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재근 문화평론가
![[하재근의 족집게로 문화집기] 방탄소년단 입대와 병역의 무게](http://contents.dt.co.kr/images/202210/2022101902102269660001[1].jpg "[하재근의 족집게로 문화집기] 방탄소년단 입대와 병역의 무게")
그동안 정치권과 언론에서 방탄소년단 병역혜택 이슈를 부각시켜왔다. 그런 주장이 나올수록 반발도 커졌는데, 이런 혼란스러운 상황이 방탄소년단 멤버들에게 부담스러웠을 것이다. 소속사에서, 구차하게 혜택을 기다리는 모양새보다 기꺼이 공동체의 의무를 수행하는 모습을 보이는 것이 더 바람직하는 판단도 했을 법하다. 병역 논의결과를 끝까지 기다리다가 떠밀리듯 입대하는 것보다는, 주도적으로 입대를 선택하는 편이 더 당당한 태도라는 판단도 했을 것이다. 방탄소년단 정도의 스타는 최소 연 단위로 국제적 활동계획을 짜는데, 병역의 불확실성 때문에 계획수립도 불가능했다. 그래서 그 불확실성을 조기에 해소하는 쪽으로 결정한 측면도 있을 것이다.
사실은 방탄소년단 병역혜택 이슈 자체가 말이 안 되는 것이었다. 가수 한 팀에게 병역혜택을 주자는 뜻으로 들리는 얘긴데, 보편적인 공감을 얻기는 힘든 내용이다. 정치권과 언론에서 이런 말이 나올수록 국민의 불쾌감이 커질 수 있었다. 이런 분위기도 방탄소년단에게 부담이 됐을 것이다. 방탄소년단 팬들도 정치권에서 이런 말이 나올 때마다 날선 반응을 보여왔다.
애초에 그런 이슈 자체가 없었다. 방탄소년단에게 병역혜택을 주자는 것이 아니라, 예체능계 대체복무제도 개선에 대한 논의였다. 1970년대에 문화 창달과 국위선양에 기여한 예체능계 특기자를 대체복무 대상으로 선정했다. 그런데 순수예술인과 체육인만 선정하고 대중예술인은 제외했다. 대중예술은 '퇴폐 딴따라'라는 편견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그후 한국 대중예술은 눈부시게 성장했고 이젠 대중예술인들이 전 세계에 우리나라를 알리는 1등 공신 역할을 하고 있다. 그들로 인해 한국에 소프트파워가 생기고 수치로 환산하기 어려운 경제적 효과, 국가 브랜드 효과가 나타났다. 상황이 그렇게 변했다면 제도도 바뀌어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대체복무제 개선 논의가 시작된 것이다. 대중예술인도 대체복무제 대상으로 확대해야 한다는 내용이다.
국익의 관점에서 봤을 때, 한류스타들이 세계적으로 널리 활동하는 것과 한국에서 군인이 되는 것 사이에 어느 쪽 국익이 더 크겠는가? 대체복무제 논의는 이런 차원의 것이었는데, 정치권과 언론이 그걸 방탄소년단 병역특례 이슈로 왜곡해서 알렸다. 마치 방탄소년단 한 팀에게만 특혜를 주자는 논의처럼 비쳐지게 한 것이다. 그게 방탄소년단을 더욱 힘들게 했을 것이다.
세계적인 한류 스타들이 가장 스타성이 만개한 시기에 군인이 되는 것은, 앞에서 언급한 것처럼 국익의 관점에서 봤을 때 아쉬운 일이다. 방탄소년단 정도의 대스타라면 더욱 그렇다. 하지만 이미 결론이 났다. 원래도 대체복무제 개선이 어려운 과제였는데, 가장 유명한 스타인 방탄소년단이 입대를 결정했으니 논의 자체가 당분간 동력을 잃을 것으로 보인다.
국익의 관점에서 차선은 방탄소년단 입대 결정을 계기로 병역의 엄중한 의미를 되새기는 것이다. 병역은 우리 안전을 지키는 것이고, 우리 공동체를 결속시키는 평등의 상징이기도 하다. 그런데 그동안 특권층이 병역과 관련된 특혜를 누린다는 의혹이 있어왔다. 이런 불신이 커지면 공동체는 안에서부터 허물어진다.
연예계도 병역 관련 사건이 많이 터졌던 대표적인 부문이다. 권력자들, 공인들의 병역이 논의돼야 하는데, 그런 진짜 공인 대신 '유사 공인'(?)인 연예인이 논란의 표적이 되어왔다. 병역 논란이 거듭되면서 국민의 공분도 커졌다. 이젠 연예계 분위기가 많이 바뀌어서 병역에 솔선수범하는 흐름이다. 방탄소년단이라는 세계 최고 스타의 입대 결정이 이런 연예계 흐름을 더욱 강화하고, 우리 사회 전체에 병역의 엄중함을 새기는 경종이 될 수 있다. 그렇게 해서 우리 내부의 신뢰가 살아나고 공동체가 보다 더 강고하게 결속한다면, 그것도 국익이 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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