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선희 한양대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
![[포럼] 변호사와 변리사, 힘 합쳐야 한다](http://contents.dt.co.kr/images/202210/2022102502102369660002[1].jpg "[포럼] 변호사와 변리사, 힘 합쳐야 한다")
이번 유럽통합특허법원 설립 과정에서 유럽은 특허분쟁을 전문적이고, 신속하게 해결하기 위해 기술판사 제도와 변리사 소송대리를 도입하기로 했다. 이는 재판의 전문성과 신속성, 그리고 소송비용의 절감 효과를 가져오게 된다.
이러한 특허소송 제도의 선진화는 우수한 특허가 실제 산업 현장에 적용돼 경제 성장을 이끌고, 과학기술에 대한 재투자로 이어지는 선순환의 핵심고리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아무리 우수한 특허를 만들어도 이를 활용할 산업 기반이 없거나 시장에서 제대로 보호받지 못한다면 특허는 그야말로 휴지 조각에 불과하다.
우리나라 역시 유럽통합특허법원의 사례처럼 특허소송의 전문성과 신속성을 제고하기 위한 다양한 방안들이 논의 중에 있다. 이중 특허침해소송에서 변호사·변리사 공동소송대리는 이미 국회 소관 상임위인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를 통과했고 현재 법제사법위원회에서 법안 심의를 앞두고 있다.
이러한 변호사·변리사 공동소송대리는 일방적으로 변호사의 밥그릇을 뺏는 것이 아니라 AI, NFT, 메타버스 등의 신기술 등장에 의한 법률 시장의 규모 확대라는 새로운 상황하에서 대안을 모색하는 것이다. 즉, 변호사와 변리사, 그리고 법률소비자 모두의 상생을 기대할 수 있는 제도이다.
실제로 이미 20년전에 공동소송대리를 도입한 일본의 경우 특허소송이 연평균 6%가량 증가했다. 영국은 지식재산기업법원(IPEC) 도입 직후 특허소송이 15% 가량 크게 늘어났다. 이처럼 변호사와 변리사의 공동소송대리 등은 소송기간 단축과 소송비용 절감을 통해 법률소비자에게 법원의 문턱을 낮추는 효과를 가져다 줬다.
최근 국내 언론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국내 중소기업의 88%가 기간과 비용의 부담으로 특허소송을 포기한 경험이 있다고 한다. 또 얼마 전에는 국내 유망 스타트업이 중국 기업의 짝퉁으로 인해 피해를 보고 있지만, 소송 비용의 부담으로 특허권 매각까지 검토하고 있다는 보도도 있었다.
현재 국내 특허소송은 변호사와 변리사 등 전문인력을 갖춘 대형 로펌이 시장을 주도하고 있다. 이러한 대형 로펌들은 변호사들만으로 특허소송을 준비하는 것이 아니라 소속 변리사들과 실질적으로 협업을 하고 있기에 가능하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이러한 사회구조에서는 중소형 로펌의 변호사들은 변호사만으로 구성되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에 특허소송에 참여할 수 있는 기회조차 얻기 힘든 구조이다. 그렇기에 대형 로펌의 독과점이 발생하고 특허소송 비용은 국내 중소·스타트업 기업이 감내할 수 있는 범위를 넘어서게 된다. 중소형 로펌이나 특허사무소가 협업을 할 수 있도록 하여 변리사와 변호사의 협업을 통해 대형 로펌이 아닌 중소형 로펌에서도 합리적인 비용으로 소송을 수행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여야 한다.
유럽통합특허법원 설립에 대한 논의가 한창이던 지난 2011년, 유럽 지식재산기업협의체인 IP연합(IPF)은 "유럽의 미래를 담보하는 기술 중심 중소기업들에게 더 넓은 선택권과 사법정의에 대한 더 나은 접근성을 보장하기 위해 적절한 소송수행 자격을 갖춘 '유럽 변리사(EPA)'에게 소송대리권을 인정하는 것을 강력히 지지한다"고 밝힌 바 있다.
글로벌시장이나 새롭게 등장하는 AI, NFT, 메타버스 등의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치열한 특허 전쟁을 치르고 있는 우리 기업의 IP(지식재산) 역량을 강화하고, 소중한 기술이 제대로 보호받을 수 있도록 변호사와 변리사 등 전문가의 협업이 절실한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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