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견을 듣는다] "연말 한미 금리차 최대 1.25%P… 外資이탈 가능성 배제못해"

내년에도 킹달러 현상 더 강해져… 환율 이용하려면 완성품 美수출 유리
인플레와 싸우는 시기에 대규모 감세 반대… 법인세 최고세율 인하는 옳아
금리 오른다고 주택폭락 오진않아… 하락하면 부동산이 투자수요 만들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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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견을 듣는다] "연말 한미 금리차 최대 1.25%P… 外資이탈 가능성 배제못해"
석병훈 이화여대 경제학과 교수 고견을 듣는다 인터뷰. 이슬기기자 9904sul@



[]에게 고견을 듣는다

석병훈 이화여대 경제학과 교수


"지금 추세라면 연말 기준 한·미 기준금리 차는 1.25%포인트가 될 것으로 보이는데, 환율은 단기간에는 한미간 기준금리 차이에 의해서 결정됩니다. 그러면 원·달러 환율이 1500원에 육박할 가능성이 커지거든요. 외국인 투자자 입장에서는 당연히 조금이라도 이자를 높게 쳐주는 미국으로 투자자금을 옮겨갈 수밖에 없을 겁니다. 투자자금 이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것이죠. 상당히 안타까운 현실입니다."

한국경제가 한 번도 겪어보지 못한 고비를 넘고 있다. 신진 경제학자로서 통화정책을 깊이 고민해온 석병훈 이화여대 경제학과 교수로부터 해법을 들었다. 석 교수는 세계적으로 중앙은행들이 인플레이션과의 전쟁을 하고 있는 상황에서 한국은행의 고충이 클 것이라고 했다. 지금은 세계 경제주체들이 미 연준(Fed)의 일거수일투족을 주시한다. 한국의 경제주체들은 미 연준과 함께 한은을 바라보고 있다. 석 교수는 한은의 통화정책의 제약을 충분히 이해하지만, 금리 외의 비표준적 통화정책을 발휘해 시장을 안정화시킬 수 있지 않는가 하는 아쉬움을 표했다.

"좀 어려운 얘기일 수도 있는데, 중앙은행은 포워드 가이던스(중앙은행이 향후 경제상황에 대한 평가를 토대로 통화정책 방향을 예고하는 통화정책 커뮤니케이션 수단)라는 수단을 통해 기대 인플레이션에 영향을 미치고 정책 목표를 어느 정도 달성할 수 있습니다. 특히 가계·기업·정부의 부채 부담이 가중되는 상황에서 시장을 급변시키는 금리조정 외에 포워드 가이던스를 활용해 인플레를 어느 정도 누그러뜨릴 수가 있는 겁니다.

대담 = 이규화 논설실장



석 교수는 한은의 포워드 가이던스 정책은 유용성을 잃었다고 진단했다. 이창용 총재가 지난 잭슨홀 미팅에서 신흥국에서의 포워드 가이던스의 중요성에 대해 연설했고 지난 7월 스스로 물가 상승 경로가 5%대에서 6%대(9월 물가상승률은 5.6%)로 지켜지는 한 베이비 스텝(0.25%p 인상)을 밟겠다고 했다가 이달 빅 스텝(0.5%p 인상)을 밟은 것을 비판한 것이다.

석 교수는 이밖에 법인세 최고세율 인하 효과가 분명하지만 인플레이션 상태에서 내년에는 유보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했다. 부동산 시장 연착륙에 대해서는 정부가 부동산시장의 탄력성을 늘리는 방향으로 개혁을 한다는 전제로 40% 폭락 같은 경착륙은 없을 것으로 보았다. 인터뷰는 지난 18일 서울 중구 본사 회의실에서 가졌다.



-미국 달러 대비 한국 원화가 큰 폭으로 절하되고 있는데, 미국 연준 금리 인상에 따른 것이지만, 미국이 글로벌 가치사슬(GVC)에서 중국을 배제하면서 한국이 지정학적 '낀' 처지에서 오는 영향도 제기됩니다. 원화가 휘둘리는 것을 보면서 한국이 선진국이 맞나 하는 의문을 제기하기도 하는데요.

"저는 일단 우리나라가 선진국이라고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현재 우리나라는 다른 문제는 없는데, 지정학적으로 초강대국 미국과 중국 사이에 위치하고 있다 보니 안보 측면에서는 미국에 의존을 많이 하고, 중국과 가까운 위치라서 경제적으로는 또 중국과 상당히 밀접한 관련을 맺고 있어요. 중국으로부터 자재 수입을 많이 하고, 또 중국이 우리나라의 최대 수출국이기 때문입니다. 미중 갈등 속에서 좀 난감한 위치에 처해 있는 것은 사실입니다."

-중국이 18일 하기로 한 3분기 GDP 성장치 발표를 미뤘습니다. 우리 수출의 4분의1을 차지하는 중국경제가 하강하면서 우리 수출도 지난달 증가율이 2.8%에 그쳤고 이번 달은 역성장 하지 않을까 우려되는데요, 이번 기회에 대중의존도를 줄이자는 주장도 있습니다.

"세계경제는 지금 제가 보기에 정치적인 논리에 좌우되고 있습니다. 경제학적인 논리로 봤을 때는 불합리하지요. 합리적인 것은 사실 자유무역입니다. 세계경제는 사실 중국이 개방되고 나서 지난 30년 이상 자유무역으로 모두 혜택을 봤어요. 비교우위를 통해 각 나라가 복리후생을 극대화하는 바람직한 현상이지요. 미국은 자동차산업이라든가 철강산업을 상대적으로 비교 우위가 있는 중국 일본 한국 등 다른 나라로 넘겨주고 첨단산업 이행 과정으로 갔었던 겁니다."

-그러나 현재 미국은 전기차, 배터리, 바이오산업 등을 자국 내서 생산하는 것으로 전략을 바꿨습니다.

"미국은 비교우위를 잃어가는 산업에 있던 노동자들이 대량 실업에 내몰리게 됐어요. 자동차 산업에서 일하다가 오늘 당장 바이오 첨단산업 회사에 취직해서 일을 할 수는 없잖아요. 다시 교육을 받아야 하는데, 그런데 실업자가 된 상황에서 분노가 폭발한 것이죠. 그 분노를 정치인들이 이용하는 겁니다. 지난 정부 트럼프 대통령이 러스트 벨트의 '앵그리 화이트'를 자극한 겁니다. 미중 갈등이 격화되기 시작하면서 세계 경제에 새로운 블록화가 촉발되기 시작했죠. 그 갈등이 극단적으로 나타난 것이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면서 러시아·중국편, 미국을 포함한 서방편으로 갈려 자원도 무기화하게 된 겁니다. 안보 동맹끼리만 자유무역을 하자, 이런 식으로 편을 가르다 보니까 세계경제 측면에서는 안 좋은 일이죠. 재화의 총공급도 줄어들고, 공급이 줄어드니까 당연히 재화의 가격은 올라가서 전 세계적인 물가 상승인 인플레이션 현상을 지금 겪고 있는 겁니다."

-그 과정에서 미국이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을 통해 우방의 이익을 침해하는 일도 벌어지는데요.

"미국은 러시아 중국 그룹과 미국 그룹간 갈등이 격화되는 상황에서 중국이 미국의 기술을 따라오고 미국 경제를 능가하려고 하는 것을 견제하고자 하는 욕구가 상상 외로 강합니다. 물론 중국이 세계무역기구(WTO) 가입 이후에도 국제규범을 어기고 기술을 절취하는 등 불공정 행위를 한 것은 좌시할 순 없이지만요. 최근에 반도체산업 육성법이라든지 인플레이션 감축법, 이런 걸 이용해서 중국에 반도체 생산 기지를 건설하지 말라고 압력을 넣고 있는 것도 그 때문입니다. 반도체장비 수출을 막은 거지요. 전기차의 원료나 배터리도 중국 원료와 소재를 쓰지 말라 압박을 가하기 시작한 것이죠. 그것이 중국 경제에 당연히 타격으로 작용한 것이고요. 그 사이에 낀 한국도 난감한 상황에 처해서 대중국 수출이 감소하는 원인 중 하나가 되고 있습니다."

-중국이 WTO에 가입한 2001년 이후 한국이 중국 시장을 이용해 성장했다면 앞으로는 미국 시장을 적극 이용해야 합니까.

"안보를 미국에 크게 의존하다 보니까 미국의 입장을 따라갈 수밖에 없는 상황입니다. 이제 미국에 대한 의존도를 높이는 방향으로 불가피하게 경제구조를 전환할 수밖에 없다고 봅니다. 수출선도 다변화하고 수입선도 중국을 가능한 배제하는 쪽으로 가야 할 겁니다. 미국이 자유무역 네트워크에 편입하는 남미 쪽 국가라든지 호주, 베트남, 동남아시아로 수출·수입선을 다변화하는 게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미국 중심의 '자유무역망'이 중국 시장을 대체할 수 있을까요. 특히 내년 세계경제는 올해보더 더 위축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습니다.

"내년에도 저도 개인적으로 우리나라가 경기 침체를 겪을 수밖에 없다고 봅니다. 왜냐하면 주요 수출국인 여러 나라들도 지금 강 달러 현상으로 인플레이션이 수출되고 있고 세계적인 인플레이션 하에서 각 나라들도 중앙은행이 금리를 올리다 보니 금리가 올라가면 소비가 침체되고 투자도 침체돼 결국은 국내총생산(GDP)이 정체 또는 감소하거든요. 한국은행도 금리를 올리고 있는 상황에서 국내 소비와 투자도 침체되고 수출도 줄어드니까 경기 침체도 올 수밖에 없는 거죠."

-연준이 소비자물가지수가 2%까지 내려가지 않으면 금리를 계속 올리겠다고 공언했습니다. 내년 말까지는 '킹 달러' 기조로 계속 갈 거라는 전망이 나옵니다. 그러면 미국 구매력은 그만큼 세지니까 세계경제의 부양 역할을 좀 할 수 있지 않을까요. 순진한 생각입니까.

"미국이 강력한 긴축적 통화정책과 고금리 기조를 계속 가져가면, 외국의 투자자들 입장에서는 이자율을 조금이라도 더 많이 주는 미국으로 투자 자금을 한국에서 옮기게 되고요. 그러면 당연히 원·달러 환율은 상승을 하게 되니까 달러화 가치는 점점 강해지고 전 세계적인 경기 침체로 안전자산인 달러 선호 현상은 더 강해질 수밖에 없을 겁니다. 환율 상승의 이점을 이용하려면 완성품을 미국 시장으로 수출하는 게 유리합니다."

-미국 시장을 적극 노리라는 말씀이지요?

"근데 한 가지 좀 나쁜 소식은 미국 시장에서 한국 제품과 경쟁을 하는 일본 중국 제품들도 환율의 이점을 보거든요. 사실 엔화도 지금 엄청나게 약세거든요. 그런 면에서 우리나라가 미국 시장에서 경쟁하기가 어려운 점이 있습니다. 위안화도 약세지만 미중 갈등 때문에 중국의 미국 수출도 어려워지고 있어서 지금 가장 걱정되는 것은 엔화 약세 때문에 일본 제품과의 경쟁이 녹록치 않다는 겁니다."

-미국의 리쇼어링과 자국우선주의도 넘어야 하는데요.

"인플레이션 감축법, 반도체산업 육성법, 바이오 행정명령 이런 것들의 취지가 중국으로부터 수입하던 것을 금지하는 것이거든요. 그러면 중국 대체 수입처로 한국이 원래는 이득을 봐야 정상인데 그게 아니라 아예 생산 기지 자체를 미국으로 가지고 오라는 것이니까요. '미국에 투자해서 미국에 공장 짓고 미국의 노동자들을 고용해서 미국에서 생산하라' 이런 취지다 보니까 한국의 수출에는 큰 도움이 안 되는 측면이 있거든요. 한국의 수출에도 도움이 안 되고 미국으로 생산 기지를 옮겨야 한다면 장기적으로 한국의 고용에도 도움이 안 됩니다. 앞으로 이런 딜레마 극복에 정책적 주안점을 둬야 합니다."

-미국이 안보와 함께 경제동맹을 강조하지만 한국에 난제를 던지고 있습니다.

"그렇죠. 그래서 이것도 한국경제가 앞으로 풀어야 될 난제가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좀 걱정이 되는 것이, 지금 새 정부가 좀 의욕적으로 반도체 산업이라든지 2차 전지 그다음에 바이오산업 이런 분야를 잔략산업으로 지정하고 이번에 예산안도 그쪽의 인력 양성을 하는 데에 투입하겠다고 천명을 했잖아요. 그런데 문제는 미국이 최근에 자국 우선주의로 관련 산업에 대한 한국 기업의 투자를 미국 내에 하라고 자꾸 압력을 넣는 겁니다. 공장이고 뭐고 관련 산업의 일자리가 다 미국에 생길 거란 말이죠. 국내에 많은 반도체학과들을 신설해서 육성된 청년들이 취업하려고 하면 그 일자리가 다 미국에 생기는데 국내에서는 없단 말이에요. 그걸 어떻게 해야 될지 나중에 노동력의 미스매치가 생기는 게 아닌가 걱정됩니다."

-미 연준의 금리인상 기조는 적어도 내년 상반기까진 계속된다고 봐야겠지요. 더구나 9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시장 예상치를 넘는 8.2%로 나왔거든요.

"그렇죠. 금리를 계속 올리겠다고 아예 공개적으로 얘기를 했는데 그렇게 되면 이 어려운 상황이 어느 특정 기간까지 계속 될 거란 말이죠. 일단 돈이 많이 풀린 게 원인 되겠고요, 통화정책의 시차라는 측면이 있습니다. 작년 잭슨홀 미팅에서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이 통화정책으로서 금리인상이 인플레이션에 영향을 미치는데 1년 이상의 시차가 걸린다고 얘기를 했는데요. 미 연준에 있는 경제학자들의 최신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발언을 한 것이거든요. 미국 올해 3월부터 본격적으로 금리를 인상하기 시작했죠. 그러니까 그 금리 인상의 효과가 본격적으로 미국의 인플레이션을 억제하는 데 나타나려면 내년 3월부터라고 보고 있고요. 그렇지만 그게 인플레이션 기대심리는 억제하기 때문에 그 효과가 선제적으로 나타날 수는 있어요. 그러나 그것이 아직까지 나타나기에는 좀 이르지 않나 생각이 듭니다."



-미 연준이 올해 두 번 남은 회의에서 자이언트 스텝(0.75%p 인상)을 하겠군요.

"미시간대에서 최근에 발표한 1년 뒤 인플레이션을 예상해볼 수 있는 단기 기대 인플레이션율도 올라갔어요. 5년 뒤 장기 기대 인플레이션도 2.9%로 오히려 상승했습니다. 그 의미는 내년에도 물가는 더 상승할 거라고 경제 주체들이 예상할 뿐만 아니라 5년 뒤에도 물가가 2.9%까지 상승할 것으로 보는 거거든요. Fed의 목표가 2%인데 지금 나오는 예상치들은 상당히 심각한 것이죠. 두 번 모두 자이언트 스텝을 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습니다."

-그러면 한국과 미국의 금리 차는 더 벌어질 텐데요.

"우리가 10월에 빅 스텝을 단행하기 전에 한국과 미국 금리가 역전이 되고 미국 금리 상단 기준으로 차이가 0.75%포인트였습니다. 그때 환율이 1440원을 돌파하고 1500원대까지 가는 거 아니냐며 걱정을 많이 했습니다. 만약 미 연준이 연말에 두 번의 자이언트 스텝을 밟으면 미국 기준금리가 상단기준으로 4.75%가 됩니다. 한국은행이 올해 마지막 금통위 회의에서 빅스텝을 밟는다면 3.5%가 돼죠. 그러면 연말 기준 한미 기준금리 차는 1.25%포인트가 될 것으로 보이는데, 환율은 단기간에는 한국과 미국 간의 기준금리 차이에 의해서 결정이 됩니다. 그러면 원·달러 환율이 1500원에 육박할 가능성이 커지거든요."

-추경호 경제부총리나 이창용 한은총재는 국내 외국인 투자금의 이탈 현상은 없다고 하는데요, 금리 차가 더 확대되면 안심할 수 없겠네요.

"외국인 투자자 입장에서는 당연히 조금이라도 이자를 높게 쳐주는 미국으로 투자자금을 옮겨갈 수밖에 없는 것이고요. 투자자금 이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것이죠. 상당히 안타까운 현실입니다. 그래서 이건 좀 어려운 얘기일 수도 있는데요, 제가 포워드 가이던스 얘기를 많이 했습니다. 제가 전임 총재 시절에 한국은행 커뮤니케이션 패널이었는데, 그때 포워드 가이던스를 우리나라에도 도입을 해야 된다고 주장을 했었습니다. 포워드 가이던스는 원래 소위 말하는 표준적인 중앙은행의 통화정책 수단이 아니고요, 비표준적인 통화정책 수단이거든요. 포워드 가이던스는 컬럼비아대 우드 포드 교수라는 사람이 논문에서 주장한 건데 이에 대한 오해가 지금 상당히 많거든요."

-이창용 총재가 지난 7월 '향후 기준금리는 0.25%씩 점진적으로 인상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했다가 10월 5%포인트 인상했습니다. 포워드 가이던스가 지켜지지 않은 것으로 볼 수 있는데요.

"포워드 가이던스라는 비표준적 통화정책은 표준적 통화 정책을 쓸 수 없는 제약이 있는 상황에서 고려할 수 있는 정책 수단입니다. 기대인플레이션에 영향을 미치거든요. 제가 포워드 가이던스 도입을 주장할 때 기준금리가 0.5%였습니다. 기준금리라는 것은 원래 0% 아래로 내려갈 수가 없지 않습니까? 우리나라 같은 신흥국은 미국 같은 선진국처럼 0%까지 내려갈 수는 없는 것이거든요. 0.5%가 우리나라의 기준금리 하단이라고 사실상 볼 수밖에 없었기 때문에 더 이상 기준금리를 낮출 수가 없으니까 제가 그 당시에 포워드 가이던스라고 하는 비표준적인 통화정책 수단을 적극적으로 활용하자라는 얘기를 했었던 것이거든요."

-상식으로 봐도 합리적인 것 같은데요.

"그런데 지금은 그때와 마찬가지로 우리는 가계부채라는 것 때문에 미국처럼 그냥 마음대로 금리를 올리기 어려운 제약 조건이 있는 것이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근에 발표한 한국은행 자료에 따르면 향후 1년간 기대 인플레이션은 4.2%로 상당히 높은 수준입니다. 1년 뒤에 물가 상승률이 여전히 4%가 될 거라고 일반인들이 예상하고 있는 상황이거든요. 한국은행의 물가 상승률 목표가 2%임에도 불구하고 2배가 넘는 것이죠. 그러면 이 기대 인플레이션을 잡으려면 결국은 우리가 미국처럼 막 빅 스텝, 자이언트 스텝 이렇게 계속 밟기에는 가계부채 부담과 기업부채 부담이 어마어마하잖아요. 그럴 경우에 포워드 가이던스 같은 비표준적 통화 정책 수단을 잘 활용했어야 되는데 문제는 실패했죠."

-한은의 포워드 가이던스가 지금 작동하고 있습니까.

"이창용 총재가 사실은 지난 잭슨홀 미팅에서 신흥국에서의 포워드 가이던스의 중요성에 대해서 연설을 했습니다. 포워드 가이던스가 기대 인플레이션에 영향을 미치기 위해서는 중앙은행이 예고한 통화정책 방향을 지켜줘야 됩니다. 그래야 다음에 또 예고를 했을 때 기대 인플레이션이 실제로 조정이 되는 거거든요. 이창용 총재가 예고한 물가 상승 경로가 우리가 예측한 5%대에서 6%대(9월 물가상승률은 5.6%)로 지켜지는 한 베이비 스텝을 밟겠다는 것이었거든요. 그런데 이제 와서 우리나라의 통화정책은 정부로부터는 독립돼 있지만 미국으로부터는 독립되어 있지 않다며, 또 전제조건도 얘기했습니다. 언론이 자신이 얘기한 전제조건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다고 얘기하지만 그것은 전제 조건을 명확하게 얘기하지 않은 중앙은행의 소통 방식의 잘못이지 언론이나 시장 참여자들에게 포워드 가이던스의 전제 조건을 제대로 받아들이지 못한 책임이 있는 건 아니거든요. 비표준적 통화정책 수단의 중요성을 본인이 바로 얼마 전에 역설했음에도 불구하고 날려버린 것이죠."

-얼마 전에 이창용 총재가 '현재 통화정책의 여건이 매우 어려운 상황이니 정부가 재정정책으로 부채 부담을 경감하는데 많은 노력을 해야 한다'고요. 중앙은행 총재가 정부 재정정책에 훈수를 두는 경우는 매우 이례적인데요.

"거시 건전성 정책의 일환으로 금융위원회에서 이런 걸 해달라고 한 거죠. 왜냐하면 한국은행에서 지금 갖고 있는 정책 수단이 없기 때문에 그렇습니다. 사실상 포워드 가이던스의 힘을 잃어버렸고 기준금리를 조정하는 것밖에 안 남았지 않습니까? 사실 이창용 총재는 제가 서울대 경제학과에서 1학년 때 경제원론을 배웠어요.(웃음) 경제학자로서의 꿈을 갖게 해주신 은사님이신데…."

-금리가 오르면서 가계부채의 문제가 심각해지고 있습니다.

"자신의 소득의 40% 이상을 원리금 상환에 사용하고 하거나 아니면 본인이 가진 자동차 집 등 자산 다 팔아도 부채를 상환할 수 없는 고위험 차주의 비율이 작년 연말 기준으로 전체 대출 가계의 3% 정도 됩니다. 그리고 그들의 부채가 전체 가계 부채의 약 6%인가로 발표를 한 걸로 알고 있는데, 그 이후 금리가 많이 상승했으니 이 수치는 훨씬 늘어났겠죠. 그중에서도 특히 2030세대가 우리나라 미래를 책임져야 될 세대인데 2030세대부터 관리를 해줘야 됩니다. 그런 역할은 금융감독위원회나 금감원에서 해야 합니다. 한국은행은 환율이 수입 물가 상승에 영향을 미치고 시차를 두고 국내물가 상승을 자극하는 것을 억제하기 위해 금리를 인상할 수밖에 없습니다. 이 총재의 발언은 이런 고충을 표명한 게 아닌가 봅니다."

-글로벌 인플레이션은 코로나 팬데믹 극복을 위해 엄청나게 풀어놓은 유동성이 1차적 원인이지만 최근의 공급망 교란이 더 크게 작용하는 것 같은데요.

"지금 공급을 늘릴 방법이라는 것이 단기적으로 해결하기가 어렵습니다. 좋든 싫든 세계의 공급처 역할을 했던 중국을 배제하니까요. 이번에 잭슨홀 미팅에서 국제기구 수장들과 세계적인 경제전문가들이 인플레를 잡을 근본적인 방법은 세계경제 블록화를 없애고 다시 자유무역으로 돌아가는 방법밖에 없다고 주장했거든요. 미국과 중국·러시아가 자국의 이익을 위해 서로 대립하는 상황에서 그런 말은 사실은 대답 없는 외침밖에 될 수가 없는 것이죠."

-사우디가 미국의 원유 증산 요구는 외려 200만배럴 감산으로 답했어요.

"산유국들은 탄소중립을 앞두고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최대한 이제 외화를 확보하기 위해 유가 유지 정책을 계속할 겁니다. 석유 같은 경우는 수요의 가격 탄력성이 매우 낮은 재화죠. 아무리 가격을 올려도 부르는 게 값이라 사다 쓸 수밖에 없는 상황이니까요. 산유국 입장에서는 2050년 되면 석유는 무용지물이 되잖아요. 그전에 최소한 최대한 가격을 끌어올려서 최대한 외화를 벌어들여야 하니까 계속 공급을 줄일 수밖에 없는 거죠."

-그러고 보면 결국은 국내나 세계적으로 경제논리를 정치가 좌우하는 것이 문제입니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에 선진국에서 공통적으로 겪고 있는 현상이 생산성의 역설이 아닌가 합니다. 이게 뭐냐면 AI 등 신기술이 개발이 되고 생산 현장에 적용될 때까지 시차가 있습니다. AI나 메타버스 신기술을 생산 공정에 적용하려면 생산 과정도 바꿔야 하고 새로운 경영 기법도 개발을 해야 되고 또 노동자들도 신기술을 활용 교육을 받아야 되거든요. 그런데 이걸 하려면 시간이 걸리는데 그런 거를 하려면 뭔가 관련된 규제를 풀어주는 게 필요하고요. 또 관련 교육에 대한 예산지원도 필요합니다. 기업 입장에서는 당장 성과는 안 나타나는데 투자를 해야 되니까 전문경영인들이 그런 결정을 하기가 쉽지 않거든요. 전문경영인은 자기 계약 기간 안에 눈에 보이는 성과를 내야지만 재계약이 되니까요. 이런 문제들이 잘 풀리도록 제도를 고치고 규제플 푸는 것이 정부가 할 일인데, 지금 안 되고 있지요. 정부가 출범한 지 얼마 안 됐기 때문에 당장 성과가 나타나기는 어려운 측면이 있고요."

-정치권에 문제 돌파력이 안 보이는 것 같아요.

"대형마트 영업제한 완화 이런 것도 된 게 없잖아요. 규제를 푼다든지 이러면 다양한 집단의 이해관계들이 얽혀 있으니까 당연히 반발이 있을 수밖에 없습니다. 그런데 그 반발을 설득하는 과정이 충분하지 못하지 않나 생각됩니다. 대형마트 영업규제 같은 경우는 시행한 지가 10년이 지났기 때문에 10년간의 효과를 경제학자들이 분석을 한 연구 결과가 축적 돼있거든요. 전통시장에도 이익이 아니었고 대형 마트도 오히려 역차별로 이득이 아니었고요. 모두가 루저가 되는 거예요. 중간에 이득을 본 것은 오히려 온라인 판매를 하는 쿠팡이나 마켓컬리 이런 사업자들만 오히려 이득을 봤거든요. 그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는 이제 소비를 주도하는 세대가 지난 10년간 바뀐 거죠. 지금 소비를 주도하는 세대의 특징은 온라인 구매를 선호한다는 겁니다."

-창의적 정책이 필요합니다.

"대형마트 규제를 완화하면 전통시장과 소상공인은 지금도 어려운데 더 어려워지는 게 아니냐고 하는데, 그분들한테 정부가 대안을 제시해야 되는 거죠. 전통시장과 소상공인들이 온라인 판매를 위한 플랫폼 구축을 지원해 준다든지 하는 지원책을 제시해야 합니다. 그리고 소상공인들과 전통시장 상인들도 대형마트에서 팔지 않는 새로운 뭔가 지역 특산품이라든가 다양한 상품을 파는 방안을 스스로 찾아야 합니다. 제가 미국에서 교수 생활이나 박사 과정 포함해 약 11년간 있었는데요, 미국도 대형마트도 있지만 로컬마켓도 상당히 활성화돼 있거든요. 대형마트에 가면 획일적인 상품들이 있는데 반해 로컬마켓에 가보면 진짜 생산자들이 직접 제품을 가져와 팔고 개성적인 상품들을 파니까 가는 재미가 있어요. 그래서 양쪽이 다 상생을 하고 있거든요. 우리도 그런 방식으로 대형마트 영업규제가 도움이 안 된다는 증거 자료를 제시하면서 규제를 풀어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천정부지로 뛰던 부동산은 낙폭이 커지고 있고, 일부에서는 '깡통전세'가 현실화되고 있습니다. 기준금리가 지금보다 0.5%포인트 더 오르면 내년 초 3.5%가 될 텐데, 부동산시장 연착륙이 가능할까요.

"담보대출이 부실화되면 금융기관 부실로 이어지고 한국경제의 금융위기를 촉발하는 건데 이 채널을 막는 게 중요합니다. 주택 가격이 40% 이상 폭락하게 되면 그럴 가능성이 커지는 거죠. 그러나 그것은 굉장히 이변적인 상황입니다. 사실 상당히 비현실적이고요. 저는 개인적으로 부동산시장 관련된 거시경제학적 방법론 연구를 많이 해왔는데, 제 최신 연구에 따르면 금리를 인상하는 것만 가지고는 그 정도의 폭락이 오지는 않습니다. 왜냐하면 금리를 인상하게 되면 대출을 쓴 분의 경우에는 이자 비용을 감당하기 어려우니까 주택을 처분해서 대출을 상환하게 됩니다. 그 대출을 쓴 사람이 많다는 것은 우리 경제 내에서 사실은 예금을 한 사람도 많다는 거거든요. 은행 입장에서는 예금을 한 사람들로부터 돈을 조달해서 대출을 해준 거니까요. 예금을 한 현금 부자들의 경우에는 이자 소득이 늘어난 거죠. 그 사람들은 대체 투자처를 찾을 수밖에 없고 그 사람들의 입장에서는 가격이 떨어진 좋은 입지에 있는 부동산은 매력적인 투자 자산입니다. 그 사람들의 수요가 들어오면 이게 상쇄가 돼서 부동산 가격의 하락 폭은 어느 정도 제한이 되거든요."

-공급 측면의 위험은 없을까요. 이미 부동산시장 위축과 원자재 값 상승으로 공급이 줄어들 조짐이 보입니다.

"오히려 정부가 신규 공급을 급격하게 늘려서 부동산 신규 공급이 늘어나겠다는 것이 예측이 되는 순간 부동산 가격은 폭락할 수 있습니다. 현 정부가 5년 안에 270만 호 공급을 하겠다고 했는데, 신규 공급의 일정을 좀 조정할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부동산 시장이 연착륙하기 위해서는 공급을 조정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보고요, 장기적으로 부동산 시장 관련해서 제 생각은, 미국처럼 금융 공기업을 이용해서 고정금리 저리의 모기지대출을 활성화하자는 겁니다. 미국은 전통적으로 집 소유를 지원하는 정책을 써왔어요. 아메리칸 드림의 상징으로 주택 보유율을 높이려고 했어요. 그러려면 주택 모기지를 많이 제공해야 되고 저리의 고정금리 장기 주택담보대출을 많이 공급하려고 했던 겁니다. 미국은 페니메이 프레디맥 같은 금융공기업을 이용해서 저리의 고정금리를 줄 수 있었습니다. 미국은 주택담보대출 고정금리 비중인 99%에 달합니다. 우리는 그동안 정부가 노력을 많이 해서 지난 7월 기준 49% 정도밖에 안 돼요."

-주택문제는 청년세대의 혼인과 출산에도 큰 영향을 미칩니다.

"우리나라 장기적으로 청년 세대들의 혼인율도 높이고 출산율도 높이려면 저도 청년 세대들의 주택 보유율을 높여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려면 청년 세대들을 위해서 미국처럼 저리의 고정금리 모기지 공급을 해야 되는 거거든요. 지금 당장은 인플레이션 우려 때문에 그렇게 하는 건 불가능하고요. 또 다른 방법은 뭐냐 하면 그것만 덜컥 수요 측면만 늘려놓으면 부동산 가격이 폭등할 수가 있단 말이죠. 우리나라의 부동산 시장의 또 다른 문제는 공급의 가격 탄력성이 다른 주요 선진국에 비해서 낮다는 거죠. 가격이 상승을 할 때 공급도 따라서 상승을 하게 되면 공급이 늘어나니까 가격의 증가 속도는 낮아지거든요. 그런데 우리나라는 가격이 막 20% 30% 뛰어도 공급이 따라서 늘지를 못해요. 지난 정부에서 예를 들면 서울의 부동산 가격이 막 20% 30% 폭등을 하면 기업의 건설회사 입장에서는 부동산 가격이 비싸지니까 아파트 새로 지어서 팔면 수익이 많이 남잖아요. 그러면 아파트 신규 공급이 늘어났어야 되는데 안 늘어났어요. 부동산 가격은 더 뛸 수밖에 없는 거죠."

-아파트 거래량의 크게 위축된 건 어떤 시장적 의미가 있는 건가요.

"가장 최근에 발표한 자료를 제가 계산해 보니까 서울의 경우 아파트 거래량이 0.03%였어요. 사실 지금 실거래가 폭락한다고 하지만 그게 실거래가를 대표한다고 보기는 어렵거든요. 결국은 아파트 신규 공급의 가격 탄력성이 미국 수준으로 크면 아파트 가격의 변동성도 낮아지죠. 폭등과 폭락도 사라지고요. 결국은 부동산 시장의 규제를 풀어주는 방향으로 가는 것이 시장에서 완충 역할을 할 수 있게 해줘야 합니다."

-정부가 법인세 감세를 추진 중인데요.

"저는 찬성하는 입장입니다. 그러나 2023년에는 유보하는 게 좋다고 생각합니다. 왜냐하면 2023년까지는 인플레이션과의 전쟁이 필요해서입니다. 최근에 영국에서 대규모 감세정책이 통화정책과의 엇박자로 금융시장에 대혼란만 초래하고 결국은 38일 만에 재무장관을 경질하면서 없던 일로 됐잖아요. 법인세 인하정책 같은 경우 경제학에서 가장 권위 있는 저널인 '아메리카 이코노믹 리뷰'라든가 '미국 거시경제학 저널'에서 가장 최근 발표한 논문에 따르면 기업의 투자를 늘리고 고용을 창출하는 효과가 있다는 연구 결과들이 보고됐어요. 국내 학계에서도 특히 청년의 취업을 가장 많이 늘리는 곳은 대기업이라는 연구결과가 있습니다. 그래서 최고 법인세율을 인하하게 되면 대기업이 혜택을 보는 것이고, 대기업이 혜택을 보면 지금 청년 실업 문제가 심각한데, 청년들을 위한 일자리가 가장 많이 늘어나는 효과가 있다고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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