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모 국립과천과학관장
![[포럼] 우리에게 두 번째 지구는 없다](http://contents.dt.co.kr/images/202211/2022112102102369036001[1].jpg "[포럼] 우리에게 두 번째 지구는 없다")
하지만 아홉 살을 기준으로 공룡과 별은 이 친구들에게서 멀어지고 열세 살이 되면 완전히 이별한다. 공룡과 별에 빠져 새로운 것을 외우는 데에만 급급했지 호기심을 충족시킬 새로운 질문을 찾지 못했기 때문이다. 게다가 그 시기 아이들에게는 또 다른 거대한 관문이 기다리고 있다. 굳이 들어가고 싶지 않은 수학이라는 관문이다. 결국 새로운 질문을 찾지 못한 아이들은 '수포자'가 되어 그 문을 되돌아 나간다. '과학의 대중화'가 필요한 이유일 것이다.
하지만 '과학의 대중화'는 현재까지 '절반의 성공'이다. 과학에 호기심을 갖도록 이야기를 발굴했고 대중에게 접근하는 기회를 제공했다. 다만 강연을 듣고 온 대중들이 지속적으로 과학에 접근할 수 있도록 새로운 질문을 유도하고 그 질문에 대한 답을 찾을 수 있는 지속 가능한 배움의 장은 마련하지 못했다. 내가 생각한 해답은 학교다. 학교는 '과학의 대중화'와 '대중의 과학화'를 위해 지속적으로 교육하고 호기심을 독려하며 더 나아가 다양한 실험까지 할 수 있는 공간이기 때문이다. 결국은 사람이 자산이고 해결책이다. 아이가, 더 나아가 부모가, 그리고 선생님이 과학을 일상적으로 만나고 접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LX한국국토정보공사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지속가능대학'을 통해 EGS 분야의 시민 리더를 육성하고 기후위기에 대중의 관심을 환기시키려는 노력을 쏟는 것은 작지만 의미 있다고 생각한다. 이러한 교육을 통해 기후위기 등에 관심을 독려하고 작지만 소중한 실천을 유도함으로써 더 나은 미래를 약속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아이러니하게도 이러한 강연에서 받게 되는 단골 질문 중 하나가 "기후위기로 정말 인류가 멸종할 수 있느냐"는 것이다. 그동안 기후위기에 대한 심각성을 체감하지 못한 국민들이 강남 침수 피해, 동해안 산불 등 예측불허의 재난재해로 위험성을 조금씩 깨닫고 있는 듯하다. 하지만 이것이 인류의 멸종까지 가져올 수 있다는 생각까지 연결되지 않는 것 같다.
기후위기로 인류가 정말 멸종할 수 있을까. 지금까지 역사적으로 다섯 차례의 대멸종이 있었고 1950년부터 여섯 번째 대멸종이 시작되고 있다. 다만 기억해야 할 것은 인류도 수많은 생태계 중 하나의 종이라는 사실이다. 이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인다면 인류의 멸종은 과거 공룡의 멸종과 마찬가지로 자연스러운 생태계 흐름이자 새로운 생명의 시작일 수 있다.
공룡이 운석 충돌을 계기로 화산폭발·기후위기가 와서 멸종된 것처럼 인류의 멸종도 기후위기로 귀결될 수밖에 없다. 그 위기의 신호로 종의 다양성이 확보되지 않는다는 데 있다. 1만 년 전에는 99.9%가 야생동물, 0.1%가 인간과 가축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3%가 야생동물, 97%가 인간과 가축이다. 그리고 97% 가운데 인간이 32%, 가축이 65%를 차지하는 매우 불안한 생태계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정답은 이산화탄소 농도를 낮추는 것이다. 지구 온도가 2도 오르면 북극 빙산의 3분의 1이 녹는다. 생태계가 파괴되어 식량 생산이 4분의1 이상이 감소해 급기야 전쟁이 발발할 수도 있다. 또 지구 온도가 오르면 생명체들이 멸종하기 시작하다가 6도 가량 올랐을 때 지구 멸종이 완성될 것이다. 현재 지구 온도는 1.1도 오른 상태다. 하지만 이 속도라면 6년 정도 지나면 지구 온도가 1.5도가 될 거라는 전망이다.
가장 시급한 것은 에너지 전환이다. 석탄과 석유라는 화석연료에서 벗어나 다양한 에너지원을 취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코로나19의 수십 배에 달하는 더 큰 위기의 파도를 불러올 수 있다. 영화 '인터스텔라'는 지구의 기후위기를 경고하는 대표적 영화다. 후대에 지구를 물려줄 수 있느냐가 아니라 내가 이 지구에서 살 수 있느냐의 질문이 시작되는 영화다. 그래서 귀결되는 영화의 메시지는 하나다. "인류 종의 보존을 위해 지구를 포기하고 새로운 행성을 개척하라." 하지만 이 낭만적인 대안의 실현 가능성은 얼마나 될까. 스페이스 X로 화성까지 갈 수 있다 하더라도 그게 대체 몇 명이나 될 수 있을까.
이런 급박한 상황에 두 가지 가정을 해볼 수 있다. 가장 낙관적인 시나리오는 전 세계가 힘을 모아 110년 안에 이산화탄소 순배출을 0으로 만드는 것이다. 최악의 시나리오는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현재 수준에 머물러 지구 가열로 전 세계 곳곳이 거주 불가능한 들불의 상태가 되는 것이다.
결국 선택은 우리의 몫이다. 오늘도 우리는 '대멸종'의 위험한 길을 뚜벅뚜벅 가고 있다. 아주 거대하고 기가 막힌 한 방의 해결책을 바라면서 말이다. 그러나 기억해야 할 것은 우리에게 두 번째 지구는 없을 것이라는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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