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 총수들은 1박2일 일정으로 방한한 빈 살만 왕세자를 만나기 위해 이날 오후 4시 20분께부터 서울 중구 소공동 롯데호텔에 속속 도착했다.
김동관 한화솔루션 부회장이 오후 4시 22분 가장 먼저 도착해 출입구에 설치된 흰색 가림막 안으로 들어갔다. 박정원 두산그룹 회장,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이재현 CJ그룹 회장, 정기선 사장,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차례로 모습을 드러냈다.
4시 30분 동시에 도착한 이재용 회장과 최태원 회장은 어떤 얘기를 나눌지 묻는 취재진의 질문을 뒤로 하고 빠르게 입장을 했다.
무소불위의 권력과 부를 모두 쥐어 '미스터 에브리씽'(Mr. everything)으로 불리는 빈 살만과의 회동에 총수들의 발걸음은 분주했다. 이들은 보안검색대를 통과한 뒤 코로나 검사를 받고 차담회장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재계 총수들과 빈 살만 왕세자의 차담회를 겸한 이날 회동은 오후 5시부터 두 시간여 동안 진행됐다. 어떤 구체적인 논의가 이뤄졌는지는 공개되지 않았다.
앞서 한국의 주요 기업과 사우디 정부·기관·기업이 이날 오전 사우디아라비아의 실권자인 빈 살만 왕세자가 주도하는 초대형 신도시 건설 프로젝트 '네옴시티'를 중심으로 총 300억 달러(약 40조원) 규모의 투자협력 계약을 체결했다.
차담회에서는 이와 함께 인공지능(AI)과 5G 무선통신, 미래항공모빌리티(AAM), 그린수소와 전기자동차용 인프라 등 다양한 분야에서의 협력을 논의했을 것으로 보인다. 네옴시티 프로젝트뿐 아니라 자국 첨단 제조업 육성을 위한 다양한 사업 협력 방안에 대한 논의도 이뤄졌을 가능성이 높다.
재계에서는 특히 빈 살만 왕세자와 이재용 회장이 개인적인 친분이 있는 만큼 AI와 반도체, 사물인터넷(IoT) 등 첨단 기술에 대한 심도 있는 대화가 오갔을 것으로 보고 있다. 정의선 회장은 AAM 생태계 구축을 포함한 스마트시티 모빌리티 사업 등에 대한 협력 방안을, 최태원 회장은 친환경에너지 부문에 대한 투자를 논의했을 것으로 보인다. 김동관 부회장은 그룹의 역점 사업인 태양광을 비롯해 도심항공모빌리티(UAM), 첨단 국방 등의 분야에서 협력 가능성을 타진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빈 살만 왕세자 일행은 수행원과 선발대를 포함해 롯데호텔 객실 400여 개를 사용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중삼중으로 경호요원을 배치하고 바리케이드까지 설치하는 등 호텔 주변은 철통 경비로 전날 오후부터 삼엄한 분위기였다. 빈 살만 왕세자가 머무는 신관(이그제큐티브타워)의 출입구 2개는 통제했고, 흰색 천으로 철저하게 가린 한 개의 출입구만 이용하게 제한했다.
빈 살만 왕세자는 공항 출국을 위해 오후 7시30분께 호텔을 나섰다. 박한나기자 park27@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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