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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일 칼럼] 경기 vs 환율 딜레마, 답은 수출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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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일 산업부장
[박정일 칼럼] 경기 vs 환율 딜레마, 답은 수출에 있다
대한민국 경제가 금리 딜레마에 빠졌다. 미국의 '빅스텝'에 맞춰 금리를 인상하다보니 수출 기업의 자금 상황이 급격하게 악화되고 있고, 그렇다고 금융완화 정책을 펴자니 인플레이션 압박이 한층 가중될 수 있다. 이런 와중에 경제 정책은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다. 이러다가 수출도, 물가도, 일자리도 모두 놓칠까 걱정이다.

당장 가장 힘든 곳은 제조업체다. 글로벌 인플레이션에 따른 생산비용 증가로 비용 부담은 커지는데, 은행에서는 돈을 빌리기가 힘들다. 그나마 빌렸다고 해도 고금리 압박 때문에 이자 부담이 상당하다. 그래도 공장은 돌아가야 하니 빚을 내서라도 물건을 만들어야 한다. 그런데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과 같은 돌발상황이 또 발생할 수 있어서 불안하다. 그러잖아도 원·달러 환율과 원재료 가격 인상 때문에 힘든데, 예상 못한 일이라도 생기면 곧바로 공장 문을 닫아야 할 지경이다.

은행들은 대출 문턱을 한층 더 높이고 있다. 한은 경제통계시스템에 따르면 은행의 중소기업 대출 금리는 지난 8월 신규 취급액 기준 4.65%로 가계 대출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주택담보대출 금리(4.34%)를 앞질렀다.

대한상공회의소가 조사한 바에 따르면 기업들이 손익분기를 고려해 감내할 수 있는 기준금리 수준은 2.91%인데, 지금은 이를 훌쩍 뛰어넘었다. 대한상의에 따르면 기준금리를 0.5%포인트 인상하면 대기업의 부담은 1조1000억원, 중소기업은 2조8000억원 각각 증가한다. 그럼에도 연내 추가 금리 인상 가능성이 유력하다. 제조업체들은 열심히 물건을 팔아봐야 수익을 모두 이자로 고스란히 내놓아야 할 판이다.

그렇다고 함부로 금리 인상 속도를 늦추기도 부담스럽다. 지난 6일 한국은행의 발표에 따르면 9월 말 외환보유액 잔액은 4167억7000만달러로, 한 달 전보다 196억6000만달러 감소했다. 이는 금융위기 당시인 2008년 10월 274억2000만달러 감소 이후 역대 두 번째 큰 감소폭이다.

경기침체기에는 안전자산에 자금이 몰리기 마련인데, 미국의 기준금리가 한국보다 높으면 자본은 안전자산인 미국으로 더 쏠리게 된다. 그럼 원화 가치가 더 떨어지고 주요 수입제품의 가격이 오르면서 물가 압박은 한층 더 가중된다. 특히 중간재를 만드는 중소기업들의 상황은 한마디로 '사면초가'다. 우리나라의 중간재 수출 비중은 80%에 이른다. 원·달러 환율과 에너지·원재료 가격이 동시에 올랐고 여기에 금리까지 오르면서 자금압박이 이어지고 있다.


원재료는 국제시장의 시세에 따라 결정되는데, 중간재와 완제품은 원재료에 비해 가격을 쉽게 올리지 못한다. 특히 중간재는 주로 완제품 제조업체들과의 장기 수주 계약에 따라 가격이 책정되는데, 그 사이에 원재료값이 오를 경우 그 가격 부담은 오롯이 중간재 제조업체들이 떠안을 수밖에 없다. 반도체와 물류대란이 일부 해소되면서 최근 완성차 업체들의 수익성이 좋아졌음에도 차 부품 업체들이 적자를 면치 못하는 이유는 이 때문이다.
상황이 이런데 정부는 "괜찮다"는 말만 반복하고 있다. 외화가 해외로 빠져나갈 때도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와 같은 상황은 없다"고 수습하기에 바빴고, 무역적자가 큰 폭으로 늘어났을 때, 정부가 내놓은 대책은 기업들을 불러모아 에너지 수입을 줄이기 위해 "아껴써야 한다"며 희생을 강요하는 것 뿐이었다.

제조업체들은 이참에 기준금리와 시중은행 금리 간의 갭(차이)을 줄여줄 것을 정부에 요청하고 있다. 강석구 대한상의 조사본부장은 "이제는 투자위축을 넘어 생존을 걱정해야하는 상황"이라며 "기준금리와 시중금리와의 갭을 줄이고, 자금조달 수단을 다양화하는 금융정책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한은이 기준금리를 10년 만에 3%로 올리면서 시중은행의 주택담보 등 대출금리 상단은 7%를 넘어 8%로 향해가는 중이다. 이런 상황에서 당국은 좀 더 정교하게 기준금리 인상 속도를 조절하고 수출기업을 살리기 위한 방안을 만들어야 한다. 시중은행의 고통분담도 감내할 수 있는 최대한으로 요구할 필요가 있다.

무엇보다 경제 리더십이 절실하다. 세계 각국이 자국 보호주의의 강도를 더 높이고 있음에도 우리 경제를 살리기 위해서는 수출 외에는 답이 없다. 그 방법은 대체 불가능한 기술을 보유한 기업을 늘리는 길 뿐이다. 산업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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