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타임스

 


"연 30조 국가 R&D로 유니콘 기업에 집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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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임 10개월 앞둔 김봉수 과학기술일자리진흥원장
기술사업화 패러다임서 '디테일'
연구성과 활용·확산 기업 키우기
연구장비·재료시장서 기업 육성
특허 경쟁력 키우고 실패서 성공
"연 30조 국가 R&D로 유니콘 기업에 집중"
김봉수 과학기술일자리진흥원장. 이슬기기자 9904sul@

"연 30조에 달하는 국가 R&D 투자가 그 이상의 경제사회적 가치로 이어지려면 R&D 결과물을 바탕으로 유니콘 기업이 탄생하고 성장해야 한다. 국가 R&D의 후단에서 그런 구조를 만드는 데 집중하겠다."

김봉수 과학기술일자리진흥원(COMPA·콤파) 원장은 "국가 R&D에서 투입보다 편익이 클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겠다"며 이같이 말했다.

김 원장은 지난 1월 17일 취임해 10개월을 앞뒀다. 기업에서 사회생활을 시작해 28회 기술고시에 합격한 후 과학기술정보통신부 혁신기획관, 연구예산과장, 기초원천연구정책관, 국가지식재산위원회 지식재산정책관 등을 역임한 그는 기술사업화의 패러다임을 바꾸는 '디테일'에 집중하고 있다. COMPA는 과기정통부의 공공연구성과 실용화지원사업, 실험실창업지원사업, 연구산업육성사업을 전담 지원한다.

김 원장은 취임 후 기관의 일하는 방식과 기본적인 운영시스템부터 바꿨다. MIS(경영지원시스템)를 전면 교체해, 그동안 수작업으로 처리하던 많은 일을 자동화하고 효율화했다. 내년 1월부터는 범부처 통합연구지원시스템(IRIS)도 도입할 예정이다. 데이터도 중요한 키워드다. 흩어진 데이터를 정리해서 필요한 부분을 가공하고 공유함으로써 사업을 과학적·체계적으로 기획하고 정책을 만들어 성공률을 높이는 데 집중하고 있다.



◇"R&D 자체를 산업으로 키우겠다"= 김 원장은 "COMPA 하면 떠오르는 대표적인 뭔가를 만들고자 한다. 정부 기초·원천연구 사업에서 나온 성과들은 TRL(기술완성수준) 9단계 중 3~4 정도로, 시장과는 괴리가 있다. 시장에 가려면 어떤 부분을 키우고 채워야 하는지 제대로 분석해서 추가 R&BD(사업화 연계기술개발)를 해야 한다. 이런 노력을 통해 유니콘 기업을 만들어야 국가 R&D 투자가 그 이상의 경제사회적 가치로 이어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COMPA는 지난해 제정된 연구산업진흥법에서 연구산업 진흥 전담기관으로 지정됐다. 과기정통부는 지난 8월 연구산업진흥기본계획을 내놨다. 김 원장을 이를 구체화할 사업을 기획하고 있다. 특히 공공 연구성과가 활용·확산되는 과정에서 연구산업 분야 기업들을 키우는 구조를 고심하고 있다.

김 원장은 "R&D 과정 자체를 산업으로 인식하고 키워야 한다. 연구산업진흥기본계획을 실행하는 과정에서 이 부분에 주안점을 두겠다"고 말했다.

연구산업은 주문연구, 위탁연구 등을 포함하는 개념으로, 글로벌 시장은 빠르게 성장하지만 우리나라는 온도차가 있다. 김 원장은 "세계적으로 전체 R&D 투자의 35%가 연구산업 매출로 이어지는데 우리나라는 23% 수준에 그친다. 그만큼 국내 산업의 성장 가능성이 크다는 얘기"라면서 "CRO(임상시험대행), CMO(의약품위탁제조) 분야만 해도 코로나 대응 과정에서 규모가 큰 곳이 부족해 어려움을 겪었다. 가트너, 클래리베이트 등도 잘 알려진 연구개발서비스 기업이다. 국내에서 그런 기업들을 키우고 고유의 모델을 개발하면 성장 기회를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연구장비만 해도 국내에서 쓰는 대부분이 외산이다. 김 원장은 국산 장비 기업을 키우려면 국내 기업이 개발한 장비를 연구현장에서 써주고 데이터 신뢰성을 높이도록 도와야 한다고 말했다. 연구재료 시장에서도 연구시약부터 나노분말, 탄소나노튜브 등을 어디서 제공할 수 있는지 정보를 공유하고 산업화시켜야 한다고 밝혔다.

◇"연구장비·재료 시장서 유망 기업 키울 것"= 김 원장은 "1990년대 말부터 인간의 유전자 염기서열을 완전히 해독하는 휴먼 게놈 프로젝트를 하면서 바이오 시약과 장비 시장이 급성장했다. 나노기술 역시 미국이 비슷한 시기에 '국가 나노기술 이니셔티브'를 추진하면서 관련 장비와 재료산업이 급성장했다. 이런 장비는 연구현장에 쓰이다가 그대로 산업장비로 활용된다"면서 "이제 연구장비 분야의 '한국판 ASML'을 키워야 한다. 지금까지는 국내 연구자들이 해외에서 학위를 하면서 익숙해진 외산 연구장비를 많이 썼지만 지금부터라도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

이 과정에서 국산 연구장비를 써서 우수한 논문을 발표하는 연구자에게 바우처를 지원하는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검토하고 있다.

김 원장은 "R&D 결과물을 시작품으로 만드는 프토토타이핑도 중요한 과정이다. 연구결과가 제품과 서비스로 만들어져서 시장으로 가려면 이런 부분을 보완하고 강화해야 한다. 이런 과정도 비즈니스화되면 R&D 생산성 향상으로 이어질 수 있다"면서 "단계단계마다 할 일이 매우 많다. 장비와 재료는 모든 연구의 처음과 끝일 수 있고, 사람뿐 아니라 장비도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특허 경쟁력 키우고 실패경험서 성공 만들어야"= R&D 결과물을 권리화·비즈니스화하는 과정에서 IP(지식재산권)도 매우 중요하다. 시장에서 높은 몸값에 M&A 되는 기업들은 IP 포트폴리오가 매우 강하다는 공통점이 있다. 글로벌 대기업이 경쟁력 있는 특허 몇개를 가진 기업을 대상으로 특허분쟁을 일으켜 기업 하나를 죽일 수도 있지만 수백개 특허를 갖고 있으면 이것이 불가능하다. 특허분쟁을 통한 특허무효율이 60% 정도 되는데 수백개 특허를 갖고 있으면 무효화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대신 해당 기업을 살 수밖에 없다.

김 원장은 "상당수의 대형 M&A 기저에 특허가 있다. 특허 경쟁력이 있어야 기업도 살아남을 수 있다는 의미"라면서 "그런 만큼 기술사업화 과제 사전기획 단계에서 지재권 확보·회피·재설계 전략을 미리 세운다. 이 단계가 잘 돼야 사업도 성공적으로 이어질 수 있다. 그동안 R&D 서비스업을 키우기 위해 주로 연구기획, 컨설팅 분야를 봤다면 이제 IP서비스 산업 육성도 중요하다"고 말했다. 기술사업화의 성공률을 높이기 위해서는 한번 정도 실패했거나 시행착오를 겪은 경영자나 CTO(최고기술책임자)를 연구팀에 참여시켜 공동 연구를 하는 방안도 모색하고 있다. 김 원장은 "그들은 비즈니스 세계를 이미 경험했으니 제품과 서비스가 시장에서 살아남으려면 어떤 점을 갖춰야 하는지 알 수 있다. 그런 실패자산을 활용하자는 것"이라고 말했다.

공공 연구성과의 기술사업화 성공률을 높이기 위해서는 삼성전자, LG전자 등 대기업과 협력한다. 대기업의 1·2차 협력사들이 필요로 하는 기술을 연결해 줘서 기술이전으로 이어지도록 지원한다.

이미 가시적 성과도 나오고 있다. 김재호 아주대 교수팀이 차세대 디스플레이 기술로 꼽히는 마이크로LED 기술을 삼성 협력사에 기술이전한 것이다. TV 한 대에 1억개 가량의 마이크로LED가 들어가는데, 이를 인쇄하듯이 정렬하고 제대로 작동하는지 검사해서 결함을 실시간으로 고쳐주는 기술이다. 디스플레이 글로벌 1위를 되찾는 데 도움이 될 만한 기술이라는 게 김 원장의 설명이다.

◇"글로벌 프론티어 사업에서 유니콘 발굴"= '21세기 프론티어' 사업에 이어 추진한 정부 대형 R&D 사업인 '글로벌 프론티어' 사업의 성과를 시장과 연결하고, 이 사업을 통해 창업한 기업들의 성장을 돕는 것도 COMPA의 역할이다. 내년 종료되는 글로벌 프론티어 사업을 통해 60개 기업이 창업했다.

김 원장은 "이들 기업이 성장하려면 시장 중심의 IR 활동이 필요하다. 우리가 사전 컨설팅을 하고 사업화 중심 IR을 지원하면 기업이 더 빨리 클 수 있을 것"이라면서 "60개 기업 중 기업가치 10억달러가 넘는 유니콘 기업이 나올 수 있도록 집중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김 원장은 과학기술 성과 실용화 전문인력을 양성하는 '스타 아카데미(지역 과학기술 성과 실용화 대학원)'에 대한 기대도 크다. 전국 5개 권역에서 6개 주관대학을 선정해 기술이전·사업화와 창업 전문성을 갖춘 석박사 인력을 2027년까지 매년 240명 배출할 계획이다. 서울·경인권은 단국대·경희대, 대경·강원권은 경북대, 동남권은 부산대, 충청권은 충남대, 호남권은 조선대 등이 주관대학이다.

기술사업화 성과를 키우기 위한 신규 사업으로 내년부터 '차세대 유망 시드 기술실용화 패스트트랙'을 추진한다. R&D와 기술사업화 지원사업 간의 시간차를 없애는 게 이 사업의 골자다.

김 원장은 "기초연구 성과는 사업화 성공 확률이 낮고 후속 자체 개발에 시간·비용 부담이 크다. 또 연구실에서 연구성과가 나온 후 사업화를 지원하면 시간지체가 있다. 산학연 컨소시엄을 구성, R&D가 끝나자마자 유망 연구성과를 발굴해 기술 고도화와 기술사업화를 단일과제로 지원함으로써 빠른 시간 내에 사업화하도록 도울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시드기술을 발굴하면 패스트트랙에 태워서 조기에 시장과 연결하는 것이다. 특히 기술사업화 단계는 수요기업이 주관하도록 하고 시작품·시제품 제작과 시험·인증까지 지원할 계획이다. 내년부터 2029년까지 총 482억원을 투입해 자유공모 형태로 유망 시드기술을 발굴해 실용화를 도울 계획이다.

◇한국형 프라운호퍼 모델 도전= '학연 협력 플랫폼 구축 시범사업'도 신규로 추진한다. 지역 대학과 출연연, 4대 과기원과 출연연이 연합하는 협력 플랫폼을 구축하는 게 골자다.

김 원장은 "지금까지 산학, 산연 협력은 많이 논의했는데 학연 협력에 대한 관심은 부족했다. 박사급 인력의 70% 이상이 대학에 있고 연구장비는 대학보다 출연연이 훨씬 우수하다. 이를 잘 연계해 시너지를 키울 수 있도록 지역별 그룹을 만들어보자는 취지"라고 밝혔다. 학연 협력을 통해 기술사업화와 지역혁신을 도모하는 '한국형 프라운호퍼' 모델을 만드는 게 목표다.

COMPA는 정원 50여 명의 소규모 공공기관이지만 역할은 매우 중요하다. 기관 예산은 올해 1550억원에서 내년 1700억원 이상으로 늘어날 전망이다.

"기술 자체만으로는 부족하다. 어떻게든 가공해서 경제사회적 가치로 만들어내야 한다"는 김 원장은 "기술사업화 사업 구조를 제대로 만들고 규모를 키우기 위한 준비작업을 하고 있다. 사업기획을 거쳐 내년 정부 예비타당성 조사를 신청할 계획이다. '기술사업화 하면 COMPA'라는 얘기가 나오도록 만들겠다"고 말했다.안경애기자 naturean@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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