'(上王)이 아니지 않은가. '전관예우'(前官禮遇)라는 단어가 갖는 부정적인 이미지 때문에 더 그런 측면도 있다. 미국은 'Former Presidents Act'(FPA)라고 부른다.
내용에도 개정해야 할 부분이 많다. 비과세 되는 연금의 액수나 경호원, 지원인력 규모도 축소해야 하지만, 특히 유족에게, 즉 배우자와 '30세 미만인 유자녀와 30세 이상인 유자녀로서 생계능력이 없는 사람'에게도 '품위 유지'를 위해 '유족연금을 지급한다'고 규정한 것은 민주공화정과 어울리지 않는다. 공직은 특정 업무 수행을 위해 임기 동안에만 그 개인에게 부여된 직책이지 세습되는 특권계급이 아니다. 당장은 힘들다면 일단 유족에게는 '요청해올 경우 지급할 수 있다' 정도로라도 바꾸는 게 좋겠다. 미국 로널드 레이건 전 대통령의 부인 낸시 여사는 남편이 세상을 떠나자 자신은 대통령이 아니었다며 연금 수령을 거절했다.
2500년 전의 전성기 고대 로마 공화정이 21세기의 대한민국에게 이제는 명실상부한 민주공화정이 되라고 조언하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이 자신에게도 적용될 이 법률부터 개정하며 '민주공화정 완성 프로젝트'를 시작하는 것이 깔끔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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