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권과 노동계의 윤석열 정부 흔들기가 도를 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등 야당이 '이태원 참사' 국정조사를 고리로 정권을 겨냥한 총공세에 나선 데다 노동계도 '노란봉투법'(파업에 따른 손해배상 제한) 입법 등을 요구하며 동시다발적 파업을 예고했다.
여기에 전국공무원노동조합(전공노)까지 정치색 짙은 정책 찬반투표에 나서는 등 윤 정부를 겨냥한 전방위 압박을 가하고 있다. 경제위기를 한층 가중시킬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민주당은 이태원 참사 국정조사를 추진하며 정부 책임론 공세에 올인하고 있다. 일부 의원은 도심 촛불집회에 참석해 '윤석열 정권 퇴진'을 주장했다. 민주당은 22일 국민의힘이 참여를 거부할 경우 정의당 등과 함께 국정조사계획서를 24일 단독 처리하겠다고 밝혔다. 조사 대상에는 대통령실까지 포함돼 있다. 다분히 정략적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국정조사 등 정쟁에 예산안 심사 등 민생은 뒷전으로 밀리고 있다. 내년도 예산안 처리 법정시한이 불과 열흘밖에 남지 않았지만 아직 예산소위 감액심사에 착수하지 못한 상임위원회가 10곳이나 된다. 특히 야권은 의석수를 무기로 윤석열 정부의 행정안전부 경찰국 예산이나 대통령실 이전비용, 용산공원 조성사업 예산에는 삭감을 칼을 들이대고, 금융투자소득세나 종합부동산세, 법인세 등 세제개편안도 발목을 잡고 있다.
노동계의 파업도 줄줄이 예고돼 있다. 24일 민주노총 산하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본부의 총파업을 시작으로 지하철·학교서비스·공공기관 자회사 등이 잇따라 파업에 들어간다. 지하철 노조는 24일부터 준법투쟁, 다음달 2일부터 총파업을 할 예정이고, 서울교통공사노조는 30일부터 총파업에 들어간다. 전국학교비정규직연대회의는 오는 25일 하루동안 약 5만명이 참여하는 1차 총파업을 벌이고, 서울대병원노조는 23일 2차 총파업을 진행한다. 임금 및 단체협약 교섭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현대중공업그룹 조선 3사는 다음 달 6일 공동 파업에 나서기로 했다.
파업 등 쟁의행위가 금지돼 있는 전공노까지 정책으로 포장한 정치이슈에 대한 집단투표로 실력행사에 나섰다. 전공노는 △2023년 공무원 보수 인상률 1.7% △이태원 참사 책임자인 행안부 장관 파면·처벌 △사회·공공서비스 민영화 정책 △노동시간 확대 최저임금 차등 정책 등 7가지 항목에 대해 22일부터 3일간 찬반 투표를 진행한다. 전공노는 투표 결과를 정부에 전달하겠다는 방침이다. 무더기 징계와 행정공백이 발생할 가능성도 없지 않다.
정부는 노동계가 불법파업을 벌일 경우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하게 처벌한다는 방침이다. 한덕수 국무총리는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 등과 함께 기자회견을 열고 "경제가 엄중한 상황에서 운송 거부 행위는 국가경제에 돌이킬 수 없는 피해를 입히고, 글로벌 경쟁력마저 위협할 것"이라며 "불법행위에 대해서는 법과 원칙에 따라 단호히 대응하겠다"고 경고했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국민의 편에서 법과 원칙을 수호한다는 게 정부의 입장"이라며 "한편으로는 이같은 단체행동이 이뤄지는 원인 파악도 병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미경기자 the13ook@dt.co.kr
한덕수 국무총리가 22일 정부서울청사 브리핑실에서 24일로 예고된 화물연대 파업 관련 정부입장 및 대응 방안을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