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미경 정치정책부 차장
![[DT현장] `불만의 겨울`이 오고 있다](http://contents.dt.co.kr/images/202210/2022102502102269044001[1].jpg "[DT현장] `불만의 겨울`이 오고 있다")
우리나라는 외환보유액이 세계 8위 수준으로 충분해 1997년과 같은 IMF(국제통화기금)위기를 우려할 정도는 아니지만 외환당국이 환율 방어에 나서면서 외환보유액은 급감 추세다. 한국은행이 지난 6일 발표한 외환보유액 통계를 보면 9월 말 기준 외환보유액은 4167억7000만달러로, 8월 말(4364억3000만달러)보다 196억6000만달러가 줄었다.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인 2008년 10월(274억달러) 이후 13년 11개월 만에 가장 큰 감소폭이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최근 "세계적인 불만의 겨울이 다가오고 있다"고 경고했다. '불만의 겨울'은 1970년대 발생한 석유파동으로 물가가 급등하면서 영국에 닥친 경제 침체기를 가리키는 표현이다. 당시 정부가 물가를 잡기위해 임금 인상을 제한하는 특단의 조치를 취하면서 노동계의 반발을 샀고, 겨울부터 이듬해 봄까지 영국 전역에서 장기 파업이 벌어졌다. 거리에는 쓰레기가 넘쳐나고 장의사들까지 파업하면서 장례식조차 치르지 못하는 흉흉한 겨울, 그것이 '불만의 겨울'이다.
구테흐스 총장이 경고한 '불만의 겨울'은 그보다 훨씬 더 큰 의미다. 인플레이션은 어느 한 국가가 아닌 세계 각국에서 나타나는 현상이고, 금리는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고 있다. 지구 온난화 등으로 인한 이상기후 현상에 러시아발 전쟁까지 해를 넘길 지경이다. 전 세계적인 '불만의 겨울'이 오고 있는 것이다.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다. 한국경제를 지탱해왔던 수출은 급감의 늪에서 탈출하지 못하고 있다. 10월 들어 20일까지 수출은 1년 전보다 5% 넘게 감소한 반면 수입액은 약 2% 늘었다. 무역수지 적자 규모는 20일 동안 49억달러 넘게 늘어나 7개월 연속 적자행진 중이다. 누적 무역수지 적자는 340억달러로 역대 최대치를 경신했다.
한마디로 '비상' 상황이다. 그럼에도 이 발등에 떨어진 비상상황을 진화하기는커녕 기름을 붓고 있는 이들이 있다. 고물가·고금리·고환율이라는 3중고의 경제 위기에 애가 타는 국민들을 더 속타게 만드는 이들이 있다. 누구라고 콕 짚어 말해봐야 입만 아픈 그들이다.
윤석열 정부의 첫 국정감사가 끝나고, 이제 바야흐로 예산의 시간이 오고 있다. 내년도 예산안은 단순히 나라의 한 해 살림을 어떻게 꾸릴지가 아니라 고꾸라지고 있는 한국경제를 어떻게 살릴지를 담는 예산안이 돼야 한다. 치열하게 고민하고 준비해서 만들어야 하는 예산이다.
그런데 예산 심사의 의무를 지닌 국회는 심각성을 인지하지 못하고 있다.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지난 23일 국회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윤석열 대통령이 해외순방 기간 중 비속어 사용을 사과하지 않으면 2023년도 시정연설을 거부하겠다고 으름장을 놨다. 윤 대통령의 '종북 주사파 협치 불가' 발언도 문제 삼았다.
박 원내대표는 간담회에서 "신뢰 회복을 위한 최소한의 사과가 없다면 민주당은 윤 대통령의 시정연설을 결코 용인할 수 없다"며 "국회 무시·야당 탄압에 대한 윤 대통령의 대국민·대국회 사과를 촉구한다"고 했다. 윤 대통령은 곧바로 민주당의 조건부 시정연설 참석에 "헌정사에 들어본 적 없는 일"이라고 대립각을 세웠다. 사실상 사과 거부다.
민주당이 시정연설에 불참한다는 것은 예산안 심사까지 여파가 미칠 수밖에 없다. 사과도 하지 않는 윤석열 정부에 거대 야당인 민주당이 협치의 손을 내밀리 없다. 그걸 알면서도 윤 대통령은 민주당 달래기보다 강 대 강 대치의 길을 선택했다. 그리고 민주당 역시 윤 대통령이 사과를 거부할 것을 알면서도 사과를 조건으로 내걸었다. 도긴개긴이다.
한국 사회는 불만의 겨울을 넘어 '분노의 겨울'로 가고 있는 듯 하다. 지난 22일 서울 도심은 보수단체와 진보단체의 대규모 집회가 동시에 열렸다. 5년 전 겨울, 거리를 가득 메웠던 분노의 함성이 다시 시작되는 것인지 걱정이 앞선다. 다만 그 때와 다른 것은 보수단체는 문재인 전 대통령과 이재명 민주당 대표를 겨냥했고, 진보단체는 윤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를 조준했다.
어느 쪽 집회의 참가자 수가 많았는지 따지는 것은 무의미하다. 국민은 정치권 여야에 모두 잘못을 묻고 있다. the13oo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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